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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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 권여름, 나푸름, 윤치규, 은모든, 이유리, 조진주 (지은이) 창비교육 2023-07-03>

- 아무리 흉흉한 목격담을 듣는다 해도 정준우는 귀신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운 게 있다면 강병세와 그 패거리였다. 그 녀석들을 확실히 피할 수만 있다면 목매달아 죽은 귀신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 교실에서는 그렇게나 잘나가고 힘이 있는 척 군림했어도 카톡 감옥 속에는 그 녀석도 한낱 죄수에 불과했다. 

- 낯선 교실의 낯선 공기, 뻣뻣한 교복, 어색한 인사, 무엇보다 맨 처음 맞는 점심시간, 모두가 친한 무리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서 애써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서둘러 식사를 해치워야 하는 기분이란.

- “중간만 가, 중간만.”

- 그냥 구멍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다. 그 너머로 자신이 욕망하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토끼를 쫓던 앨리스도, 판의 미로를 헤매던 오필리아도, 버드나무 아래 도착한 해리 포터도 그 안에 들어갔겠지. 

- “내 몸이야. 내 몸이라고! 근데 왜 다들 내 거 갖고 난리지? 언제는 좋다 했다가, 언제는 욕하다가! 왜 지랄들인데!”

- 따돌림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시작은 한두 명에 불과했는데, 몇 주가 지나자 반 아이들 모두 그 애를 얕봤다. 나는 아이들이 그 애를 무시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으리라 여겼다. 

- 나는 그 애가 견딜 수 있을 거라고 함부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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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머리 식히기 딱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학교는 괴담으로 많이 등장한다. 
누구나가 다닌 학교,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했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관계 속에서 찾아야만 했던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던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따돌림의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질투와 시기의 대상을 가졌던 이도 있고, 학교는 사회생활로 나가기 전 단계의 또 다른 치열한 인간의 욕망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어쩌면 양육강식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적과 외모와 인기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카톡 감옥, 영고 1830, 하수구 아이가 재밌었다.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꽤나 좋아했다. 그리고 요즘엔 디바 제시카의 토요 미스테리를 즐겨 듣는다(듣는 이유는 팟캐스트로 영상을 보지 않는다) 왜 듣는가 했는데.. 나도 듣는 내가 이상했는데, 인간들의 수많은 욕망들을 공포로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것들이 무서우면서도 자꾸 나를 이끈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리뷰가 좀 이상하지만,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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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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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여자 - 기욤 뮈소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밝은세상 2023-06-01>

- 집필에 몰두하다 보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글쓰기에 빠져 살다 보면 현실의 자리를 허구에 내주는 적도 많았다. 내 소설 속 영웅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못해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곤 했다. 그들의 고통, 회의, 행복이 온전히 내 것이 되어 집필을 끝내고 나서도 쉽게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했다. 

- 그녀는 내가 지은 허구의 이야기가 삶의 고통을 견디는 방패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인생 역정이 그녀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내 잠시나마 끔찍한 현실을 잊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 처음에는 치욕적으로 느껴지던 일이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인간이란 수치심에도 타성이 붙는 유일한 존재인 모양이었다. 

-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대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릿속에 이미지들을 그리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감사의 말
- 삶의 한 편의 소설이죠. 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빌리의 손에 이끌려 픽션과 현실 사이에 놓인 마술 거울을 통과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욤 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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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인 36살의 톰 보이드는 피아니스트인 오르르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헤어지면서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을만큼 사람이 피폐해져갔다. 톰의 오랜 친구이자 에어전트 역할을 하는 밀로는 주식으로 모든 돈을 날려버리고, 특별판으로 인쇄된 톰보이드의 소설은 절반을 공백으로 인쇄되면서 날아가버린다. 그 끊겨진 부분에서 소설에서 중요한 조연 역을 하는 빌리 도넬리가 나타난다.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다는 톰과 자신이 종이 세계로 돌아가려면 소설을 쓰라고 하는 빌리, 빌리는 소설을 쓰라는 조건으로 오르르를 되찾는 걸 돕기 위해 오르르가 있는 멕시코로 떠난다. 

한때 기욤 뮈소의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 책을 사서 읽고, 그 한 권이 또 다른 기욤 뮈소의 책을 불러일으키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읽으면서 열광했던 젊은 시절의 내가 있었다. 

사실 종이여자는 마지막으로 사두고 읽다가 멈췄던 책이었다. 왜인지 쉽사리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새롭게 발행된 이 책 읽고 마지막까지 훌훌 읽었다.

와.. 재밌잖아!!!!그때의 안 읽은 나, 왜 안 읽었나 싶었는데, 약간의 긴 호흡들이 있어서 내가 멈췄었구나 싶었다. 마지막의 책을 찾는 과정들이 너무 늘어져서 그렇지, 그 외의 것들은 괜찮았다. 생각치 못한 반전에 잠시 입을 열었고, 개인적으로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땐 작가의 한국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각 장마다 나오는 명문장들과 맞춰보는 재미는 꽤나 쏠쏠했다.

오랜만에 예전의 기욤 뮈소의 책을 읽을 때의 감정으로 돌아가서 즐거운 독서였다. 

늘 느끼지만 기욤 뮈소는 처음 소설을 읽는 사람, 책태기인 사람, 로맨스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기에 적합한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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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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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김애란, 구소현, 오선영, 서이제, 김혜지, 임현석, 김보영, 전혜진 (지은이), 배우리, 김보경, 윤제영 (엮은이) 창비교육 2023-06-23>

- 사물에 닿지 못하고 직접 만지지 못함에서 오는 우울함이 있다면, 사물이 그녀에게 닿아주지 않고, 아무도 그녀를 만지지 않는데서 오는 우울감도 있었다. 

- 댓글 공격을 받고 있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글을 쓴 후원자에 대한 섭섭함 때문인지, 아니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제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는 억울함 때문인지, 그렇게 한동안 휴지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 결핍은 벗기고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았다. 한 겹 벗기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얇은 껍질이 나타났다. 두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나의 결핍을 벗기고 나면,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 윤미는 제가 쥐고 태어난 숟가락이 무슨 색인지 잘 알았다. 숟가락 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제껏 갖은 애를 쓰면서 살아왔다.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만들면서 숟가락의 색을 그때그때 바꾸려 했다. 그러니 현실을 직시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했다. 

- 찢어진 마음을 꿰매려 한들, 그 자국까지 지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 나는 필요한 것들과 사고 싶은 것, 언젠가 살 것이지만 언제 사게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바구니는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 

- 내가 묻자, 그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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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가지의 단편으로 이어진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을 손꼽자면 

#시트론호러 #후원명세서 #위시리스트 #지아튜브 #무료나눔대화법 (이정도면 다 좋은거니..?) 

사실 이 외의 것은 나와 결이 안 맞아서 재밌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위의 것들은 현실와 맞닿아 있어서인지, 혹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쓰여있어서인지 재미있었다. 

<시트론 호러>는 굶어죽은 10년 차 유령인 공선이 책만을 유일하게 자신을 달래주는 친구로 자신이 볼 수 없는 책이기에 책을 읽는 독서 메이트를 찾아서 독서를 즐기는 과정에서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다.(으응?)

<후원명세서>는 어린 시절, 가난했던 집의 윤미 tv에 출연이후로 후원을 받고 자신 역시 원치는 않았지만, 자신의 주제(?)를 알고 복지일을 한다.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들과 현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너무 많아서 짧막하게 쓰려고 하니까 너무 간략해지는::)

<위시리스트>는 네*버 장바구니, 교*문고 장바구니, 알*딘 장바구니, 등 빵빵하게 채워놓은 나의 욕구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하하하 나의 욕망의 끝.. 이 욕망을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못할 것들을 보면서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나? 싶었다.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짧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아튜브> 요즘 아이들의 꿈 리스트에 유투버가 참 많다. 내 아이의 꿈에도 그걸 적어서 사실 깜짝 놀랐다. (엄마는 생각도 안하는데-_-, 뭐.. 본인의 인생이지만,,) 여튼, 근데 아이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거에 왠지 씁쓸하고 또 씁쓸했다. 

<무료나눔 대화법>은 요즘의 당* 거래를 생각하게 했다. 무료나눔을 통해서 현실의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사실 처음 소개된 단편을 읽고 아리송해서, 멈칫했는데 그 이후로는 쭉쭉 잘 읽혔다. sns, 유투브, 등등 너무나 일상에 밀접해 있는 거라 재밌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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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 을유세계문학전집 12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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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은이), 장희창 (옮긴이) 을유문화사 2023-06-30>

-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책의 줄거리 소개에 보면 

[젊은 시절 열렬히 사랑했으나 주변의 반대로 헤어졌던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는 중년이 되어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에두아르트가 친구인 대위를 불러들이고, 샤를로테가 양녀 오틸리에를 집으로 오게 하면서 그들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는 정열적인 사랑에 빠지고, 샤를로테와 대위 또한 서로에게 이끌리는데…….]

생각1. 열렬히 사랑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마음에흔드는 이가 나타나면 예전의 사랑은 이렇게 퇴색되고 마는걸까?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로 한 사람에게 속해있다면, 도덕으로 본능을 누르려는 샤를로테와 대위의 행동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의 본능을 따르는 사랑이 더 오래도록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2.  
📌“나는 서로 헤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어떤 두사람의 긴밀한 결합이 제3의 인물의 우연한 등장에 의해 해체되고, 애초에는 그처럼 아름답게 결합되었던 이들 중 하나가 무기력하게 저 멀리로 내쫓기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선택적 친화력이란 두 물질이 서로 만나 상호작용하여 새롭게 결합하는 현상을 뜻하는 화학용어인데, 결국 두 사람의 결합은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이고, 대위와 오틸리에가 관계에 들어오면 새롭게 결합된다는 것인데,,

1회독밖에 못해서 그런지, 나는 샤를로테와 오틸리에의 마음만을 번갈아 가면서 읽혔다. 에두아르트와 대위는 제3의 눈으로 읽혔다는 이야기. (아무래도 성이 같아서 그런건지 여자쪽에 마음이 훅 들어갔다) 샤를로테의 조심하려는 마음, 그러면서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 자신이 만들어놓은 관계 속에서 가치를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정말.. 차분하고 편견없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구나.. 라는 걸.

그리고 오틸리에의 친모가 죽으면서 수양딸로 삼아준 샤를로테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사랑으로 자신의 살아있음에 눈을 뜬 오틸리에, 세상을 덜 살아봤고,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 싶다가도 어떻게 그럴까..싶다가도 오틸리에의 관점에서 들어가면 또 구구절절 이해가 된다. (말로 설명은 못하겠음..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함)

오히려 나는 샤를로테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인건가..싶었다. 

생각 3. 결혼이라는 제도는 결국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극히 문과생이라 화학적 관점에서의 리뷰를 읽어보고 싶다) 결혼을 하면 1:1의 결합이 아니라 두 사람과 엮어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사탕처럼 엮이면서 관계가 생긴다. 그 사람들과의 어떤 상호작용을 해 나갈지, 결국 남녀만의 문제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괴테는 이런 이야기를 쓴 게 아닐까.. 인간의 욕망을 간파하는 이야기들이 나는 좋다. 

생각 4. 몰랐는데, 책의 절반을 읽고 뭘 적었는데 결말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중간에 뭔가 느꼈나보다(다시 보니 왜 그렇게 느꼈는지 잘 모르겠어서 다음에 다시 읽어야겠다.) 지극히 감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의 리뷰였습니다- 

마무리, 괴테에 대한 작품을 완독은 이게 처음인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거 때문에 읽다 밀렸음) 왜 괴테괴테 하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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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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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 이향규 (지은이) 창비교육 2023-06-28>

- 사랑받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어른이 된 그를 다시 위로해 준 것이다. 

-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잘 때도 팔찌를 벗지 않는 토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어쩌면 이 팔찌가 가장 필요했던 사람은 그 자신이었겠다고 생각했다. 토니야말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몇 년이 걸렸을 거다. 

- 음악은 기억을 담기에 좋다. 형태에 갇히지 않고 시공간을 넘으며 여러 장면을 불러온다. 

- 나는 무말랭이가 좋다. 식감도 아삭하지만, 그 안에 담긴 햇볕이 따뜻하다. 누구나 겨울을 나야 할 때가 있다. 밀리너 엄마의 꿈을 응원한다. 

- 누군가의 고단한 삶이 위로가 될 때, 그건 그가 나보다 더 불행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가 존엄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의인법은 내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 돌보는 일은 ’전문직‘인 것 같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는 뛰어난 감수성, 타인의 속도에 맞추는 인내심, 의식주처럼 삶의 재상산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 시대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 강건한 체력과 정신 건강이 요구된다. 

-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삶에 감사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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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좋은 에세이였다. 아니 꽤나가 아니고 많이 좋았던 에세이였다. 나의 북계정의 피드를 자주 와주시는 분들은 아마 아시겠지만, 에세이는 좀 많이 어려운 나라서 거부반응이 곧잘 일어나는 사람인데, 중간중간 눈물이 차올랐다. 억지 감동이 아닌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른의 이야기였다. 

📍사물을 잘 묘사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 두었던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라는 저자의 프롤로그는 아주 정확했다. 사물에 대해 쓴 글이지만, 결국은 모든 건 사람과 이어져 있었다. 단 하나도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영국으로 이주하여 한국과 영국을 걸쳐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국의 문화 이야기도(이런 역사적 이야기 깨알재미, 펍에 대한 이야기 특히 재밌었다), 내가 바라보지 못하던 것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 

사실 읽으면서 슬프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 파킨슨 병이 온 남편의 지팡이로 인해 누군가를 또 이해하게 되는 것, 영국의 공동묘지 문화를 보고 저자가 느끼는 것, 죽음, 팬데믹으로 생긴 연대감,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군인들, 돌봄의 가치 등. 큰 어른에게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듣는 느낌이었다. 어떠한 판단이나 오해없이 내 귀를 내어줄 수 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의 이야기여서 좋았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람이었습니다)가 책 제목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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