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뚜껑이 없어 - 요시타케 신스케, 웃음과 감동의 단편 스케치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컴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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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벗지 말걸 그랬어'의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일러스트 에세이입니다. 차례도 없고 설명도 없는 그림책인데 몇 장 넘겨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찰나의 장면을 낚아채 그린 거라서 차례가 필요 없고 그림만으로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요. 간단한 선 몇 개로 사람과 동물의 표정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기쁨, 슬픔은 물론이고 나른함, 신중함, 비굴함, 난감함 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과 집요한 관찰, 거기다 꾸준한 노력이 합해진 결과가 아닐까요.

지하철 문이 닫힐 때 살며시 들어오는 눈송이, 전조등이 비치는 곳에 내리는 가랑비, 낙심했을 때 어깨를 스치며 위로해주는 깃발 등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이런 귀엽고도 편안한 그림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책을 보고 있으니 그의 그림책들이 떠오릅니다. 사과 하나로 다양한 이야기를 생각해내던 어린 아이, 혼자 옷을 벗으려다 머리에 걸려 낑낑거리면서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웃음을 선사하던 어린 아이가 생각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도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네요. 해맑은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를 표현해내는 작가의 마음에도 아이처럼 순수한 데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책날개에는 '푸념과 시와, 잡학과, 쇼핑 메모와 일기와 생활의 지혜와 통화 중 메모 그런 것이 뒤죽박죽 들어 있는 한 권의 기록'이라는 소개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이 뒤섞인 재치 넘치는 그림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글이 많이 없어서 그림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 그때 하지 못했던 말, 작가가 그린 장면 뒤에 이어질 내용 같은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네요. 일상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이렇게 짧게 남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이 곁들여지면 그때의 상황이 더 잘 떠오르겠지요. 그림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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