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친왕 이강
박종윤 지음 / 하이비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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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의친왕 이강>은 의친왕(1877년3월20일~1955년8월16일) 이강(李堈)의 삶에 허구를 적절하게 섞은 소설이다. 이강이 누구인가. 이강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다. 얼마 전 <덕혜옹주>라는 책을 읽었는데 덕혜옹주가 이강의 이복 여동생이다. 조선 마직막 임금 순종은 이강의 이복형이다. 그의 자녀는 현재 전주에 살고 있는 이석(李錫) 선생을 포함해 12남 9녀이다. 절반은 사망했고 생존해 있는 절반의 대부분은 미국 등 외국에 살고 있다.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이강은 덕혜옹주와 비슷한 비운의 삶을 살았다. 1894년에 대사로 일본에 다녀오고 이듬해 6개국 특파 대사로 영국, 프랑스, 도이칠란트, 러시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1899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1905년 귀국했다. 이후 육군 부장, 적십자사 총재 등을 지냈다. 한일 합방 이후 독립운동가들과 가까이 지냈다. 1948년 8월15일 정부가 수립되자 황실을 배척하던 이승만 대통령은 왕족을 대우하지 않았다. 1955년 8월16일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의 별궁에서 79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이강은 독립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그런 내용이 이 책의 골자이다. 이강은 임금의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독립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에서 이강은 독립운동 자금을 대는 상인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조국 독립을 위해서라면 백정도 만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서양의 부친 박성춘이다. 박서양은 조선 최초 양의사 7인 중 한 명이다. 백정의 아들이 조선 최초의 의사가 되는 이야기가 책 <제중원>에 있다. 그는 독립의지를 행동으로도 옮겼다. 대표적인 행동이 조선 땅을 벗어나려는 '탈출 시도'였다. 의친왕 이강은 1919년 안창호의 도움을 받아 상하이 임시정부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만주 안동(단동)에서 조선인 형사 김태석에게 발각되어 강제 송환되었다. 그가 탈출에 성공했다면 한국의 역사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 탈출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최근 이 책을 포함해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쓴 책을 여러 권 접했다. 당시 나라 잃은 왕족의 삶은 민초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일본의 억압을 막아내야 했고 백성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믿을 만한 신하는 임금을 배신하고 일본 천왕에 무릎을 꿇었다. 오히려 이들이 고종 등 왕족을 압박하는 개(犬) 노릇을 했다.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별미이다. 이완용과 송병준이 대표적인 인물로 이 책에 등장한다. 특히 친일파 이완용과 송병준의 알력 게임이 볼만하다. 이강이 그 세력 다툼을 역으로 이용하는 장면에서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허구는 송병준의 외동딸 나미에(소희)에 대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송병준의 딸 나미에는 아버지의 매국행동에 반기를 든다. 심지어 상해 임시정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을 돕는다. 그녀와 관계 깊은 인물이 채우만이다. 그는 매국 활동과 일본의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송병준의 비서로 활동했다. 그의 뒤에는 국환(본명 전협)이라는 인물이 있다. 국환은 실재인물인데, 제주와 부평 군수를 지낸 이강의 측근 심복이다. 일본의 억압으로 자유롭지 못한 이강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참모 역할을 했다. 이강, 국환, 우만이 펼치는 독립활동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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