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실눈을 뜨고 한 참 동안 째려보았다. 읽을까, 말까를 망설였다.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나름대로 베스트셀러라는데 손길이 가지 않았다. 서점에서 책을 선택할 때 눈길을 주지 않는 책들이 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누워서 표지를 내보이는 책들이다. 오히려 좋은 책이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빛을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는데 열중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좋지 않은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좋은 책이니까 베스트셀러까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뜻 이 책을 들지 않은 이유는 저자가 배용준이기 때문이었다. 일부 유명인의 책은 내용은 형편 없으면서, 그 이름값에 편승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유명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책치고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책이 드물다는 경험이 작용했다.
 

선입견이었다. 처음에는 여행지의 사진이나 감상하자는 심보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여차하면 중간에 포기할 생각을 품고서 말이다. 책은 두툼하다. 4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박에 읽어버렸다. 솔직히 저자의 시각과 문체에 놀랐다. 프랑스는 에펠탑이,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이 대표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표 상징물을 찾으려 고민한다. 그 고민을 이 책에 담아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하기를 독려한다. 이 책은 가정식, 김치, 한복, 옻칠, 차, 도자기, 한글, 술, 한옥까지 다양한 것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최고수를 찾아 전국에 다녔다. 최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직접 체험도 했다. 그런 내용이 이 책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사람을 만나서 나눈 말을 글로 표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마 이 책은 저자의 처녀작인 것 같다. 초자 저자치고 그의 글은 비범했다. 단어며 문체가 한두 번 글을 써본 솜씨가 아니다. 바쁜 생활을 사는 저자가 책의 내용 전체를 직접 썼는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출판사 직원이나 전문가가 썼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책에 엎드려 있는 글과 사진은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감칠맛이 나서 독자의 책탐을 부추긴다.

 

저자가 사진 찍는 것에 취미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의 사진은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어지럽지 않다. 사물이나 풍경 사진이 특히 좋다. 옥의 티라면 저자 자신이 나온 사진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저자의 홍보책자나 화보처럼 보일 정도로 다른 사진작가가 찍은 '배용준 사진'이 많다. 

 

책 뒷부분에는 저자가 돌아다녔던 장소, 주소, 전화번호가 지도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그 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독자에 대한 배려라고 본다. 그런데 어떤 장소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저자는 유명인이므로 환대를 받았겠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구니들이 사는 백흥암이 대표적인 곳이다. 저자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했지만 일반인은 평소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석가탄신일에만 일반인에 개방한단다. 유명인인데다 책을 쓰는 목적이었으므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표 상징물을 찾아보려는 노력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외국인 입장에서 대한민국이라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땅치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미지는 김치, 불고기, 남대문, 한복, 한옥 등 제각각이기 일쑤이다.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아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한복도 일본 옷이나 중국 옷과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옥도 그렇고 한글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상징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옛날에 저자를 직접 만난 적이 있지만 그를 잘 모른다. 대화를 나누거나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 유명하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유명하다면 일정이 많이 바쁠 것 같다. 그런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재를 찾아 글로 옮긴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표 상징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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