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은 몇 문장보다 힘이 세다고 한다. 또 잘 찍은 사진이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사진이라면 그 힘은 배가된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의 거리에서 해군 병사와 여인이 키스를 하는 사진.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 앞에 가로막아선 한 남자의 사진.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카파이즘이라는 말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5번의 전쟁에 참가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장의 참상을 사진으로 고발한 로버트 카파의 기자정신에서 나온 말이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인민전선파의 한 병사가 적의 기관총에 맞아 양팔을 벌리고 쓰러지는 장면을 담은 카파의 사진은 세기적인 전쟁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1942년부터 1945까지 2차 세계대전에 종군기자로 참여했던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서도 미군의 오마하 상륙을 촬영한 사진으로 또 한 번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 사진은 암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네거티브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열을 받아 흐려졌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라이프>에 특종 사진으로 실렸고 ‘카파의 손은 몹시 떨리고 있었다’는 설명도 붙었다. 이 설명이 제목이 된 책이 바로 ‘그때 카파의 손을 떨리고 있었다’라는 로버트 카파가 쓴 종군기이다. 흑백 필름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이 책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간단한 설명과 촬영 날짜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종군기자로 참여한 그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전투 군인이라기보다 종군기자였기 때문에 직접 전투를 하거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그는 목숨을 건 행동을 감수하면서 전장을 누볐다. 전쟁의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전쟁을 체험한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1954년 <라이프>의 요청으로 인도차이나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 그곳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그의 나이 마흔하나였다. 짧은 생이지만 그가 남긴 사진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에는 로버트 카파가 전쟁 중에 만나거나 교감을 나누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벡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지금은 유명 작가로 이름을 남긴 그들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읽는 덤이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 참으로 많은 사진들을 접할 수 있다. 한 아마추어의 사진은 프로 사진가의 사진보다 잘 찍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또 어떤 사진은 너무 후보정을 하는 바람에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멋있는 풍경이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멋있는 그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보도 사진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전쟁의 실상을 보도하는 종군기자의 사진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힘이 세다. 사진 한 장으로 광기 서린 전장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 속의 사진을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