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한국여인 야물이
맹 도티 쉬러 지음, 신명섭 옮김 / 종합출판(EnG)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야물이>는 하와이 이민 1~2세에 대한 삶을 그렸다.
 김야물이라는 한국인 처녀가 하와이에 간 사연에서부터
 자녀 중 한 명이 하와이 최고 한국계 시장이 되기까지 가족사가 담겨있다.
 하와이 이민 1세들은 고난을 뛰어넘어 야물게 살아남았다.
 책의 제목에도 ‘야무진 한국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책은 모친 김야물씨의 딸 맹도티쉬러가 쓴 것이다. 
 
 대강 하와이 이민사를 추상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의 실화인 만큼 매우 사실적이다.
 또 매우 생생하다.
 삽화도 직접 손으로 그려 더욱 사실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러나 너무 가족의 이야기에만 치우친 나머지 숲을 보는 시각은 없다.
 이민 1~2세대의 고난과 역경은 반감된 느낌이다.
 이 가족의 삶을 보면 그렇게 어려운 삶을 살았다기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 어려운 시절, 물론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포드 차도 있는 집이었다.
 이 가족들이 숲 속에 살았기 때문에 외부의 어려운 사회상과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 맹도티쉬러의 외삼촌은 한국에서 상공부 차관이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리킴의 뒷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와이 최초 한국계 시장이 되었다는 시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끝난다.
 어떻게 하와이를 변화시켰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한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고 싶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 아마추어이다.
 일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어려운 삶을 살아 후대 이민자들의 밑거름이 된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책의 완성도를 더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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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삶
칼 번스타인 지음,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현명한 여자이다.'
책 <힐러리의 삶(원작 A woman in charge)>을 읽고 그에 대해 느낀 점이다.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한 지 14년 만에 힐러리가 다시 백악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것이 이 책에 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그는 남편이자 미국 42대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의 '부적절한 관계'를 자신의 신분상승으로 이용했다. 그가 2008년 미국 대선에 나선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남편의 '르윈스키 사건' 이후 그는 모든 분노를 삼키고 이를 전화위복으로 이용했다. 오히려 남편,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편을 들어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인들이 그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힐러리. 그는 과연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았던 인물인가. 그의 정치적 역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힐러리의 삶>이다.
 
상원의원을 지낸 힐러리는 의회에서 나서지 않는다.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신분이었지만 나서지 않았다. 의회에서도 선배 의원들의 조언을 따랐다. 이는 ‘반 힐러리’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로 작용했다.
그는 뉴욕과 별 상관이 없다. 그런 그가 뉴욕에서 상원의원으로 선발된 것은 그에 대한 두터운 지지자들 덕분이다. 당시 힐러리는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당시 매우 고민했다고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그는 또 그 고민을 했다. 미국 대통령에 출마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출사표를 던졌다.

 

힐러리는 전혀 사교적이지 못하고 완고한 아버지와 자신의 뜻을 받아주는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결코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는 부모의 가르침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갖추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예일대 법학 박사를 받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는 공부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영재는 아니었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때부터 자신을 단련시키는 성향이 짙어진 듯하다. 그리고 1975년 지금의 남편인 빌 클린턴과 결혼했다. 그 때만 해도 그의 남편이 또 자신이 미국 대통령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남편이 주지사가 될 때,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 대통령이 될 때에도 그는 가장 우수한 참모 역할을 자청했다. 그런 경험이 현재 힐러리 자신의 정치인생에 큰 노둣돌이 된 셈이다.

 

그러나 힐러리는 천상 정치꾼이라는 닉네임을 떼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듯이 그는 자신의 속내를 절대 내보이지 않는다. 말을 바꾸거나 위장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또 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반대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 책을 읽기 전에 빌 클린턴이 쓴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라는 책을 접했다. 이 책을 일고 난 후 힐러리의 이 책을 읽으면 두 사람의 시각이 분명히 나타난다. 또 어릴 때의 습관이 커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엿볼 수도 있다. 예컨대 빌 클린턴에게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면 힐러리에게는 단호한 면이 있다.
 
이 책은 칼 번스타인이 썼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일하던 당시 밥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사람이다. 칼 번스타인은 힐러리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200여명에 달하는 그녀의 동창들과 친구들, 그리고 적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정치인이 탄생했으면… 또 그런 사람의 삶을 조명한 책이 많았으면 하는 부러움이 생겼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의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않아 독자가 혼란을 격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역사>에서 힐러리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언어폭력과 정신적인 학대를 일삼았고, 어머니가 다른 사람 같으면 뛰쳐나갈 정도로 비참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757페이지
한 문장에 주어가 수개씩 등장하면 독자는 헷갈린다. 영어 원문은 그렇더라도 언어적 특징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 말에 맞도록 끊어 번역하는 것도 옮긴이의 몫일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힐러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의 앞뒤 정황이다. 그래서 항상 크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이러한 성향은 보수적인 정치가들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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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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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6ㆍ25, 군사정권, 민주화운동 그리고 노무현 정권…
시대마다 아픔을 안고 살아왔다.
그 아픔을 까발리고 치료하려는 노력도 함께 있었다.
물론 과거는 과거일 뿐 들추지 말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 외 많은 시각이 생기고 사라지면서 우리는 진보와 보수로 이들을 굳이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진보라거나 보수라고 하지 않는다.
또 한 다리 걸치고 진보성향을 띤 보수, 또는 보수적인 진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재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과연 노무현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 지승호는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을 엮었다.
책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했다.
일곱 명의 시각을 빌어 대한민국을 뜯어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박노자는 대한민국을 ‘미국의 자발적 식민지가 된 나라’라고 말했다.
홍세화는 ‘공화국의 가치를 버린 나라’라는 말을 쓸 정도로 극단적이다.
김규항은 ‘자본 파시즘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한홍구는 ‘머리 까만 미국인들의 나라’로 치부한다.
심상정은 ‘이제는 삼성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진중권은 ‘정염이 태양처럼 빛나는 나라’라며 시적인 표현을 썼다.
손석춘은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나라’라며 걱정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저자 지승호의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이야기 되풀이’라고 말한다.
맞다.
그럼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그 무언가가 고쳐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군 병사가 우리 아녀자를 폭행해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나라,
삼성의 지배구조 속에 대한민국이 허우적대는 나라.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정치꾼과 공무원이 너무 많은 나라 등…
 
이 책은 인터뷰라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딱딱한 주제(대한민국의 현실)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또 반드시 한 번쯤은 읽어볼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곱 명의 색깔을 살펴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다.
굳이 어려운 단어를 섞어 글을 풀어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칫 말장난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이념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려고 애를 쓰지 않았나 싶다.
이상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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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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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이다.
현재 인도의 명문 푸네대학 총장이며 인도의 미래 대통령감으로 꼽히고 있는 나렌드라 자다브.
그는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임에도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로 거듭났다.
불가촉천민 출신이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이야깃거리이다.
그의 책 <신도 버린 사람들>이 유명세를 타는 이유이다. 
 
옷깃도 닿으면 안 된다고 해서 붙여진 계급, 불가촉천민(untouchables).
그가 불가촉천민의 멍에를 어떻게 벗어던지고 가촉민이 되었는지 그 역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4분의 1은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부친과 모친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죽었는지가 책 내용의 절반을 넘는다.
내용이 지루해질 즈음 주인공인 나렌드라 자다브의 이야기가 겨우 시작된다.
그러나 흥미를 느낄 새도 없이 마지막 장을 넘겨야 한다. 
 
저자는 집안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태어났기 때문에,
또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불가촉천민의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삶을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가촉천민의 삶을 생생하게 알려주고자 부모의 삶을 책 내용에 담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책 내용에서 부모의 삶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오히려 본문 후에 이어진 ‘에필로그’에 쓴 저자 자신의 부분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그럼에도 사실 저자의 삶에 대한 내용은 책 내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부모의 의식이 깬 사람이라서 지금의 나렌드라 자다브와 같이 훌륭한 사람이 나왔다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
또 그가 불가촉천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부모의 덕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은 부모보다 저자의 삶이 궁금하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의 궁금증과 갈증을 온전히 해소해주지 못했다.
다만 인도의 계급제도의 불평등과 불가촉천민의 삶을 생생하게 설명하는 데는 성공했다.
마치 꼼짝하지 않는 옐로우 캡 안에서 ‘말로만 듣던 뉴욕의 출근길 교통은 최악이군’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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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
고정욱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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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밗에 실망했다.
‘사전’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제목에 달려 있지 않았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책 제목 <우리말 사전>, 글자 그대로 ‘사전’이다.
이 책을 직접 손에 들어 보기 전까지는 ‘우리말’을 서술식으로 설명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서술식이 아니다. 단어와 뜻이 나열된 진짜 사전이다.
 
그러나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일반적인 사전과 달리 약간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ㄱㄴㄷ 순이 아니다.
‘불과 관계되는 말’
‘배와 관계되는 말’
‘태양과 관계되는 말’ 등 특정 사물과 관련된 우리말을 정리해 놓았다.
예컨대, ‘불과 관계되는 말’을 보면 이렇다.
 
“괄다_1)화력이 세다. 2)성질이 세고 급하다.
예) 고기가 타는 걸 보니 숯불이 너무 괄구나.
 
벗닿다_나뭇조각이나 숯이 여럿이 한데 닿아서 불이 일어나게 된다.
예) 옛날 원시인들은 불을 피우기 위해서 나무와 나무를 벗닿게 했다.
 
부싯깃_부시를 치는데 불똥이 박혀서 불이 붙는 물건. 쑥잎, 수리치 따위를 볶아서 비벼 만듦.
예) 눅눅한 날씨 탓인지 수십 번 부싯돌을 부딪친 다음에야 부싯깃에 불이 붙었다.”
 
책 뒤편에 부록도 있다.
‘문학 작품 속의 우리말’을 정리해두었다.
이런 식이다.
 
“김주영의 작품
1. 과외수업
대거리_상대하여 대들다.
두름_물고기, 나물 따위를 길게 엮은 줄.
마뜩하다_마음에 마땅하다.
(생략)”
 
또 ‘북한에서 쓰는 말 중 살려 쓸 우리말’과 ‘순화 대상 일본어 및 일본식 어휘’편도 덧붙어 있다.
 
작가 지망생에게는 필수 서적이 아닌가 싶다.
일반인도 이 책을 완독할 필요는 없겠으나 곁에 두면 내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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