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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여름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얼룩진 여름 - 전경린 (지은이) 다산책방 2025-08-12>
♡
오랜만에 마음에 훅 들어오는 소설을 읽었다.
심지어 25년만에 재출간하는 책이다. 25년이면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말하듯, 태어난 아이가 자라 스물 다섯살이 되어 사회인이 되고, 스물다섯 살의 젊은이는 젊음을 소진하고 머리가 희끗한 쉰 살 중년이, 쉰 살 중년은 오래 늙어가며 인생을 일몰을 맞이한다. 그만큼 세월을 풍파를 겪는다는 말이다. 근데도 이질감이 하나 없다. 물론 개정했기 때문에도 있을 것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전문학이 그렇듯, “사랑”과 “삶”에 대한 본질은 변함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25살의 은령은 2년 정도 사귄 선모가 청혼을 한다. 그러나 선모의 집에서는 반대를 한다. 이유는 엄마의 재혼과 뒤늦게 낳은 아기가 문제였다. 그걸 계기로 쉽게 결혼을 단념했다. 그즈음 은령은 선배가 지방방송국의 구성작가 일을 연결해줘서 양부의 집을 떠난다. 교양 오락 프로그램인 라디오파크의 작가로 유경이란 시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를 처음 만난 플루토라는 카페의 사장이자 유경과 알고 지내는 이진과 알게 되고, 욕망인지 사랑인지 모를 관계를 맺는다. 이들의 여름은… 어떻게 끝이 날까.
모순적인 욕망, 자기 파괴적인 모습,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 결핍에의 가학적으로 충족하려는 모습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강하든 약하든 가지는 모습들을 너무도 잘 그려내서 읽는 내내 나를 빠져들게 했다.
이제 이 작가님을 파봐야겠구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주 좋은 독서였다.
✴︎ 매사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 자들도 있고 꼭 이유를 대라고 요구하는 자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차라리 힘의 방향 같은 거 아닐까요? 말초적이고 무책임한 말이지만, 이유란 건 없어요. 생각보다 생은 여전히 본능적인 거거든요. 우린 참 모순된 존재이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인생이란 성가신 놈이지요.“ (132)
✴︎ “어쨌든 저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것을 정직하게 찾지 않으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어요. 그것이 시작이죠.”(308)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