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나기라 유 지음, 김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평점 :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 나기라 유, 한스미디어 / 2021.12.24, P,400>
- 세상은 서열로 분류되지만 각각의 계층 안에 소용돌이치는 애증은 다 똑같다.
- 어째서? 어째서 나는 이런 순간에도 나를 꾸짖는 거지? 혼나야 할 사람은 이 녀석들 아닌가?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머는 세상도 나도 구원해주지 못한다.
- 그런 우울한 미래를 전부 리셋해준다면 소혹성이든 뭐든 떨어지면 좋겠다. 출구 없는 미래를 통째로 쾅 하고 단번에 전부 날려주면 좋겠다. 그렇게 이따금 울화통이 터지는 건 나뿐일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을까? 더없는 평온을 가장하면서 서서히 절망에 빠져드는 나같은 누군가는?
-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인간은 어리석은 희망을 품는 걸까? 버리면 편해지는 일도 많을 텐데.
- 내일 죽는다는 것을 미리 알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혹성이 충돌하든, 인류가 멸망하든, 나는 어디까지나 나였다.
- 겨우 며칠 사이에 선악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어떻게든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나는 살인자가 되었고, 도둑이 되었고, 고작 80엔짜리 흔해 빠진 소다 맛 막대 아이스크림이 귀중품이 되었다.
- "실은 그만 문을 닫으려 했다오. 일흔이 넘으니 다리도 허리도 말을 잘 듣지 않아서. 하지만 한 달이면 전부 끝난다는말을 들으니, 그 정도면 힘을 내볼 수 있겠더라고."
- "당연하지. 옛날엔 우리도 열일곱 살이었어."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갈 때 유키가 그렇게 말했다. 안녕보다 좋은 말이다.
- 어렸을 때 내게는 꿈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나와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휴일에는 가족끼리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놀러 간다. 여름방학 그림 일기의 한 페이지에 담길 법한 흔한 꿈. 나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한번도 써보지 않고 장난감 상자에 넣어버린 꿈. 지금이 순간까지 까맣게 잊고 있던 꿈을 선명하게 떠올린 나는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어째서 돌을 맞는 쪽이 고통을 참아야만 하지? 돌을 던지는 쪽이 당연히 나쁜데. 그래도 지금은 날아오는 애정과 증오가 기절할 만큼 기쁘다.
- 매일 우리의 나약하고 비겁한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절망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무도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판단할 자격이 없다.
- 사는 방식도, 죽는 방식도, 저마다 가슴속에 있다.
🌷한 달 후, 소혹성이 지구와 충돌을 하여 지구가 멸망을 하고 만다. 맨 처음에는 이 책이 스릴러같은 장르일까 싶었지만, 예상외의 따뜻한 책이었다.
부모와 자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멸망을 앞둔 우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정말 기묘하게도 희망의 이야기가 읽혀진다.
문득, 왜 제목이 샹그릴라일까 생각해서 솔직히 몰라서 검색해 보았다. <샹그릴라 (Shangri-La) -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 또는 그런 장소를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구나, 아- 왜 책의 제목이 이런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망했다고, 최악이었다고 생각한 인생에게도 삶의 의미는 분명 있다고, 나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두가 같이 끝을 앞둔 상황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특히 발췌 부분에 국숫집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멸망이 발표되고도 장사를 하는 그 모습, 세상 어디선가에서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에 마음이 찡해졌다.
읽으면서 내내, 멸망되지 않기를, 이들이 찾은 행복이 무너져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충분히 어둡고,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는다. 참고로 세번째 등장인물에서 제일 공감가고 제일 많이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도 자꾸 자꾸 더 노력해야겠다. 감동도 재미도 함께 있던 좋은 책이었다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