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
김C 지음, 이외수 그림 / 해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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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김C와 소설가 이외수가 만나면 어떨까? 책 <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를 통해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김C의 생각 조각을 나열한 에세이다. 포스트잇에 적어둔 메모나 넋두리를 큰 칠판에 정리해놓은 것 같다. 그의 성격만큼이나 자유분방한 글이 쏟아진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곳이 중부고속도로 110km인데, 자동차는 그보다 더 빠르게 달리도록 만들어 놓고 속도위반 딱지를 떼는 것에 억울함을 나타낸다. 난폭운전 버스를 탄 후, 버스비 인상만 외칠 것이 아니라 안전운전을 먼저 실천하라며 씩씩거리기도 한다. 남자 화장실 문은 열려 있고 여자 화장실 문은 닫혀 있는 것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또 자신의 색시(김C는 부인을 색시라고 부른다)와 딸아이 우주에 대한 글도 남겼다.
어떤 주제나 형식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독자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이다. 책 여기저기에 이외수표 그림이 널려 있다. 글과 그림이 딱히 연결되지 않지만 건조한 활자 사이에 놓인 그림은 쉼표 같다. 여유를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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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로망 - 쉐프와 레스토랑을 이야기하다
박은영.박현정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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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키친 로망>은 어설프게 고급스럽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한 표현이 어설프다. 쉐프, 요리, 식당에 대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 책을 읽은 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꼬질꼬질한 조리복, 그것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팔을 걷어올려 입은 주방장을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손님과 눈이 마주치면 앞니 사이로 침을 찍 뱉기도 한다. 그뿐인가.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주방 뒷문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운다. 이런 장면을 기억한 세포를 찾아내 말살해버리고 싶다. 식사하는 손님이 옆에 있거나 말거나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는 행주로 옆 테이블을 닦으며 달그락 소리까지 내는 종업원은 경고하는 손님의 눈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호텔 레스토랑도 고급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웨이터가 물과 음식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호텔의 품격은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한다. 뒤에 서 있는 지배인은 이를 보고도 지적하지 않는다. 귀에 돼지꼬리 같은 리시버를 멋인 냥 꽂은 채 말이다.

 

맛없는 음식은 용서할 수 있지만 불친절한 식당은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과 서비스를 받고 싶다. 이런 로망이 누구에게 있나 보다. 이 책 제목에 로망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로망이 더욱 강해진다. 이 책에는 품격 있는 주방장인 쉐프와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요리를 공부한 저자 박현정과 박은영은 자신들의 경험을 녹여냈다.

 

예컨대 스카이 진젤(skye gyngell)은 영국에서 손꼽는 요리사다. 그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주문하면 요리사는 그제야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나간다. 신선한 음식이 그녀의 고집이다. 메뉴판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 ”매일 정원에서 수확되는 재료와 시장의 사장에 따라 메뉴가 달라집니다.“ 친절하지 못한 공지 사항이지만 그녀의 음식을 먹기 위해 유명인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재료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용하는 식당과 비교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10만 년이 걸린다고 해도 스카이 진젤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다. 

 

프랑스에 있는 상스 앤 사뵈르(sens & saveurs)라는 식당은 감동적인 서비스로 유명하다. 예약 손님이 도착하기 전부터 테이블 위에 촛불이 밝혀져 있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장미 한 송이가 테이블 위에 오르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냅킨을 새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손님이 웨이터를 부르기 전에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러도 대답 없는 웨이터를 기다리느라 대화가 중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물까지 흘릴 것만 같다.

 

신선한 음식도 좋고, 세심한 서비스도 좋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으면 감동은 없다. 한때 손님과 눈높이를 맞춘다며 무릎 꿇고 주문을 받는 식당이 생겼다. 그런데도 감동스럽지 않은 이유는 진심이 없기 때문이다. 식사는 단순히 밥을 먹는 행동이 더 이상 아니다. 중요한 사람이나 특별한 날의 외식은 밥보다 분위기, 느낌, 추억이어야 한다. 이런 로망을 만족시켜주는 진정한 레스토랑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한다.

 

미슈랭 가이드(michelin guide)라는 책이 있다. 타이어로 만든 뚱뚱한 호빵 아저씨가 상징인 미셸린 타이어의 그 미셸린을 프랑스어로 미슈랭이라고 한다. 이 책은 최고 레스토랑, 호텔, 게스트하우스에게 별점을 최대 3개까지 부여한다. 음식부터 서비스까지 세세히 평가한다. 1900년부터 발간되어 올해 100호를 발간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지이다. 별 3개를 받았던 레스토랑이 이듬해 별 2개로 강등되자 주방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일화는 이 책의 권위를 대변한다. 별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 책에 업소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한다. 미슈랭 가이드 프랑스 2009년판에는 8천여 개의 업소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별 3개를 받은 업소는 26곳이다. 아쉽게도 미슈랭 가이드 한국판은 없다. 물론 별점을 받은 한국 업소도 없다. 아직 한국의 레스토랑과 호텔의 품격은 미슈랭 가이드에 오를 정도는 아닌가 보다.

 

고급스런 장식, 세련된 복장, 비싼 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그보다 손님에 대한 진심이 배어 있어야 품격있는 레스토랑이다. 이 책은 품격 있는 레스토랑과 요리사를 소개한다. 어떤 진심이 배어 있는지 설명해주는 얇은 책이다. 설명하는 글의 어설픔은 이 책의 품격을 낮춘다. 마치 외국 잡지의 글을 어설프게 번역한 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다. 품격 있는 내용을 담아내는 표현력에는 품격이 묻어나지 않아 아쉽다. 미슈랭 가이드처럼 별점을 준다면 이 책은 5점 만점에 2.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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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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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산자(古山子)>는 소설이다. 고산자는 김정호의 호다. 그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조선시대 지리학자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 제작한 한반도의 지도로, 1985년 대한민국 보물 제850호로 지정되었다. 이 소설은 김정호의 일대기 중 일부를 추정한 책이다. 김정호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가 지도를 만든 이유는 물론 전체 대동여지도 목판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그의 사망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대동여지도를 흥선대원군에게 바치자 그 정밀함에 놀란 조정은 국가 기밀을 누설한다는 죄목으로 각판을 불태우고 간행을 금지했다고 한다. 투옥된 김정호는 옥사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지도를 만드는 김정호가 전국을 일일이 답사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 흩어져 있는 지도를 모아 집대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김종호라는 인물과 지도 제작은 의문 투성이이다. 사실 평민 신분인 김정호가 어떻게 밥벌이를 하면서 지도를 제작했는지조차 밝혀진 바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의문이 소설가 박범신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 소설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그런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측을 이 소설에 쏟아냈다. 이 소설은 김정호가 지도를 제작에 나선 이유를 그의 아버지 사망과 관련지었다. 아버지가 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동사 또는 아사했는데,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지도가 잘못되었다는 설정이다. 소년 김정호에게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따르면 김정호의 지도 제작은 녹록하지 않았다. 현지를 답사하기 위해 압록강에 갔는데, 그 곳에서 청나라 군에 잡혀 첩자로 오인당했다. 그보다 조정도 김정호의 지도 제작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지도를 국가 기밀로 여겼던 당시에 평민 출신인 김정호가 세밀한 지도를 제작해서 백성에게 나눠주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조정은 김정호를 청나라의 사주를 받아 지도를 제작한 첩자로 몰아붙인다.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럴듯한 추정을 내세웠다. 저자는 대동여지도가 목판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필사본이 아닌 목판본으로 제작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까지 빼놓지 않고 새겨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 지도는 상하좌우로 접는 분첩절첩식이다. 한마디로 큰 지도를 휴대하기 쉽도록 여러 조각으로 나누었다. 울릉도 옆에 독도를 그려 넣으려면 80리 간격의 절이 2~3개 더 필요해진다는 점을 한 가지 이유로 삼았다. 축척을 무시하면서까지 울릉도 옆에 바짝 붙여 독도를 그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둘러싼 의문을 어느 정도 해갈시켜준 셈이다. 의문에 대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우격다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과학적인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과학이 아니더라도 통념상 '그랬을 것이다'라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답을 내놓았다.

 

독자가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속시원한 추측뿐만 아니라 김정호의 지도 제작에 대한 역경도 이 책에 그려져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그 기대에 미치지 않아 아쉽다. 김정호의 현지 답사나 지도 제작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다. 내륙과 해안 지형을 어떻게 보았는지, 당시 불편한 이동수단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별말이 없다. 전라도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압록강 이야기가 나온다. 강원도나 충청도, 서울, 제주도, 울릉도를 어떻게 돌아다녔는지를 이 책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곁가지가 여럿이다. 조선 후기에 박해받던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는 딸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 후반 상당부분을 장식한다. 또 김정호가 어릴 적 알게 된 또래의 비구니 스님에 대한 회상도 그려져 있다. 이런 설정들은 김정호의 지도 제작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김정호라는 인물의 주변을 그려냈다기 보다 책 내용을 산만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곁가지가 많으면 독자는 혼란스럽다. 

 

100년이 훨씬 넘는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동여지도는 정교하다. 100년이 훨씬 지난 현재, 김정호를 중심에 둔 이 책은 그때만큼 세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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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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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을 3개만 준다. 영화로 나옴직한 내용이 소설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소설 <1Q84>의 내용은 영화로 만들어 보는 편이 좋겠다 싶다. 책 2권 1,300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은 영화 시나리오만큼 길다. 두 주인공의 심리나 행동을 세밀하게 그렸다. 불필요하게 긴 설명은 독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중복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예컨대 주인공의 성장과정은 수없이 반복된다. 이 책 내용을 압축하면 책 1권 분량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여러 서평을 읽었다. 그럼에도, 딱 부러진 서평을 접하지 못해 안달했다. 이 책의 독자는 죄다 어렵고 4차원적인 말만 늘어놓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이해할 수 있겠다. 책 자체가 4차원적이다. 

 

이 책에는 1984년 현재와 1Q84년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공존한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Q84년이라는 세계로 빨려든다. 제목이기도 한 1Q84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안성맞춤이다. IQ84로 오해하기 쉬운 1Q84는 1984년에서 9를 일본어 '큐'라고 하므로 영문자 Q를 따온 것이다. 독특한 발상이다.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배경을 설명하느라 책 내용이 길 수밖에 없다.
 
장편소설이니 길어질 수 있지만 전개방식이 애매하다.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소설답다. 그럼에도, 복잡한 상황 설명은 책보다 영상에 가깝다. 이 책에 '리틀 피플'이니 '공기 번데기'니 하는 알듯 모를 듯한 표현도 등장한다. 1Q84라는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이 세계에는 하늘의 달도 두 개이고, 도플갱어를 연상시키는 분신(이 책에는 ‘도터’라고 표현되어 있다)도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런 것들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은 현실과 판타지를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해서 더욱 그렇다. 현실과 판타지를 결합한, 다분히 일본풍이다. 일본 만화영화와 다르지 않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영화를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쓴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다. 독자가 헤매지 않도록 쉽게 썼다.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같은 시간에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하는 설정도 신선하다. 다만,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길고 애매한 구석이 많다. 독자는 지루해진다. 책 1편 초반에 여자 주인공은 한 남자를 살해하는 장면이 있다. 바늘 같이 날카로운 것으로 목덜미의 특정한 곳을 찔러 흔적도 없이 살인한다. 이 책의 흥미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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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누구나 꿈 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요리후지 분페이 그림,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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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나우루(Nauru)라는 섬이 있다.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중간쯤에 있다. 섬 크기가 지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여의도의 2배 정도, 울릉도 3분의 1 크기란다. 자동차로 천천히 이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바티칸 시국,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1만명 남짓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바닷물에 잠길 섬나라로 지목되면서 최근 세계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 섬나라에 대한 책이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다. 앨버트로스(Albatross)는 흰색 몸에 검은 날개가 특징인 큰 새다. 이 새가 산호초에 똥을 쌌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똥이 섬처럼 되었다. 이 섬이 나우루이다. 새똥은 오랜 시간 쌓이면서 인광석으로 변했다. 인광석은 고품질의 화학비료 원료로 값비싸게 거래되는 자원이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원주민이 이 섬에 살고 있었다. 독일과 영국이 이 섬에서 인광석을 채굴하기 위해 철도를 놓았다. 이후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이 나라를 통치했다.

 

1968년 나우루 사람들은 독립했다. 이 섬나라는 인광석을 팔아 세계적인 부국이 되었다. 앨버트로스의 똥이 원주민을 부자로 만든 셈이다. 이 나라의 교육, 전기, 집, 병원은 모두 무료이다. 석유 부자인 중동 국가처럼 빈부의 격차도 없다. 인광석으로 번 돈으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살았다. 인광석은 외국인 노동자가 캐게 했다.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었다. 같은 해, 한국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은 1,800달러, 미국도 13,500달러였다. 국민은 먹고 놀아서 비만해졌다. 넘치는 돈으로 하와이, 시드니, 사이판, 괌에 있는 고층빌딩을 샀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광석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 섬나라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정부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관광산업, 어업, 난민수용소, 돈세탁 등으로 재건을 꿈꾸었지만 허탕이었다. 노동으로 돈을 벌지 않았고 나라를 운영해본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산 운용에도 서툴렀다. 국가 파산 위기까지 갔지만 임시방편으로 겨우 때웠다. 현재 이 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도하에 재건을 꿈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불어나면 가까운 미래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운명이란다. 이 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 책을 읽는 데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지만 글이 거의 없고 그림이 많다. 내용도 쉽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부자도 가난한 국민도 없는 나라, 세금도 없고 군대도 없는 나라다. 흔히 우리가 꿈꾸는 지상낙원이다. 지상낙원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남긴 교훈이다. 이 교훈은 사람에게, 사회에게, 국가에 통용된다. 쓸모없는 새 똥이 값비싼 자원이 되었지만 흥청망청 쓴 결과는 파국이었다. 앨버트로스의 똥은 돈이거나, 자원이거나, 자유이거나, 삶이거나, 공기일 수 있다. 그 귀중함을 모르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새 똥'에 불과하다. 이 책의 뒷장을 덮고 앞장을 다시 보았다. 표지에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책을 읽고 난 후 일차원적인 생각도 했다.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던 이 섬이 '돈 맛'을 알게 된 것은 서양 강대국 때문이다.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 섬을 헤집었다. 나무 열매와 물고기에 만족했던 원주민에게 느끼한 햄버거와 톡 쏘는 콜라 맛을 안겼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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