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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불륜이다, 아니다. 25살짜리 여대생과 50살의 중년 남자 사이에 생긴 사랑이야기 <페어 러브>에 대한 평은 극명하게 갈린다. 50살 먹은 남자의 친구가 죽는다. 그 친구에게는 25살 된 딸이 있다. 서로 사는 집이 한 동네라는 이유로 50살 먹은 남자는 친구의 딸을 보살펴 준다. 그 딸은 빨래를 핑계로 그 남자와 가까워진다.
나이가 대수인가. 남녀간에는 언제든지 사랑이 싹틀 수 있다. 문제는 친구의 딸이라는 점이다. 미묘한 관계 때문에 그 남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한다. 그 여자는 그 남자에 대한 사랑을 당돌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남자는 그 여자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 여자 "왜 항상 그래요? 만날 때 헤어질 거 걱정하고 해 뜰 때 해질 거 걱정하고, 태어나서 죽을 거 걱정하면서 사는 거 아니잖아요?"
그 남자 "만나면 헤어지는 게 당연하고, 해 뜨면 지는 게 당연하고, 태어나면 죽는 게 당연하지만, 니가 왔다가 니가 날 다시 떠나는 건 당연한 게 아니야."
그런데 사실 친구의 딸이라는 점을 잊으면 그렇게 문제될 것도 아니다. 그 여자도 처녀이고 그 남자도 총각이다. 나이 차가 있지만 순수한 사랑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 이 책에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결국 사랑에 빠진다. 아빠 친구가 애인이 된 셈이다. 아저씨에서 오빠로 호칭도 바뀐다.
그 남자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같이 있는 게 뭐가 문제냐는 거지.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피해를 주는 사람도 없는데. 내 얘기 무슨 얘긴지 알겠니?"
그 여자 "그게 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예요?"
이와 같이 나이를 초월한 순수한 사랑을 저자 신연식은 이 책에 그렸다. 제목에 있는 영어 fair에는 동등하다는 의미가 있다. 사랑은 나이 앞에서도 동등하다는 것이 제목 속에 담긴 의미이다. 저자는 '동등한' 사랑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뽑아냈다. 무거움에서 오는 불륜이라는 인식을 없앨 의도가 엿보인다. 그 남자의 말과 행동이 이따금 독자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눌하지만 순수한 그 남자와 진지하지만 어둡지 않은 그 여자 사이의 사랑은 경쾌해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최근 개봉했다. 배우 안성기가 그 남자, 이하나가 그 여자를 맡았다. 같은 사람이 책도 쓰고 영화도 만든 셈이다. 현재 영화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영화를 본 지인들은 이 영화가 결코 경망스럽지 않다고 평한다. 일반 스크린으로는 성공한 것 같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는 이 소설과 동명의 영화를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치켜세웠다.
이 책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궁금하다. 책을 읽고 난 후 영화 예고편과 스틸 사진을 살폈다. 책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위트와 상큼함을 느끼기에는 영화가 우세한 듯 보인다. 그 남자가 그 여자를 기다리며 꽃다발을 들고 서있는 모습, 그 여자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불꽃을 터뜨리는 장면 등은 책보다 영화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저자가 영화감독이므로 영상으로 표출해내는 데에 더 익숙한 때문이지 모르겠다.
책 내용 중에 그 남자의 과거 이야기도 중간 중간 나온다.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이다. 못 이룬 첫 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그 여자를 더 순수하게 사랑하게 하는 모티브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개 방식에서 독자는 어지럽다. 글 중간에 느닷없이 과거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현재와 과거가 마치 페이드인, 페이드아웃되면서 겹치는 느낌이다. 영상으로 처리하면 무리가 없는 장면이지만 글로 읽기에는 껄끄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