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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도 -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ㅣ 키워드 한국문화 3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이 책은 도슨트(docent)와 같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처럼 저자 정병설은 소설 구운몽을 설명한다. 책 <구운몽도>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圖)에 대한 내용이다. 구운몽을 소재로 그린 민화(民畵)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20년 동안 40여 점의 구운몽 민화를 접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 구운몽도를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 설명이 도슨트처럼 상세하다. 저자도 책 머리말에서 "이 책은 구운몽도를 가지고 구운몽을 읽는 것이지, 구운몽을 가지고 구운몽도를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두었다.
소설 구운몽은 조선 숙종 때 김만중이 지은 장편소설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도 유명한 고전물이다.
구운몽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 주인공 성진(性眞)이라는 자는 육관대사(六 觀大師)의 제자이다. 그는 8명의 선녀(팔선녀)에 마음을 빼앗겨 수도에 정진하지 못한다. 스승은 성진을 인간세상에 태어나는 벌을 내린다. 성진은 인간으로 환생하여 여덟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 노년에 성진은 모든 부귀가 물거품임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기로 결심한다. 이때 꿈에서 깨어난다. 결국, 인간세상을 꿈을 통해 경험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성진은 스승에게 잘못을 용서받고 불도에 정진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구운몽은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이라는 깨우침을 주는 내용이다. 제목의 '구운'은 주인공 성진과 팔선녀를 가리킨다. 인간의 삶을 생겼다가 사라지는 구름에 비유한 소설이 구운몽이다. 구운몽은 임금부터 기생까지 읽었던 소설이라고 한다. 그만큼 유명세를 탔으니 이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려는 화가들도 많았을 것 같다. 실제로 같은 장면이라도 서로 다른 시각에서 그린 민화가 있다. 그런 민화를 비교하면서 저자는 구운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구운몽을 음란소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다처제를 접어두고라도 주인공 성진의 호색 취향이 외설스럽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권할만한 내용이 아니므로 교과서에 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생각이 다르다. 구운몽은 교훈을 전하기보다 인생의 아름다움, 낭만, 사랑, 자유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 구운몽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고 받은 말에서 예절을 배우고 화법을 익일 수 있다고 한다.
구운몽이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운몽은 그 옛날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였던 셈이다. 몽환적인 구름이 등장하고, 꿈과 현실이 뒤섞여 환상적인 상상을 유도한다. 생계가 각박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려운 현실을 잠시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구운몽이다. 저자는 구운몽도를 통해 이런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도 감상하면서 구운몽도를 읽을 수 있는 책이 <구운몽도>이다. 부제는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이다. 오랜만에 신선한 문학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