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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삶
칼 번스타인 지음,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현명한 여자이다.'
책 <힐러리의 삶(원작 A woman in charge)>을 읽고 그에 대해 느낀 점이다.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한 지 14년 만에 힐러리가 다시 백악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것이 이 책에 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그는 남편이자 미국 42대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의 '부적절한 관계'를 자신의 신분상승으로 이용했다. 그가 2008년 미국 대선에 나선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남편의 '르윈스키 사건' 이후 그는 모든 분노를 삼키고 이를 전화위복으로 이용했다. 오히려 남편,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편을 들어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인들이 그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힐러리. 그는 과연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았던 인물인가. 그의 정치적 역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힐러리의 삶>이다.
상원의원을 지낸 힐러리는 의회에서 나서지 않는다. 2000년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신분이었지만 나서지 않았다. 의회에서도 선배 의원들의 조언을 따랐다. 이는 ‘반 힐러리’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로 작용했다.
그는 뉴욕과 별 상관이 없다. 그런 그가 뉴욕에서 상원의원으로 선발된 것은 그에 대한 두터운 지지자들 덕분이다. 당시 힐러리는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당시 매우 고민했다고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그는 또 그 고민을 했다. 미국 대통령에 출마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출사표를 던졌다.
힐러리는 전혀 사교적이지 못하고 완고한 아버지와 자신의 뜻을 받아주는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결코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는 부모의 가르침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갖추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예일대 법학 박사를 받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는 공부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영재는 아니었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때부터 자신을 단련시키는 성향이 짙어진 듯하다. 그리고 1975년 지금의 남편인 빌 클린턴과 결혼했다. 그 때만 해도 그의 남편이 또 자신이 미국 대통령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남편이 주지사가 될 때,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 대통령이 될 때에도 그는 가장 우수한 참모 역할을 자청했다. 그런 경험이 현재 힐러리 자신의 정치인생에 큰 노둣돌이 된 셈이다.
그러나 힐러리는 천상 정치꾼이라는 닉네임을 떼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듯이 그는 자신의 속내를 절대 내보이지 않는다. 말을 바꾸거나 위장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또 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반대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 책을 읽기 전에 빌 클린턴이 쓴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라는 책을 접했다. 이 책을 일고 난 후 힐러리의 이 책을 읽으면 두 사람의 시각이 분명히 나타난다. 또 어릴 때의 습관이 커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엿볼 수도 있다. 예컨대 빌 클린턴에게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면 힐러리에게는 단호한 면이 있다.
이 책은 칼 번스타인이 썼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일하던 당시 밥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사람이다. 칼 번스타인은 힐러리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200여명에 달하는 그녀의 동창들과 친구들, 그리고 적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정치인이 탄생했으면… 또 그런 사람의 삶을 조명한 책이 많았으면 하는 부러움이 생겼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의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않아 독자가 혼란을 격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역사>에서 힐러리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언어폭력과 정신적인 학대를 일삼았고, 어머니가 다른 사람 같으면 뛰쳐나갈 정도로 비참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757페이지
한 문장에 주어가 수개씩 등장하면 독자는 헷갈린다. 영어 원문은 그렇더라도 언어적 특징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 말에 맞도록 끊어 번역하는 것도 옮긴이의 몫일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힐러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의 앞뒤 정황이다. 그래서 항상 크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이러한 성향은 보수적인 정치가들과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