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요적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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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어릴 때 생각했던 것만큼 멋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제약이 아주 많더군요. 차라리 걱정 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좋았다 싶습니다. 시간을 건너 뛸 수 없는 아이는 어른을,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 어른은 아이를 부러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뭐든지 내 마음 같이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우리는 자주 상처 입으며 살아갑니다.

이 책은 여린 마음을 가진 우리를 위한 책입니다. 관계, 용기, 사랑, 행복 그리고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은 잔잔하게 마음을 흔듭니다. 펭귄과 친구들의 대화를 곱씹으며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많은 이도 하고 있겠구나 했습니다.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에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실수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거지요. 그렇기에 각자의 삶은 모두 다르고 그 이유로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책 내용 중에 '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는 펭귄의 입을 빌려 이야기합니다. 말은 가볍지만 때로는 심장을 파낼 듯이 날카롭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고요. 또한 가벼운 마음에서 나온 말이 어떤 말이 되었는지는 그 말을 받는 사람만 아는 거라고도 합니다. 말에 상처 입은 사람을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가 누구의 기준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한 펭귄의 말을 두꺼비가 이해했을지 모르겠네요.

글을 읽으며 여러 군데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번뿐인 삶이라고 생각하니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누리기도 하니 오히려 무미건조하지 않아 좋다는 생각을 애써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억지로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하는 게 잘못이 아니니까요.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천천히 앞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마음부터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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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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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모습을 하고 바다에 살면서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던 세이렌. 요즘 일부 기자들의 모습에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현혹해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이 책에는 세이렌으로 비유된 기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과 대립을 이루는 형사도 등장해 알 권리와 진실 추구의 이면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 똑바로 보기를 종용하지요.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한 언론사의 경영 위기의 해결책으로 특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여고생이 유괴되고 살해된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언론의 행태는 보기 좋지 않습니다. 특히 범죄의 희생양이 된 사람의 집을 에워싸고 가족들의 상처를 들쑤시는 행동은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헤집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일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런 일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기사로 시선을 모으고 언론사의 세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눈에 보이는 기사는 그래서 거들떠보지도 않게 됩니다. 사토야의 말처럼 '보도의 자유를 등에 업고 타인을 카메라 앞에 억지로 세우는 건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폭력'에 불과합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은폐된 진실에 맞서 싸우는 언론인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흥미위주의 기사거리에만 집중하는 집단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 간극이 너무나 큰 것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이렌의 참회>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작가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올바른 기자의 자세는 어떤 것인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나 현재 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책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언론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적이 많았기에 언론계를 그동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다카미와 같은 기자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며 권력자의 감시 역할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더 늘어나고 우리도 그들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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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뚜껑이 없어 - 요시타케 신스케, 웃음과 감동의 단편 스케치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컴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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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벗지 말걸 그랬어'의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일러스트 에세이입니다. 차례도 없고 설명도 없는 그림책인데 몇 장 넘겨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찰나의 장면을 낚아채 그린 거라서 차례가 필요 없고 그림만으로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요. 간단한 선 몇 개로 사람과 동물의 표정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기쁨, 슬픔은 물론이고 나른함, 신중함, 비굴함, 난감함 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과 집요한 관찰, 거기다 꾸준한 노력이 합해진 결과가 아닐까요.

지하철 문이 닫힐 때 살며시 들어오는 눈송이, 전조등이 비치는 곳에 내리는 가랑비, 낙심했을 때 어깨를 스치며 위로해주는 깃발 등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이런 귀엽고도 편안한 그림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책을 보고 있으니 그의 그림책들이 떠오릅니다. 사과 하나로 다양한 이야기를 생각해내던 어린 아이, 혼자 옷을 벗으려다 머리에 걸려 낑낑거리면서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웃음을 선사하던 어린 아이가 생각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도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네요. 해맑은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를 표현해내는 작가의 마음에도 아이처럼 순수한 데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책날개에는 '푸념과 시와, 잡학과, 쇼핑 메모와 일기와 생활의 지혜와 통화 중 메모 그런 것이 뒤죽박죽 들어 있는 한 권의 기록'이라는 소개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이 뒤섞인 재치 넘치는 그림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글이 많이 없어서 그림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 그때 하지 못했던 말, 작가가 그린 장면 뒤에 이어질 내용 같은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네요. 일상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이렇게 짧게 남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이 곁들여지면 그때의 상황이 더 잘 떠오르겠지요. 그림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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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아나 후안 그림,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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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판타지, <페어리랜드>가 완결되었습니다. 5권에서는 페어리랜드의 여왕이 된 셉템버가 왕위를 차지하려고 달려드는 모든 이들과 한 판 경주를 벌이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경주를 시작하기 전에 왠지 공중에서 이런 말이 울려퍼져야 할 것 같습니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차지하는 자, 왕좌를 차지하리니!"
심장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셉템버가 과연 심장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진실에 모두의 가슴이 힘차게 다시 뛸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험소설을 읽던 그 시절처럼 말입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해 멋진 모험을 하는 상상은 얼마나 멋진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는 모험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도 만나지 못한 동물을 만나 친구가 되고 100미터나 자라는 나무 위로 훌쩍 뛰어오를 수도 있고 용을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피곤하면 아늑한 집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드는 거지요. 충분히 쉬고 나면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탐험하는 겁니다. 아, 상상만 해도 좋군요. 사실 셉템버도 일상이 지루하던 참에 페어리랜드로 가게 된 것이랍니다. 그러나 초록바람을 따라 간 곳은 아름답기만 한 세계가 아니었지요. 현실세계의 부조리가 재현되고 있는 그곳에서 억눌린 이들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면서부터 셉템버의 진짜 모험은 시작된 겁니다.

권력을 향한 탐욕은 시공간을 초월해 영원히 존재하는 속성을 지녔나봅니다. 아무 것도 부족한 게 없는 사람들이 남을 지배하는 힘을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합니다. 혼자 행복한 세상 대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하면 참 좋을 텐데요. '언제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 왕이 되고 싶어하는 권력자들. 그들과 맞서는 셉템버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편한 길만 걸을 수 있었던 셉템버가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해 온갖 어려움을 겪어내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열두 살 어린 소녀였던 셉템버는 열일곱 살이 되었고 그녀와 함께 모험을 한 우리도 그동안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녀가 경험을 통해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성장했지요. 현명하게 현실을 살아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작가는 페어리랜드의 모든 사물에 인격을 부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음을, 작은 것들이 하나씩 모여 이 세계를 이루고 있음을 표나지 않게 알려주는 듯합니다. 권력과 폭력 앞에서 작은 힘들이 모여 어떤 힘을 만들어가는지 신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각자의 세계쯤은 가지고 있는 우리입니다. 영원한 나라, 페어리랜드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모험을 하게 될 겁니다. 원할 때면 언제든! 모험이 끝없이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의 상상력이 결코 마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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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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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우리는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하고 작가의 의도를 짐작합니다. 반면 에세이는 작가의 경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므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이지만 에세이를 읽고 더 이상 작가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일도 있고 소설은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에세이를 통해 작가가 마음에 들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이 책은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좋아하는 작가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에세이, 서문, 해설, 짧은 픽션 등이 실려 있습니다. 짧은 글을 모아 놓은 책이라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재밌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굴튀김을 먹고 맥주를 즐기며 재즈를 감상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앞부분의 '굴튀김 이야기'에서 자신이 굴이 아니고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는 말을 할 때부터 웃음이 나옵니다. 중간 중간 진지한 글 속에서 발견되는 유머가 참 반갑습니다. 한 편, 또 한 편씩 글을 읽으며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 세상을 대하는 태도 등을 생각해 봅니다.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글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기에 '세상을 외면하기보다 무엇이든 보는 쪽을 선택하겠다'는 그의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책의 뒤편에는 와다 마코토와 안자이 미즈마루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이들에게 보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이 흥미 있게 다가옵니다.  글을 잘 쓰는데다 목소리도 좋고 요리도 잘 하고 피아노도 치고 마라톤으로 체력관리도 하는 그.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요. 둘의 대화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안자이가 언급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어의 리듬감'은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부분이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것을 느끼는구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참 사랑받는 사람인 것 같아 다행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소설만 읽었는데 이제는 다른 에세이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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