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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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이묵돌, 비에이블/ 2022.05.11, p,312>

- 윤동주의 시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문학적 장인의 완성된 기교도 아니요. 반박할 수 없는 순수함의 맥락도 아닌, 거대한 시계 앞에서 느끼게 되는 청춘의 무력감…. 바로 그 지점에서의 동질감이었다.

- 큐브릭만큼 매니악하고 집착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이, 대중성'까지' 갖춰나가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납득받는 것이다.

- 실제로 <위대한 개츠비>를 깊게 탐독하기 위해서는 서구문명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 자신이 '태생적으로 속해 있는 집단'을 신랄하기 비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 지금 다시 보면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실컷 묘사한 것뿐이구나 싶다. 처음부터 그 장면을 위해서 쓰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걸 실컷 쓰고 싶어 하는 일이라니. 얼마나 작가다운 착상인가. 대문호가 아닌 일개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를, 나는 사랑한다.

- 그러면서 학창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씩이나' 읽던 자기네들은 아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란다. 그래놓고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니까 입을 닥쳤다.

- 하물며 제인오스틴이 살던 시대는 18세기 영국이었다. 그 당시 사지 멀쩡한 여자가 마흔한 살까지 독신으로 살다가 죽는다는 건, 위대한 여왕 폐하들 중에서나 가까스로 사례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라.

💙 천재라 일컬어지는 이들과 어울리는 색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제목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차분함과 약간의 우울함이 가미된 블루.. 이 파란색이 잘 어울리다고 여긴 건 비단 나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예술을 하는 이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랄까,

작가가 브런치에 연재할 당시의 원제는 <영원에 관하여(참고로 영원은 '영감의 원천'을 두 글자로 줄인 말)> 인데, 인지도 있는 작가가 아니기에 적당히 타협했다는 것에서부터 이 작가분 심상치 않다. 솔직하다. 재밌겠다. 싶었는데, 1장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설명부터 빵빵 터졌다. 아니 이런 속어(?) 책에다 써도 되나 싶었다. 그래두 재밌으니 충분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전달되었다. 학교 선배와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다(나이로는 내가 선배네🫠하하하하하😂)

서두가 길었다. 작가는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에 대한 여러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꽤나 흥미있고 재미있었다. 요즘 고전읽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어떤 생각과 가치관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읽어보니 이해도 되고, 작품을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머싯 몸에 대한 글을 읽고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케이크와 맥주>를 읽기 시작했다. 작가 외에도 영화감독, 화가, 트럼펫연주가 마일스 데이비스 바둑기사 이창호까지-

개인적으로 책을 즐겨 읽다 보니 특히나 작가들에 관한 그의 이야기가 좋았는데, 특히 에밀 졸라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아 이런 이야기들이 있구나 싶었다. 아는 게 없었기에 더 재밌었다.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유익한 책이었다. 천재라고 기억되는 그들도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니 그들이 왜 천재로 기억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작가의 글이 꽤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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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이사하기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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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이사하기 - 이와무라 카즈오, 진선출판사>

사랑스런 14마리 생쥐가족이 이사하는 이야기이다. 귀여움 듬뿍!

9살아이와 함께 읽는데 일단 각각의 특징을 먼저 잡았다. 첫찌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모두 특징을 잡고 읽기 시작! 아 그림도 이야기도 눈이 편해졌다.

구구절절 말로 적지 않아도 이사하는 과정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중간중간 질문 형식으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이를 즐겁게 해주었다. 도토리도 찾고, 이건 뭐다 뭐다 알려주고 버섯이라고 자기도 이거 안다고 나한테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귀여웠다.

아이가 태어나고 두번의 이사를 했다. 아이가 어렸던 탓에 이사하는 당일날이라던가는 부모님께 맡기고 이사를 했던 터라 아이는 자세한 과정은 모르지만 이걸 통해서 이사왔던 과정이 비슷할 순 없지만 여러가지 결정하고 도와야 하고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았기를 바랐다. 이사란 힘든 것만도 아니구 새로운 곳에 대한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띠지 안쪽을 펼쳐보면 가족들의 모습이 있다. 아이가 첫찌부터 열찌까지 헷갈려할 때는 띠지를 펼쳐놓고 찾기를 했다. 아이의 눈높이를 맞춘 띠지에도 배려가 느껴졌다. 4살 둘째와도 함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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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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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 하지은, 황금가지/ 2022.04.29, p,428>

- "우린 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요. 아마 평생 갚으며 살아야 할 거예요. 이 아이가 우릴 증오하고 미워해도 할 말이 없어요. 자신을 버리고 남동생을 택한 부모라니..."

- "죽어 가는 책이라고요?" "한때는 분명히 살아 있었거든요. 글자들이 펄펄 날아다녔죠. 하지만 이제는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아 죽어 가고 있어요."

- 아버지가 자신을 그런 표정으로 본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혐오하고 꺼려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 그 자리에 와 있는 것처럼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아버지가 자신을 본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 "그러나 바라던 것을 마침내 찾았다고 하여, 그 끝이 반드시 만족일 수는 없으니..."

- "특히 악마에 대한 편협한 태도가 그렇지요. 단지 죽음과 같은 인간이 잘 알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영역을 관장한다는 이유로 악마 또한 멸시와 질시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인위적인 죽음, 질병, 혼란, 탐욕과 같은 부정적인 관념조차 모두 악마가 만들어 내고 조장한 것이라 믿죠. 그것이 인간들 내부에 악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단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보이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대가 있지요. 그토록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니 고맙군요."

- 상대는 어느새 그의 가장 깊고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았고 그가 가장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기억, 오염된 상처를끄집어냈다.

- 공존하기 어려울 법한 양극단적인 특성을 태연히 소지하는 게 인간이란 건 이미 자주 봐 온 일이었다.

- "떠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 그곳에 머물며 적어도 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거든.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다는 거야. 거기에는 가장 깊고 잔잔한 바다마저 파도를 일으킬 바람이 있고,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불어온다고 그대가 말했었지.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낙심할 일도 없었을 텐데."

- "나는 길을 놓았을 뿐이야. 그 길을 걸어갈지 말지 결정하는 건 온전히 너희들의 몫이 아니었겠니?

💜 우와. 우와... 이거, 역대급이었다. 한국 환상문학이 이런거야..? 나 너무 너무 좋았다. 이야기하는 하나하나가 스포가 될까봐 발췌글도 스포가 되지 않게끔 최소한의 것들을 발췌했다.

샴쌍둥이로 태어난 에녹과 아길라. 누이인 아길라와 동생 에녹, 분리 수술은 성공이 되었으나 누이는 하반신을 잃게 된다. 하지만 사랑으로 잘 커가는 듯 했는데, 우연히 부모의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본인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탐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복수는 어떻게 될 것이며, 모리세이의 등장은 에녹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내용이나 전개과정은 여기에 적지 않기로 했다. 나 판타지 좋아하는 구나.....처음 알았네!
졸린데 책을 펴고 한번 읽어볼까 하고 졸린 눈을 부여잡고 절반을 넘게 읽고, 다음날에도 바로 이걸 읽고, 다 읽고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포스트잇으로 하나하나 다시 맞춰가면서 읽는데 너무너무 꿀잼,꿀잼

더 적을 수 없음이 아쉽다. 더 적지 않아야 이건 훨씬 재밌다. 최고최고!!

이전 작 <얼음나무 숲> 결제하러 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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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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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 세이카 료겐, 모모/ 2022.05.09, p,404>

- 타인을 좋아하지 못하는 내가 계속 살아간다 한들 바늘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다.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고생고생해서 목표지점까지 다다를 자신도 없다. 그래서 더 이상 괴롭지 않으려고, 나를 지키기위해 자살을 생각했다.

- 자살을 막는 게 아니라 방해한다는 말이 맞는다.

- "그 애들이 사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만약 '미안해' 이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일을 없던 걸로 만들려 한다면 차라리 사과받지 않는 게 나아요. 이대로 피해자로 있는 게 마음 편하고, 걔들이랑 만나는 것도, 얼굴을 떠올리는 것도 싫어요."

-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던 나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누가 더 불행한지를 따지다니 우습다.

- 어마어마한 정어리 떼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렇게 많이 모여 있으면 따돌림당하는 정어리도 있지 않을까. 만약 질투도, 괴롭힘도 없다면 나도, 이치노세도 인간으로 사느니 차라리 정어리로 태어나는 게 더 행복했을지 모른다.

- "당신은 자살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런 당신이 타인의 자살을 방해하다니 우스운 이야기 아닌가요?"

-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야. 자살한 사람이 어쩌다 자살할 수 있었을 뿐이지, 용기가 있었던 게 아니야"
- 우리의 사랑은 공의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뭐가 나쁘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 일본 인터넷 소설 투고 사이트인 <소설가가 되자>라는 곳에서 독자의 응원에 힘입어 단행본과 만화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책이다.

일본판 제목은 #死にたがりな少女の自殺を邪魔して、遊びにつれていく話 로 직역하자면 <죽고싶어 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여 놀러 다니는 이야기>이다. 한국어로번역된 것보다는 확실히 직설화법이다. 하지만 이해하기는쉽다. 제목 그대로 죽고 싶어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며 데리고 놀러를 다닌다. 누가? 그러는 본인도 죽고 싶어서 사신에게 수명을 팔고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은시계를 받는다. 3년 후 죽는 조건으로 자신과 닮은 듯,혹은, 자신의 구원이라 여기며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처받은 두 남녀가, 상처로 얼룩진 그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사랑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을 보는 게 꽤나 애틋했다. 인터넷소설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다시 설명해주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 부분이 괜찮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어 난 나름 괜찮았다. 다시 상기시켜줘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어서 말이다.

자살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어떤 상황들을 잘 풀어 나갔고, 그 나이대의 그런 상처를 받는다면, 이라는 상황전개가 뜬금없이 느껴지거나 억지로 짜내려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사람의 상처는 사람으로밖에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준 예쁜 이야기였다.

덧, 책에서 <내게는 상대가 첫 번째지만 상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관계. 내가 가장 소중한 상대가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란 문장이 왜 이렇게 와 닿았을까, 이 문장이 와 닿았다는 건, 내게도 이런 경험이 분명 있었을테니까, 분명 이 경험이 내게 생채기를 냈던 적이 있었을테니까,그만큼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니까,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를 그만큼 소중하게 여겨봤던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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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개정판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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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어정쩡한 동정심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여동생과 나는 어른이 된 뒤에도 함께 모이면, 어머니가 쾌활하고 억셌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나는 요컨대 부자가 되고 싶은 에너지가 없는 거다. 아니, 그게 아니다.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가 없는 거다. 그러면서 부자의 에너지를 천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성질이 못된 거다.

- 영화라면 어딘가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으면서 이 세상의 우리를 유혹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다. 이제는 이세상 남자와 여자가 태연히 키스도 하고, 거기서 좀 더 나아가 다른 짓까지 한다는 것을 알아 버려서 조금 서운하다고나 할까.

- 큰일이다, 큰일이다, 허리를 삐끗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지금까지 허리 같은 거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 아프지 않다는 건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거였다. 지금 나는 나한테도 허리가 있었구나 하고 깊이 느끼면서 납작 엎드린다.

- 결국 내가 나쁜 게 아닌데도 스스로 고함친 사실에 풀이 죽는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웃었던 것고 울었던 것도 내가 조금은 좋은 사람이었던 것도 다 사라지고, 온통 고함친 것만 남아버렸다.

- 세상은 모두 궁합이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학교도 다녔고 책도 읽었으니 갈수록 똑똑해졌어야 하는데, 어떻게 갈수록 논리고 나발이고 다 사라지고 '모두가 궁합'이라는 결론에 안착하고 마는지 모르겠다.

- 살짝 그늘진 시선에 까다롭고 언짢은 분위기로 문고본을 읽는 모습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분명 인텔리 콤플렉스임에 틀림없다.

- 세월은 꿈처럼 스러지고, 꿈같은 생활은커녕 근본부터 게을러빠진 나는 여유가 있든 없든 뒹굴거리며 책만 읽었다.

-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뭐랄까, 한없이 유년으로 돌아가는 거다. 나고 자란 어릴 적 경험이 차차 거대해져서 이빨을 드러내는 거다.

-이불 속의 내가 불행하면 할수록 이불은 내게 더 다정했다이불만 있으면 나는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나는 나인채로 할머니가 되는거다.

🌙 이 책은 사노 요코가 40대 중반에 남긴 작품이라서 그런지 많이 공감하고 많이 위로받은 글이었다. 에세이는 천천히 읽는 걸 좋아하는지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다.

이 분의 글을 읽다보면 나대로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글 중 <"산다는 건 뭘까?" "죽을 때까지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한다는 거야. 별 대단한 거 안 해도 돼." >가 핵심(?)의 느낌이었다. 과연 내가 이 글을 20살 때 읽었더라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역자의 말에 적힌 고 피천득 선생님이 수필을 일러 중년의 글이라고 했던 문장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이야기들, 어린시절 가족에 관한 이야기, 부자동네에 있는 생선가게에서 부자는 어떤 걸 사는지 궁금해서 갔던 그녀, 아들과의 재밌는 이야기들(아들을 표현하는 말들이 너무 웃기고,그만큼의 애정이 담뿍 드러나서 더 좋았다), 영화를 봤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나 역시 오랜만에 한때 같이 영화를 봤던 몇몇 이들을 추억해보고 잠시 미소를 지었다), 입원도道라 이야기하는 그녀(나는 그럼 요즘 책도道인가?), 외국어, 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독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동안 킥킥대기도 하고 맞아맞아 이러면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그녀의 글은 솔직하고, 대담하기도 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오프라인 친구는 손에 꼽아지는 내게 작가의 인간관계는 정말 넓구나(사실 읽으면서 피곤하기도 했다, 마치 내 친구인 듯 또 감정이입해버려서)

어느 순간 항상 열심히 하지 않는 거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딸린 것 없이 나 혼자만 오롯이 살아야 했던 시기에는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게으른 것이 내 현실에 대한 핑계같아 뭐든 열심히 살려고 했다. 그리고 엄마로 살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졌던 것 같다. 특히 경제적인 창출을 내지 못하는인간이 된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엄마로 살게 되는 되면서 그리고 나이가 좀 들면서,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느꼈다. 나는 나대로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갈 것이다. 이 책은 내게 나라는 사람을 인정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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