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류예지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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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 류예지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흡입력있어서 한번에 술술 읽혔다. 처음 제목만을 보았을 때에는 누군가 타계하셨거나 슬픈일이 있어 사랑을 지어 먹는다는걸까 요리로 그리움을 표출한다는 걸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읽어보니 정말 타계하신 분도 계셨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릴때, 커갔을 때, 현재의 상황을 엄마의 옹골찬 고집이 가득 들은 '엄마표''우리엄마 만의' 요리로 추억하는 에세이다. 잔잔하기도 조금 명랑하기도 한 에세이. 책의 프롤로그는 꽤 길다. 어릴 때 할머니집을 추억하며 쓴 프롤로그는 곧장 첫번째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책은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고 에피소드에 맞게 당시 상황에 있던 음식들이 하나씩 나온다. 작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추억의 음식. 타계하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음식과 추억을 읽는다. 할머니와 단 둘만이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회상하는데 그 상황이 나도 모르게 잘 그려졌던 건 아무래도 몇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댁과 아주 비슷해서 였다. 흙집에 아궁이가 있던 것었던 것도 , 할머니 방의 쿰쿰한 냄새를 기억하는 것도 비슷했다. 이제는 헐어져버린 외할머니집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접했었는데 나역시 추억에 잠기며 서운하고 아련한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경상도에서 특수작물 농사를 하는 부부와 그의 1남 3녀 중 셋째인 작가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형제 역시 1남 3녀이고 1남이 막내인것도 같다. 나는 둘째지만 작가는 셋째. 언니들의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우애가 좋은 것 까지도 우리집과 닮았다. 그리고 엄마를 알게모르게 제일 많이 사랑하는 딸이라는 것도. 엄마의 요리와 이야기가 연결 된 만큼 엄마와의 관계성에 대해 쭉 이어지는 책은 나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엄마를 오해했다던 작가, 그 에피소드를 쭉 읽어내리는데 이번 추석 부산이 고향인 친정집에 내려가 오랫만에 엄마아빠와 셋이서만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나도 엄마를 오해하고 있었다. 이 나이 먹도록 한번 얘기해 볼 법도 한데 그러지를 못하다가 어쩌다 물꼬가 트여서.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어릴때의 기억.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난 뒤 마음이 좀 평안해졌달까. 사과를 듣고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었다. 책을 읽다 깜박이 없이 들어온 이야기에 울컥하는 마음으로 그날의 일이 회상되었다. 일만하느라 엄마의 몸이 상해 조만간 맛볼 수 없는 음식리스트가 있다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누구나 늙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반찬이 엄마가 노쇄해져서 아파서 여타 이유로 멸종위기 동물처럼 사라져 갈 수도 있다는 것에. 책은 마냥 밝지만도 마냥 슬프지만도 않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라서 공감이 더 되어지는 부분도 있고 그것이 엄마라는 소재때문에 조금 아린 느낌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엄마는 항상 바쁘다. 아마 이세상 모든 엄마는 바쁠것이다. 그렇지만 내 자식에게 드는 수고로움은 하나도 아깝지않는 것이 분명 엄마일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담긴 음식과 함께 작가가 나누는 이야기는 자식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그렇지 않더라도 따뜻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같은 경상도인데도 모르는 사투리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고 엄마를 사랑하기에 엄마가 안되보이는 것도 내가 뻔뻔해지는 것도 그 마음을 다 헤아릴수 없을 때 답답함도 덕지덕지 묻은 사랑 가득한 책이다. 작가님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피소드가 드라마 보는 것 마냥 기분좋게 읽혔다. 마지막이야기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일화였다. 엄마와 이불을 사러 브랜드이불집에 갔는데 엄마는 시장에서처럼 흥정을 하고 결국 흥정은 잘되지 못하고 사은품만 받아왔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작가는 마음이 서글펐다. 서울에사는 작가는 우리 모녀가 서울말을 썼으면 어땠을까, 이불값따윈 못깎았더라도 덜무안했을까? 이런생각들은 서울생활을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났음에도 치워지지 않는 못난 모습중 하나라고했다. 경상도에서 상경한 나역시 공감가는 이야기다. 작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알 것 같다. 서울에서 사투리를 쓰며 흥정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웠을 수도 있고 타지사람이라 점장이 무시한걸까 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느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심리적인 생각은 멈출줄을 모른다. 그럴때가 나도 있었다. 그치만 엄마는 그런일이야 언제 있었냐는 듯 집에와 다시 요리를 시작한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자날수록 한 가지는 더욱 분명하게 알 것 같다.

내가 기어이 이해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본문 중에서

... 끝내 사라져버릴 내 안의 한 사람을

알타리를 씹듯 단단하게 꽉 껴안는 일일 것이라고.

-본문 중에서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일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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