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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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 1
좋은 대학 가려고 재수, 삼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탄탄한 직장 잡으려고.
탄탄한 직장을 잡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 먹고 잘 살려고.
잘 먹고 잘 살면 행복한가?

 

#생각 2
모든 것을 떠나 농촌에서 살면 어떨까?
아예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살아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꼭 꼬리표가 철썩 달라붙는다.
아이들 교육문제는?
돈은 어떻게 벌어?
남들 시선을 어떻게 감당해?

 

이런 꼬리표에 대한 힌트를 주는 책이 있다.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장영란과 김광화는 부부다.
슬하에 20대 딸과 10대 아들이 있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6년 이 부부는 서울살이를 청산했다.
1998년에는 무주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리고 2006년 부부는 이 책을 썼다.
한마디로 귀농하길 잘했다는 내용이다.

 

농사를 짓은 이 가족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농사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잔단다.
또 여름이면 활기차게 바깥 생활을 하고 겨울이면 실내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진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도시생활은 당연하지지가 않다.
아니 당연해질수가 없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 무관한 생활이다. 
여름과 겨울에 따라 일이나 삶에 변화가 없다.

 

현대 도시의 삶은 힘들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생활에 불만이 많다.
내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교실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른도 마찬가지다.
돈벌이를 위해 좋은 내색, 싫은 내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회색 얼굴을 하고 거짓된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가족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즐겁다고 한다.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며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문득 많은 사람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소싯적 꿈꾸던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꿈꾸던 삶을 찾아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아이들을 공부시켜 소위 출세시키려면 도시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농촌으로 가면 이른바 촌놈밖에 더 되겠느냐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부부는 실천했다.
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아름답게.
특히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라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나 판타지처럼 보인다.
저자 부부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럽지 않다고 한다.
지금 행복한데 왜 적정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무책임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다.

 

자연에서 사는 사람과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많이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
생활이 다르다.
건강이 다르다.
종합적으로 말해, 삶이 다르다.
어떤 삶이 인간답고 행복한 삶인가?
어차피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인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고기 조금 덜 먹고,
예쁜 옷 조금 덜 입고,
좋은 차 탐내지 않고,
큰 집 욕심 조금 덜 내면 행복하지 않을까?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물음에 힌트를 주는 책이 <아이들은 자연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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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루의 신화 - 김진송의 역사 실험, 모두의 이야기면서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
김진송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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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6천년전 한반도에 가부루라는 석기시대 부족이 있었다. 이 부족은 새 발자국에서 본뜬 문자인 조족문을 사용했다. 한자가 있기 이전의 일이다. 세계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무서운 사실이다. 단군신화 이전에 문명이 존재했고 한글보다 수천년 앞선 문자가 있었던 셈이다.
 
책 <가부루의 신화>는 가부루의 조족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국어학자 장근호씨가 1989년 강원도 고성군 미산면에 있는 중미산의 한 동굴에서 조족문이 찍힌 수백점의 점토판을 발견한다. 10년 동안 이 고대문자를 해독한 끝에 고도의 문명이 단군신화 이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고대문자 해독을 통해 가부루의 역사와 신화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점토판이 있던 동굴 주변에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물이 동굴로 스며들어 수백점의 점토판은 진흙으로 녹아버리고 만다. 역사적 증거물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학계 발표를 앞둔 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신이 해독한 자료를 제자에게 유물로 남긴다. 그 유물을 바탕으로 쓴 책이 <가부루의 신화>라고 저자 김진송은 머리말에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증거는 없지만 분명한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무런 근거를 남기지 못한 역사는 사라져 버리고 신화로만 남을 것이다. 신화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다시 허구로 변해 버릴 것이다. (중략) 소설은 허구를 사실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지만 사실을 허구처럼 보이기 위해 소설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가부루 조족문의 사실을 강조했다. 이 책 표지에 적힌 부제도 "모두의 이야기면서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이 책에는 장근호씨가 가부루의 문자를 발견하고 해독한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이어 가부루의 신화와 역사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이 역사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못하고 책으로 출판하게 된 배경도 적혀 있다.

책을 덮고 혼란스러웠다. 장근호라는 이름의 국어학자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 가부루라는 부족이 있었다면 이미 하계나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법하다. 책의 모든 내용이 생소하다. 이런 고민에 빠지다니, 참 순진했다. "설마 저자가 머리말에까지 허구를 진실처럼 미화했을까"라고 방심했다.
이 책은 허구 즉 소설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확인해보아도 장근호라는 국어학자는 없으며 강원도 고성군 미산면이라는 행정구역도 없다. 또 책에 "역사 실험"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게다가 가부루의 고대문자를 해독했다고는 하나 가부루족의 당시 생활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는 점도 의심할 대목이다.

저자가 허구를 역사적 사실처럼 쓴 이유는 무엇일까? 독점 또는 독식의 병폐를 꼬집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가부루는 조족문이라는 문자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면서 인근 부족을 점령하며 막강한 문명의 권력을 휘두른다. 결국, 인근 부족들의 반란으로 가부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내용이 있다.
또 가부루의 문자를 발견한 학자도 10년 동안 발견 자체를 세상에 밝히지 않는다. 독점적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독식은 결국 점토판이 물에 녹아 진흙으로 변하는 것으로 종말을 맞이한다. 역사적 증거물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역사가 신화나 전설로만 남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부루 부족과 국어학자의 공통점은 문자를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역사도 허구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던지고 있다. 역사란 물적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역사로 둔갑될 수 있다는 내용이 이 책 말미에 나온다. 화자와 화자의 친구인 대학 교수의 대화에서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짚어내고 있다. 물적 증거가 없어도 유명 학자의 연구와 주장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러나 서평을 쓰면서 허구인 것이 명확해졌을 뿐 아니라 저자의 의도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잘 짜인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빈치 코드>보다 현실적인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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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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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는 쉬워.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이 어려워. 당신과 헤어지면 나는 아마 죽을 거야. 보고 싶어서 죽을 거야."
책 <나스타샤>의 내용이다.
이 책은 '사랑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다.
그만큼 감칠맛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스타샤라는 우크라이나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과 사랑하는 주인공 남자 조지.
한국 사람인 그는 캐나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캐나다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 둘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구 소련의 붕괴로 남편과 아들로부터 생이별한 나스타샤.
비밀 경찰로부터 집단 강간까지 당해 캐나다로 망명한 나스타샤.
정신과 육체에 씻지 못한 멍에를 진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그 남자는 나스타샤를 헌신적으로 사랑한다.
육체적 상처를 치료받게 해준다.
더 나아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남편과 아들을 찾도록 해준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과 아들을 만나는 나스타샤.
나스타샤에게 조지는 전지전능한 사람이다.
영혼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여기까지였다.
나스타샤가 가족을 만나면서 남자는 나스타샤를 떠난다.
그리고 방황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린 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 남자 앞에 충격적인 사실이 다가온다.

 

"나스타샤는 온타리오 호수에 투신했다. 우리가 같이 앉아서 사진 찍었던 벤치에서 몸을 던졌다. 나는, 나스타샤가 보리스의 병이 낫고 아니카가 자랐을 때 자기에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스타샤는 죽을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었다."

 

사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라는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결론마저 어정쩡하면 더욱 식상하다.
다행스럽게 이 책의 결말은 정교하다.
이 책을 읽은 후 소설인지 실화인지 의문까지 든다.
사실 저자 조지수는 실명이 아니라 필명이다.
저자가 필명까지 쓴 이유도 자신이 경험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읽게 된 동기는 문체가 아름답다는 주변의 평가 때문이었다.
사실 이 평가에 동의할 수는 없다.
다만 깔끔한 맛은 있다.

그런데 책을 접하고 첫 3분의 1까지 읽는 동안은 난감했다.
한마디로 복잡했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캐나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두서없이 섞여있었다.
모두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책을 읽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처음부터 이해가 명확하지 않아 당황했다.

 

책의 3분의 1을 넘어서면서부터 주인공 조지가 나스타샤를 만난다.
이때부터 내용은 일관성을 갖춘다.
즉 최초 3분의 1은 나머지 3분의 2를 위한 설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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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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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부까지 미국 역사를 한 책으로 집대성했다는 면에서 책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우리나라 역사학자 이이화의 <역사>와 닮은꼴이다.
이이화의 <역사>는 고조선부터 전두환ㆍ노태우 정부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책 한 권에 묶었다. 사실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책 한 권으로 엮는다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 그런 책은 역사를 일목에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아있는 미국역사>도 그런 책이다. 
 
그러나 이이화의 <역사>와 이 책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시각이 다르다.
전자가 역사의 담담하게 기술한 정통역사서라면 후자는 대중의 시각에서 본 역사를 그렸다.
많은 역사서는 왕권 또는 정부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당시 정책이나 법 집행이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인디언ㆍ흑인ㆍ여성ㆍ소수 이민자의 눈에 비친 미국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 하워드 진이 진보적인 역사학자인 점도 이 책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한다.
 
미국 대중들의 눈에 비친 미국역사는 참으로 암울하다.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개척하면서 원주민인 인디언을 말살한 것부터 시작된다.
최근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워 중동국가들을 공격하는 이유의 속셈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이 책에 나타난 미국역사는 수면 아래 감춰진 또 다른 미국역사를 들춰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링컨의 경우이다.
링컨은 흑인 노예 해방을 위해 남북전쟁까지 감수한 영웅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링컨은 일개 정치꾼에 불과하다.
흑인 노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노예폐지론자였던 신문기자 호러스 그릴리에게 보낸 링컨의 편지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이 분쟁에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연방을 보존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하지 않고도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반대로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사실 미국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대표 국가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나라이다.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백인과 흑인이 이용하는 식당을 구분되었을 정도이다.
현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배럭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 둘의 경선에서 거둔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대선에서 경쟁할 경우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러 이유 중에 그가 흑인이라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
21세기 미국은 아직도 유리처럼 보이지 않는 벽이 백인과 흑인 또 유색인종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미국역사의 내면 갈등을 이 책에 부어 놓았다.
이 갈등을 잘근잘근 씹어보면 이 책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의 표현은 필요 이상으로 무겁다.
'역사=무게감'이라는 공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면 조금 부드럽고 쉽게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칫 지루함 때문에 역사서를 기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수면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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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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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은 몇 문장보다 힘이 세다고 한다.
또 잘 찍은 사진이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사진이라면 그 힘은 배가된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의 거리에서 해군 병사와 여인이 키스를 하는 사진.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 앞에 가로막아선 한 남자의 사진.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카파이즘이라는 말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5번의 전쟁에 참가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장의 참상을 사진으로 고발한 로버트 카파의 기자정신에서 나온 말이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인민전선파의 한 병사가 적의 기관총에 맞아 양팔을 벌리고 쓰러지는 장면을 담은 카파의 사진은 세기적인 전쟁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1942년부터 1945까지 2차 세계대전에 종군기자로 참여했던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서도 미군의 오마하 상륙을 촬영한 사진으로 또 한 번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 사진은 암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네거티브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열을 받아 흐려졌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라이프>에 특종 사진으로 실렸고 ‘카파의 손은 몹시 떨리고 있었다’는 설명도 붙었다.
 
이 설명이 제목이 된 책이 바로 ‘그때 카파의 손을 떨리고 있었다’라는 로버트 카파가 쓴 종군기이다.
흑백 필름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이 책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간단한 설명과 촬영 날짜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종군기자로 참여한 그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전투 군인이라기보다 종군기자였기 때문에 직접 전투를 하거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그는 목숨을 건 행동을 감수하면서 전장을 누볐다.
전쟁의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전쟁을 체험한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1954년 <라이프>의 요청으로 인도차이나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
그곳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그의 나이 마흔하나였다.
짧은 생이지만 그가 남긴 사진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에는 로버트 카파가 전쟁 중에 만나거나 교감을 나누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벡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지금은 유명 작가로 이름을 남긴 그들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읽는 덤이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 참으로 많은 사진들을 접할 수 있다.
한 아마추어의 사진은 프로 사진가의 사진보다 잘 찍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또 어떤 사진은 너무 후보정을 하는 바람에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멋있는 풍경이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멋있는 그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보도 사진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전쟁의 실상을 보도하는 종군기자의 사진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힘이 세다.
사진 한 장으로 광기 서린 전장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 속의 사진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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