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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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침대에서 잠자기 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필자 또한 그 들 중 하나이다.
침대에서 읽는 책은 꿀맛이다.
그 꿀맛에 이끌려 잠자리에서 책을 본다.
 
책 <침대와 책>은 필자의 호기심을 끌었다.
게다가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부제까지 달려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책 판형도 일반적인 판형에서 세로로 길이가 긴 판형이었다.
책 표지도 한 여인이 책 한 권을 집어들고 침대로 향하는 그림이 파스텔톤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 정혜윤의 독서력을 인정한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은 듯하다.
부러울 정도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책의 독서기와 자신의 경험담을 잘 섞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음식을 잘 섞으면 새로운 맛을 내기도 하지만
잘못 섞으면 혀를 괴롭히는 맛을 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고 느꼈다.
여기에 가끔 언어 유희까지 섞으면 더욱 괴이하다.
 
또 각 장마다 기복이 심하다.
어떤 장에 있는 글은 하드보일드같은 문체이지만
어떤 장에 있는 한 문장의 길이는 반 페이지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가십을 이 책 한 권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달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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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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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기자로 산다는 것>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썼다.
 길게는 18년 동안 시사저널에 몸담았던 기자들이 몇 페이지씩 맡아 글을 썼다.
 내용은 언론사 생활에 관한 것들…
 어떻게 기자가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기사를 썼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 내용에 취재와 기사 작성의 아픔이 배어나온다.
 각 기자의 성품과 특징도 펄떡 살아있다.
 또 기자들 사이에 끈끈한 끈을 느낄 수 있다.
 기자 지망생이나 신출내기 기자가 읽으면 딱 좋을 내용이 구석구석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 표지가 빨갛다. 튀어도 너무 튄다.
 물론 시사저널의 전통 색상을 살린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지만 말이다.
 또 모든 기자들이 글을 쓰지 않았다.
 몇몇 기자들만 글을 썼다는 점이 아쉽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렇다.
 시사저널 사태는 빼고 기자로 사는 것만 묶었다면 좋았겠다.
 자칫 책이 시사저널 사태에 초점을 두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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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전쟁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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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마을이 전쟁을 하다니.
그것도 사상자가 발생하는 진짜 전쟁을.
일본 소설 <이웃마을전쟁>은 이처럼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남자가 읍사무소로부터 받은 홍보지를 통해 이웃마을과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 기타하라 슈지라는 남자는 평범한 샐러리맨.
그는 읍사무소로부터 전쟁에서 정찰 임무를 부여받는다.
엉겁결에 전쟁에 투입되긴 했지만 실제 두 마을은 평온하기만 하다.
총소리도 들리지 않은 뿐더러 웅성거림도 없다.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읍사무소가 발행하는 홍보지에는 전사자가 몇 명이 발생했다는 등 전쟁소식이 담겨있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어떤 모습의 전쟁일까.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소설의 장면이 매우 구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구절은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과연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전쟁은 어떤 전쟁인지…
주인공도 독자와 같은 이 의문을 품고 있다.
독자와 같은 시각으로 이 소설을 쓰여있다.
1인칭 시각이기 때문에 긴장감도 있다. 

이 책은 황당하지만 경쾌하다.
독자의 호기심을 끈다는 측면에서 소설답다.
그러나 끝 부분은 다소 시들하다.
전쟁의 의미보다 사랑을 강조한다.
물론 사랑을 전쟁을 통해 강조하려 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책 내용 중 일부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직간접적으로 묻어있다.
 
“전쟁이 도대체 무엇인지 근본적은 부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실제 경험도 없고,
자기 안에 전쟁에 대한 명확한 주의주장을 확립시킬 필연성도 갖지 못한 채 그저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전쟁=필요악’이라고만 생각해 버리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우리 머릿속에는 보편화된 흑백의 영상이 떠오른다.
행군하는 병사들, 검은 연기를 꼬리에 달고 떨어지는 전투기, 끔찍한 버섯구름, 그리고 부모를 잃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비쩍 마른 아이들. 그런 영상들은 우리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전쟁을 부정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반면에 소위 세상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싸우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슈퍼 히어로 만화도 그렇고, 권선징악이 패턴이 된 일본의 시대극 또한 마찬가지다. (중략)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싸움은 그 어느 쪽으로도 분류할 수 없고, 예상치도 못했던 형태로 나를 그곳으로 끌어들였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전쟁은 절대적인 악도 아니고 미화된 형태도 아닌, 전혀 다른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실제의 전쟁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그 속으로 휘말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때도 우리는 과연 전쟁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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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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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을 기억하는가.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1998년 작품. 미국 대통령이 걸스카우트 여학생을 성추행해서 고발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적대국과의 전쟁을 일으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운다는 일종의 음모론에 바탕을 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영화감독 역할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은 스튜디오에서 전쟁영화를 촬영한다. 그 영화를 CNN 등 방송 뉴스로 내보낸다.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책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호수에 공룡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꾸민 자작극. 그러나 이 소식에 일본 열도가 들끓는다. 300명밖에 되지 않는 두메마을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로 바뀐다. 보도진이 모여들고 관광객들이 꼬인다.
 
마을 사람들은 왜 이런 자작극을 꾸몄을까. 한마디로 돈 많은 도시가 이 두메마을에 관심을 갖아달라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 도시를 찾아 떠나고, 마을 경기는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을 정도이다. 결국 마을 살리기에 나선 주민들은 없는 공룡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의 깡촌 '우시아나' 마을. 어느 정도 깡촌인가 하면, 같은 일본 사람이라도 통역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란다. 도시사람들이 이런 시골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우선 도시에 있는 광고사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도산 위기에 몰린 삼류 광고회사 '유니버설 광고사'가 이 마을의 홍보를 맡게 됐다. 몰락해가는 마을과 망해가는 광고사가 만난 것.
 
이름하여 '마을 맹글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록페스티벌, 특산품 오로로콩 판매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보지만 여의치 않다. 결국 마을 호수에 공룡을 나타나게 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마치 영국의 '네스'처럼… 마을 청년이 공룡 모형을 뒤집어쓰고 호수 수면을 수영하는 모습을 미리 짜놓은 삼류 사진가가 사진을 찍었다. 물론 멀리서 흐릿하게. 마을 호수에 공룡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일본 전역에 퍼졌다.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는 거짓으로 발각되어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유명 TV 여자 앵커가 순수한 마을 청년과 결혼하게 된 것. 잘나가는 여자 앵커가 깡촌으로 시집을 왔으니 당연히 뉴스거리가 될 밖에. 또 이 마을은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책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를 읽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을 홍보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두메마을 '우시아나'의 사람들. 이들의 순수함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촌스럽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에는 거짓이 없다. 그래서 더욱 어수룩하게 보이는 면면들이 독자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또 이 책을 읽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을 받는다. 단순하지만 유쾌한 영화. 머리가 복잡할 때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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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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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제목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를 보고 "과연 무슨 책일까"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책은 동화다.
그럼에도 책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니 초등학생 10명이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한 일본의 작은 마을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10명이 공원에서 야구 놀이를 시작했다. 
잠시 후 비가 오자 미끄럼틀 아래로 비를 피했다.
비가 그치는 동안 아이들은 이상한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직업도, 나이도 알려진 바 없는 아마모리라는 아저씨는 신비의 대상이었다.
파이프담배를 즐기며 말이 없다.
5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지만 친한 사람도 없다.

아이들은 각각 아마모리씨에 관련된 신기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종이비행기를 타고 밤하늘을 날았다는 아이, 빈집에 들어가 넓은 바다를 만났다는 아이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다며 아이들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모든 일들을 아마모리씨가 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마모리씨를 마법사로 여긴다.
 
아마모리씨가 5년 만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다고 한다.
무서움의 대상이었던 아마모리씨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아이들은 감동적인 선물을 마련한다. 

 
책 내용은 이처럼 단순하다.
형식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흡사할 정도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신비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 가득하다.
분명 상상의 폭을 넓혀줄 만한 소재들이 다양하다.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어른도 어릴 적이 있었다는 단순한 진리(?) 때문에라도 이 책은 어들에게도 좋은 회상을 선물한다.
저자도 '글쓴이의 말'에서 비슷한 말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옛날'과 '앞으로'가 있다는 신기하면서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첫 번째 사건이었기 때문일까요."
저자 오카다 준은 판타지 동화를 주로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행복해진다.
마법에 걸린 듯 신비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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