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을 기억하는가.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1998년 작품. 미국 대통령이 걸스카우트 여학생을 성추행해서 고발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적대국과의 전쟁을 일으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운다는 일종의 음모론에 바탕을 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영화감독 역할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은 스튜디오에서 전쟁영화를 촬영한다. 그 영화를 CNN 등 방송 뉴스로 내보낸다.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책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호수에 공룡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꾸민 자작극. 그러나 이 소식에 일본 열도가 들끓는다. 300명밖에 되지 않는 두메마을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로 바뀐다. 보도진이 모여들고 관광객들이 꼬인다.
 
마을 사람들은 왜 이런 자작극을 꾸몄을까. 한마디로 돈 많은 도시가 이 두메마을에 관심을 갖아달라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 도시를 찾아 떠나고, 마을 경기는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을 정도이다. 결국 마을 살리기에 나선 주민들은 없는 공룡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의 깡촌 '우시아나' 마을. 어느 정도 깡촌인가 하면, 같은 일본 사람이라도 통역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란다. 도시사람들이 이런 시골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우선 도시에 있는 광고사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도산 위기에 몰린 삼류 광고회사 '유니버설 광고사'가 이 마을의 홍보를 맡게 됐다. 몰락해가는 마을과 망해가는 광고사가 만난 것.
 
이름하여 '마을 맹글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록페스티벌, 특산품 오로로콩 판매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보지만 여의치 않다. 결국 마을 호수에 공룡을 나타나게 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마치 영국의 '네스'처럼… 마을 청년이 공룡 모형을 뒤집어쓰고 호수 수면을 수영하는 모습을 미리 짜놓은 삼류 사진가가 사진을 찍었다. 물론 멀리서 흐릿하게. 마을 호수에 공룡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일본 전역에 퍼졌다.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는 거짓으로 발각되어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유명 TV 여자 앵커가 순수한 마을 청년과 결혼하게 된 것. 잘나가는 여자 앵커가 깡촌으로 시집을 왔으니 당연히 뉴스거리가 될 밖에. 또 이 마을은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책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를 읽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을 홍보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두메마을 '우시아나'의 사람들. 이들의 순수함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촌스럽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에는 거짓이 없다. 그래서 더욱 어수룩하게 보이는 면면들이 독자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또 이 책을 읽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을 받는다. 단순하지만 유쾌한 영화. 머리가 복잡할 때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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