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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누구나 꿈 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요리후지 분페이 그림,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평점 :
남태평양에 나우루(Nauru)라는 섬이 있다.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중간쯤에 있다. 섬 크기가 지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여의도의 2배 정도, 울릉도 3분의 1 크기란다. 자동차로 천천히 이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바티칸 시국,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1만명 남짓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바닷물에 잠길 섬나라로 지목되면서 최근 세계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 섬나라에 대한 책이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다. 앨버트로스(Albatross)는 흰색 몸에 검은 날개가 특징인 큰 새다. 이 새가 산호초에 똥을 쌌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똥이 섬처럼 되었다. 이 섬이 나우루이다. 새똥은 오랜 시간 쌓이면서 인광석으로 변했다. 인광석은 고품질의 화학비료 원료로 값비싸게 거래되는 자원이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원주민이 이 섬에 살고 있었다. 독일과 영국이 이 섬에서 인광석을 채굴하기 위해 철도를 놓았다. 이후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이 나라를 통치했다.
1968년 나우루 사람들은 독립했다. 이 섬나라는 인광석을 팔아 세계적인 부국이 되었다. 앨버트로스의 똥이 원주민을 부자로 만든 셈이다. 이 나라의 교육, 전기, 집, 병원은 모두 무료이다. 석유 부자인 중동 국가처럼 빈부의 격차도 없다. 인광석으로 번 돈으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살았다. 인광석은 외국인 노동자가 캐게 했다.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었다. 같은 해, 한국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은 1,800달러, 미국도 13,500달러였다. 국민은 먹고 놀아서 비만해졌다. 넘치는 돈으로 하와이, 시드니, 사이판, 괌에 있는 고층빌딩을 샀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광석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 섬나라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정부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관광산업, 어업, 난민수용소, 돈세탁 등으로 재건을 꿈꾸었지만 허탕이었다. 노동으로 돈을 벌지 않았고 나라를 운영해본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산 운용에도 서툴렀다. 국가 파산 위기까지 갔지만 임시방편으로 겨우 때웠다. 현재 이 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도하에 재건을 꿈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불어나면 가까운 미래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운명이란다. 이 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 책을 읽는 데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지만 글이 거의 없고 그림이 많다. 내용도 쉽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부자도 가난한 국민도 없는 나라, 세금도 없고 군대도 없는 나라다. 흔히 우리가 꿈꾸는 지상낙원이다. 지상낙원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남긴 교훈이다. 이 교훈은 사람에게, 사회에게, 국가에 통용된다. 쓸모없는 새 똥이 값비싼 자원이 되었지만 흥청망청 쓴 결과는 파국이었다. 앨버트로스의 똥은 돈이거나, 자원이거나, 자유이거나, 삶이거나, 공기일 수 있다. 그 귀중함을 모르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새 똥'에 불과하다. 이 책의 뒷장을 덮고 앞장을 다시 보았다. 표지에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책을 읽고 난 후 일차원적인 생각도 했다.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던 이 섬이 '돈 맛'을 알게 된 것은 서양 강대국 때문이다.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 섬을 헤집었다. 나무 열매와 물고기에 만족했던 원주민에게 느끼한 햄버거와 톡 쏘는 콜라 맛을 안겼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