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고 난 후 멍해지는 기분을 느낀 적은 있지만 TV를 보고 난 후 멍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BS가 2005년 9월부터 방송한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 조용한 음악과 단 몇 단어 혹은 몇 줄의 글이 어우러져 화면에 흐른다. 화면이 보이는 이미지는 사실적이거나 서정적이다. 마치 한 편의 시집을 읽는 듯한 또는 조용한 전시회장을 둘러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구과 영상으로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으려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프로그램이다. 내레이션도 없다. 단순히 글과 사진영상 그리고 음악이 전부다.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5분 동안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보다 더 시청자를 멍하게 만드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매년 세계는 700만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4000억잔의 커피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커피 이윤의 1%만이 커피 생산자의 몫이고 나머지 99%는 거대 커피회사와 중간거래상, 소매업자의 몫이라고 한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에티오피아 농민은 1년에 5만원을 받으려 중노동을 해야 하고, 햄버거 한 개를 먹을 때마다 중남미 열대림이 5제곱미터씩 불타 없어지고, 축구공 한 개를 만들기 위해 파키스탄 아이들이 150원을 받고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문제를 제시한다.
 
 "1%에 속하는 전세계 커피 재배종사자는 50여개국 2천만명, 그들의 대부분은 극빈자들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다."_30p
 
이렇게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거리를 소재로 삼아 영상과 글로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방송 내용을 묶어낸 책이 <지식e>다.
 
 이 책의 215쪽에는 "왜 항상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라는 한 문장만 쓰여있다. 미군기지가 평택 대추리로 이전하게 되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강제 이주에 문제점을 시사하는 내용이 뒷장에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if 긴급속보… 정부는 미군기지 확장예정지를 평택 대추리에서 강남구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_219p
 
 만일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온다면 과연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정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게 하는 문장이다. 이주를 거부하는 평택 대추리 마을 주민에 세상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만일 서울 강남구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이번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동시에 던진다. 왜 항상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없는 자는 왜 항상 없이 살아야 하는 가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멕시코 민속음악 '라 쿠카라차'에 담긴 멕시코 민족의 한(恨)을 조명하기도 하고, 한 달 539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 70만6000원의 인생,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기도 한다. '황우석 신화와 난자 의혹'이라는 제목의 MBC 'PD수첩'을 예로 들어 경마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꼼꼼히 제시한다. 매우 절제되고 다듬어진 언어와 영상으로 문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시청자는 멍해진다. 너무 쉽게 생각했던 부분, 그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이 책은 독자에게 전달한다.
 
 영화 <공공의 적>은 많은 관객을 모았다. 연기자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무엇보다 관람객의 대리만족이 컸기 때문이다. 사회의 공적을 징벌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시원하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반응이었다. 이 책은 공공의 적을 지적한다. 그것도 매우 고급스럽게… 그래서 더욱 이 책의 내용이 가슴과 머리에 와서 닿는다.
 
 "이 책은 무관심의 매립장 속에서 너무나 가볍게 버려진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구제하고, 그로써 우리가 스스로 손상시킨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호소하고 있다."_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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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