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 - 몸의 감각을 되찾고 천천히 움직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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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우는 시간,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행복을 느끼던 저자는 누구보다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노부인을 만난다. 홀로 스노클링을 하며 즐거워하던 그녀는 저자에게 즐기라는 말을 하고 지나가는데 그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인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당당함은 주변을 밝힌다. 저자가 꿈꾸듯 그 노부인처럼 그렇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닮고 싶은 사람을 보고 저런 모습을 지닐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도 내게는 닮고 싶은 모습이다.

책을 읽으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았다. 인생에서 겪는 모든 일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이를 통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그, 다른 사람의 말이 마음에 와닿으면 깊이 간직하면서 깨달은 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그,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잠시 멈추고 여유를 즐기는 그, 나이가 들면서 배운 것들에 갇히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는 좋은 인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체득한 삶의 지혜를 으스대지 않고 조근조근 풀어놓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다.

여유 있게 지내보자 하면서도 괜히 조급해지고,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며 기뻐하다가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행복이 부러워지는 변화무쌍한 마음을 이렇게 다독이는 글이 참 반갑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자꾸 돌아보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삶은 현재에 있고 이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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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맥주 인문학 - 맥주 한 잔에 담긴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이야기
이강희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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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맥주를 즐기는 편이다. 마셔봐야 한 잔이지만 남들이 몇 잔씩 마시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그 한 잔에 다 느낄 수 있으니 별로 불만은 없는 편이다. 맥주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은지라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하나씩 골라 마시는 것 자체도 좋고 입에 맞는 맥주를 찾았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을 즐기는 시간도 좋다. 맥주에 관심이 있다 보니 맥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보이면 들춰보게 되는데 이 책도 그런 이유로 보게 되었다. 맥주에 푹 빠진 저자가 맥주를 마시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을 엮어 놓았는데 맥주를 만드는 방법과 비법, 맥주에 얽힌 역사 등을 다루고 있어 맥주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 중간 중간에 깨끗한 맥주잔을 판별하는 방법이라든지 배탈 난 발명가가 나사식 병마개를 만든 사례처럼 재미있는 내용도 많아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 여러 이야기 중에 미생물학의 기초를 다진 파스퇴르가 맥주 산업에 이바지한 내용이 흥미롭다. 그는 저온살균법을 알아내면서 맥주 산업에 이바지했는데 발효에 대한 오랜 연구 끝에 그 업적을 정리해 '맥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 파스퇴르가 시간이 지나도 맥주의 맛이 변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낸 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과학자들은 때로 저 멀리서 실생활에 필요 없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렇게 확인하게 될 때마다 과학이라는 학문이 더 재밌게 느껴진다.

맥주는 사계절 내내 마셔도 좋지만 특히 여름에 더 맛있는 것 같다. 더위에 무거워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매년 여름 기온이 오르는 것을 보아하니 내년에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더울 것 같다. 그러나 축 처져 있는 대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잊기로 한다. 더위 속에 느낄 수 있는 청량한 느낌은 아무 때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 그게 더위든 뭐든 간에. 내년 여름에는 더위에 유독 약한 지인에게 맥주에 대해 얕은 지식을 좀 쌓아보라고 부추겨야겠다. 취향에 맞는 맥주를 고르는 시간을 좀 길게 가지다보면 어느새 여름이 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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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3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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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가 출간된 지 92년이 되었다니 놀랍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푸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야 알게 되었다. 아들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동화를 쓴 것이라 그런지 아들에 대한 사랑이 책 전체에 묻어난다. 성격이 다른 동물 친구들이 함께 놀면서 싸우기도 하고 모험을 하기도 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세계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지만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성장해 나가는 푸와 친구들이 대견스럽다.

꿀이 가득 든 단지를 끌어안고 있는 곰돌이 푸는 아이나 어른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 온 푸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행동은 느리지만 낙천적인 성격과 귀여움을 몇 배로 늘리는 볼록한 배에 있지 않을까. 그다지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친구를 구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푸는 그 둥글둥글한 마음을 우리에게 내보이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진심을 다해 친구들을 대하는 푸를 싫어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따뜻한 성격의 푸, 내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은 돼지 피글렛, 우울하고 부정적인 당나귀 이요르,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엄마 캥거루 캥거와 활달하고 천진난만한 아기 캥거루 루, 똑똑하고 화를 잘 내는 토끼, 수다스러운 올빼미, 그리고 영리한 리더인 크리스토퍼 로빈이 함께 모여 이루는 일상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다. 당분간 아이가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아이는 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숲속에서 걱정 없이 뛰어노는 푸와 친구들을 보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놀 생각에 밥을 얼른 얼고는 밖으로 달려나가곤 했었는데. 눈이 반짝이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구나. 다음달에 '곰돌이 푸'를 개봉하면 아이와 함께 보러 가야겠다.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은 어떤 모습일지, 푸와 친구들은 옛 친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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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도구 도감 - 일러스트로 보는 모든 부엌 도구에 관한 설명서
앨런 스노 지음, 서지희 옮김 / 그린라이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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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도구 도감>은 부엌의 모든 것을 그린 책이다. 요리할 때 쓰는 각종 도구들의 그림이 실려 있는데 그림 옆에는 각 도구에 대한 설명이 있어 도구는 물론 그 배경지식도 얻게 된다. 칼과 채칼, 분쇄기 등 여러 가지 도구의 종류와 고르는 방법, 이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까지 나와 있어서 알고 싶은 기구를 먼저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는 도구 사용법, 각종 음식 조리법, 음식 보관법까지 없는 게 없다.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림을 보고 사용법을 읽어보면서 관심이 많이 생겼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좀 더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갖춰 놓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넘기다 초콜릿 만드는 방법에 눈길이 붙박였다. 습식 분쇄기가 있으면 초콜릿 만드는 것이 식은 죽 먹기라니 당장 하나 장만하고 싶어진다. 다양한 커피 만드는 법도 실려 있어 가끔 집에서 카페 분위기를 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커피와 우유의 비율을 잘 맞춰서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마키아토를 한 가지씩 만들어 봐야겠다. 커피와 어울릴 만한 컵도 장만하고서. 책을 읽으면서 밀크셰이크가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알코올을 넣었다고 하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우유, 과일 시럽, 아이스크림과 엿기름가루, 알코올 음료 등의 재료를 넣고 만든 밀크셰이크는 달콤했겠지. 지금 판매해도 꽤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라진 메뉴라 아쉽기만 하다. 누군가 이 책을 보고 사라진 음식들을 개발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꿈일까.

요리에 얽힌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들, 부엌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찬찬히 읽고 있자니 은근히 재미있다. 공들여 그린 일러스트는 여러 번 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도구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다. 다만, 이 책의 부작용은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음식을 만들고 싶게 하는 데 있다. 롤케이크, 캐서롤, 그라니타 등을 왠지 잘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꼭 필요한 도구를 알게 됐다는 뿌듯함이 부른 결과가 아닐런지. 한정된 부엌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궁리하는 것도 이렇게 흥미로운 일이었구나. 어떤 도구를 어디에 배치할지 생각하다 나중에 집을 옮기게 될 때 부엌 구조를 세밀히 살펴봐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앞으로 점점 부엌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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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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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자주 가는 편이다. 출퇴근 길에 들르기도 하고 간식거리가 생각날 때 바로 달려가기도 한다. 집 근처에 편의점이 없다면 아주 불편하지 않을까. 커피, 초콜릿, 과자 등 간식거리부터 샌드위치, 삼각김밥, 도시락 등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까지 없는 게 없는 편의점은 갈 때마다 어딘가 조금씩 바뀌어 있어 친숙하면서도 새롭다. 신제품 구경을 하다 하나씩 사와서 맛보는 재미가 있어 편의점에 자주 가게 된다. 거기다 늘 반갑게 인사하는 점주님과의 짧은 대화도 편의점에 가는 횟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주로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쩔 때는 새로운 초콜릿이 들어왔다고 귀띔해 주시기도 한다. 갈 때마다 초콜릿을 사는 걸 기억하시는 것이다. 이 분은 나를 '항상 초콜릿'쯤의 별명으로 부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처럼.

편의점을 운영하는 일이 보통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상상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업종이구나 싶다. 수많은 제품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 계절별, 시기별로 쏟아져 들어오는 행사 제품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재고정리를 하고 전산에 입력하는 일까지 업무량이 많아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인다. 물론 저자가 남들보다 부지런한 탓도 있다. 안 해도 그만인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서 하는 수많은 고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손님 입장에서는 편리하니 자연히 찾게 되는 편의점이 되겠지만 이득을 따져 보았을 때 그리 수지타산이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점주가 자기 편의점에 애정을 가지고 고객 중심의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혹시 편의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친화력 있는 점주가 세심하게 손님들을 대하는 중간중간에 짬짬이 쓴 이 글들을 보면 금세 궁금증이 풀릴 테니까. 편의점 점주의 입을 통해 편의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으니 얼마나 실감나는지 모른다. 어쩌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치고 편의점에 푹 빠져 사는 모습이나 매장 동선, 진열 방법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 좋은 파급력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계절의 바뀜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되는 그 공간에서 저자는 오늘도 무슨 글이든 쓰고 있겠지. 책 중간에 잠시 언급됐던 그의 옛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길게 풀어놓으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는 그런 내용이 담긴 책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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