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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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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사사 료코, 스튜디오오드리/ 2022.02.18, p,378>
-'퀄리티 오브 라이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애초에 삶의 질이란 대체 뭘까. 무리를 해서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나 후회할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도전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일까.
-"우린 환자분이 주인공인 연극의 관객이 아니에요.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모두 함께 신나고 즐거운 연극을 하는 거죠."
- 죽음을 테마로 취재를 계속하는 나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말할 수 없는 거북함을 느끼고 있었다.
- "자기 고집은 물론 간호 기술도, 의료 상식도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때가 있어요."
- 그 물건들이 그 사람을 대신해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집은, 환자의 가장 좋았던 나날을 알고 있다.
- 의료 행위에 선택지가 많다는 건 잔혹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누구든 기적을 보고 싶어 하죠.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버리는 거예요.
-"만족스러운 임종의 순간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의사실력에 달려 있어요."
- 위험하니까, 불편하니까, 그런 말로 걸핏하면 행동을 제한하려 하죠. 하지만 집에서라면 지금까지 살아온 지헤와 경험으로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어요.
- 마음에 품은 공포의 정체가 분명히 보일 때, 사람은 어딘가에서 한시름을 놓아요.
- "죽음을 멀리하니까 아이들이 죽음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돼요.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다채로운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는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 죽음은 남겨진 자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힌트를 준다.죽어 떠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슬픔만 두고 가지 않는다. 행복 또한 두고 간다.
-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탐욕스럽게 해야 한다. 망설임 속에서라도 내 발이 가려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뎌야만 한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 책을 읽고 꽤 시간이 흐른 후 (내 기준) 적게 되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용기가 안 났다. 적어도 너무 감상적인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사 료코라는 논픽션 작가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방문간호사였던 모리야마 후미노리의 죽음에 관하여 적혀 있다.
사실 최근에 읽은 책들의 흐름이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 전에 읽은 책은 일본의 아동학대 그 후에 관한 이야기였어서, 마음이 아팠었다. 한국의 현실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테니, 사람의 마음은 비슷할 터이니, 근데 이번엔 진짜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려니 뭔가가 나를 더 긁었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나는 내가 직접 한 건 없지만.. 친할머니의 치매병간호를 나의 엄마가 간호하는 걸 보았다. 물론 재택에서이다. 엄마는 많이 힘들어했다. 내가 갓 대학교 1학년이 되고 나서 그렇게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나는 직접 간호를 한 적도 없었고,고3이었다는 이유로 멀어져 있었기에, 엄마의 고통을 잘 알 순 없지만, (어쩌면 내가 다 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여겼던 시간은 전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 망각했는지도) 내겐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있다. 병간호에 대한,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건 그 누군가의 삶이 많이 희생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경험이 커서인지, 나는 몰랐는데 꽤 많이 남편에게 나의 마지막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명치료는 싫다. 암이 말기여도 싫다. 나는 치료를 하지 않을 것이다. 폐 끼치는 게 싫다. 나의 꺼져가는 삶을 위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힘든 건 너무 싫다.라고
이 책은 나의 이런 생각에 다른 시야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엉엉 울었는지 모르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오는 것이고, 소위 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 세상에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끝내야 할지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재택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으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많이 생각해보게 된 값진 독서였다.
#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