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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2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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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은이), 최성은 (옮긴이) 은행나무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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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인간, 사물, 동물, 죽은 이, 천사 등 다양한 존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거리를 명확히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총 84편의 짧은 글들이 ~의 시간이라는 형식으로 이어지며,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각기 다른 삶이 이어지는 사이사이, 사물 하나하나와 유기적인 관계가 맺어진다. 또한 인물과 인물간에, 인물과 다른 것 간에 시간과 의미가 생성된다. 마치 또 하나의 세계가 열려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이 책은 개인의 삶이 전체의 시간 속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그 세계 또한 개별 존재의 삶과 죽음, 시작과 끝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태고의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지만, 이 마을이 완전한 공간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온전함을 주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구분도, 뚜렷한 경계도 없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이 죽음으로 가까워진다는 건, 경계들을 허물어가는 과정 아닐까. 한때는 굳건했던 기준들이 흐려지고, 무너지는, 나만의 중심이라는 사고 속에서 그 사고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라고, 뭔가 맞지 않는 비유 같지만, 마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들판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보는” 법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많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생각이 많은 내게는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오래 머물며 읽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 나무에 꽃이 피고, 꽃잎이 흩날리고,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걸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내년에도 모든 것이 변함없으리라는 생각에 미시아는 짜증 났다.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이 되면 나무는 달라진다. 키도 훌쩍 자라고, 가지도 더욱 무거워진다. 잎사귀도 달라지고, 과실도 달라진다. 지금 꽃이 활짝 핀 저 가지도 내년에는 절대 똑같은 모습이 아니다. ‘빨랫줄에 널려 있는 세탁물도 결코 올해와 같을 순 없다. 나도 내년에는 지금과 같은 내가 아니다.‘ 미시아는 생각했다. (319)
✴︎ 어쩌면 시간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과거를 먼지처럼 흩어지게 해서 결국엔 돌이킬 수 없이 부서뜨리길 바라는 게 아닐까?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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