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ㅣ I LOVE 그림책
피비 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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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요정 마을에서 살고 있는 꼬마 마녀 헤이즐의 사계절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그림책. 우연히 발견한 부엉이 알을 부화시키고, 보살펴 야생으로 돌려 보내주는 봄의 이야기, 분주한 일과중 찾아온 갑작스런 휴식이 주는 행복함을 알게 해주는 ‘여름 이야기’, 외로움에 울부짖는 친구를 찾아가 따뜻하게 위로하는 ‘가을 이야기’, 늘 주기만 했던 도움을 되돌려 받는 이야기인 ‘겨울 이야기’가 담겼다.

◈ 이 책 제목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라고 계절과 관련한 책이라고 오해해선 안된다. 오히려 변화하는 계절마다 벌어지는 헤이즐의 사건 모음집에 가깝다. 그러나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 또한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나 할까. 100쪽에 가까운 장수이지만 그림책을 넘겨보는 부담이 전혀 없다. 오히려 헤이즐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간절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뿐이다.

[ 달이 뜨고 나서야 헤이즐과 웬델과 네이딘은 이제 유리처럼 반짝이는 고요한 연못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참 멋진 날이야.’

작은 마녀 헤이즐은 만족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래, 뭐든 내일 해도 될 거야.’

-헤이즐의 여름, 여유로운 날 중- ]

◈ 사계절을 품은 숲속에서 헤이즐에게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자연, 계절, 생명, 우정, 공동체를 모두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모두 아름답고 따뜻하다.

◈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림체! 이 책을 쓰고 그린 피비 월 작가님은 수채화와 콜라주에서부터 패브릭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라고 한다. 아기자기 예쁜 그림체에 선명한 색감, 독특한 질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독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헤이즐 캐릭터로 만든 굿즈를 갖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컬러링 북 등 연계 제품이 나와도 좋을 것만 같다는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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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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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싫은 게 아니라 집에 있을 때의 내가 너무 싫어. 여기 와서, 진짜 자유란 게 뭔지 알게 됐어. 여기 와서, 내가 나를 위해서 사는 법을 배우게 됐어.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고향인 일본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할 때부터 늘 이방인이었던 나오는 어린시절 고향인 일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나오가 일본에서 1년간 머무르는 곳은 ‘히마와리 하우스’. 이곳에는 한국의 전형적인 입시 전쟁에 치여 살다 대학을 그만두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온 한국인 혜정, 대학 입학을 목표로 타국에서 알바와 어학원 생활을 전전하는 싱가포르인 티나가 있다.

이 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와 유산을 장려하고 문학적, 예술적 가치를 바탕으로 수여하는 ‘아시아 태평양계 아메리칸 문학상’ 수상작이다. 실제로 이 책을 쓰고 그린 ‘하모니 베커’ 작가님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한국과 일본에 살았으며 현재는 멕시코시티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작가님의 경험이 녹아있어서 인지 책 속에선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나오, 한국인 혜정, 싱가포르인 티나의 이야기가 아주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있다.

저마다의 이유는 달랐지만, 결국 이 책은 진짜 자신을 찾아가고자 하는 세 사람의 성장을 아주 멋지게 그려낸다. 어디서든 이방인 취급을 받는 나오, 입시 전쟁에 치여 무작정 주어진 길로만 가다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혜정, 알바와 공부에 치여 사는 티나의 이야기는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내겐 멀어진 ‘청춘’이지만, 이 책은 결코 ‘젊은이’에 한정하는 방황과 성장을 그린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결코 나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조차도 사치로 취급받는 현대 시대가 아닌가.

바쁜 평일 새벽에 잠깐만 읽고 자야지 하며 책을 손에 쥐었다가, 결국 눈물 콧물 흘리며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을 수 있던 ‘히마와리 하우스’. 책장을 덮고나니, 어제보다 지금 더 내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고 싶어진다는 마음이 든다. 읽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좋은 그래픽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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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ㅣ I LOVE 그림책
세스 피쉬맨.제시카 배글리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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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일찍 잠에서 깼다. 엄마 아빠는 7시까지 침대에 있으라고 했지만, 난 옷을 챙겨 입고 나만의 하루를 시작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거야.”

해가 뜨기도 전에 잠에서 깬 아이. 아이는 7시까지 침대에 있으라는 부모님 말씀에도 이른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몰래 마시멜로 먹기, 그림을 그려 나만의 도시 완성하기, 킥보드를 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정원으로 나가 땅을 파고 놀기. 이른 아침부터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아이의 재미난 상상은 저마다 색을 만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된다. 한 장의 페이지에 빨강, 보라, 노랑, 초록색으로 그려진 삽화, 그리고 그림에 어울리는 글이 각각 진행되는 구성은 이 책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독자에겐 마치 네 아이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단지 일찍 일어난 어느 하루일지라도, 하루 하루의 삶이 아이에게는 모두 특별하고, 새롭다는 의미겠다. 아이의 상상력에 따라 다채롭게 진행되는 이야기처럼, 독자들은 이 책의 특정 색깔만 따라 읽기도, 모든 색을 따라 읽기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잠든 부모의 눈길을 피해 아이가 홀로 맞는 아침은 독특하면서 재미있다. “~했다”가 아닌 “~할 수 있어.” 라는 가정의 문장은 아이를 좀 더 대범하고 용기있게 만든다. 나무 껍질에 긁혀도 개의치 않고, 나무 위에 올라가 산들 바람을 맞거나, 거미나 뱀, 이상한 그림자를 만날지라도 두려워 하지 않고 땅을 파며 모험을 한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토록 즐거움과 재미, 신기함으로 반짝거린다.

아이는 7시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침대 밖을 나선다. 상상의 나래를 무한히 펼치며 즐거운 하루를 기대한 아이가 한 선택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도 너무나 아이다워 웃음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의 용감하고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그 근원이 부모의 사랑에서 나옴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부모보다 일찍 이러나 이른 아침을 맞는 건 어쩌면 특별함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평범함을 무궁무진한 상상을 더해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빨강, 노랑, 보라, 초록의 상상을 넘어 또 다른 색으로 자신만의 상상을 이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만약 일찍 일어난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아이가 그려낼 색과,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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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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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4년 연속 2학년 담임인 내가 준비한 첫 날 그림책은 '나만 없어 토끼'.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책은 첫 날에 보여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을 잔뜩 만나게 될 오늘의 아이들에게 이 책 속 주인공들처럼 좋은 친구를 사귀어 보라고 권하기 위해서.

역시나, 책을 읽어주자 한 아이가 다가와서 말한다. '저도 이런 적 있어요. 애들이 저만 따돌리고 같이 안놀았어요.' 아이의 말에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더욱 공감했겠다 이야기 나누며, 비슷한 말을 하며 내게 다가온 옛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늘 교실에는 이 책 속 주인공 '카야' 같은 아이가 있었으니까.

카야에게는 토끼가 없다. 코네와 카르멘에게는 토끼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카야는 두 아이 곁을 맴돌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만다. 나에게도 토끼가 있다며 말이다.

가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카야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 어떤 아이는 새로운 물건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모으려 하고, 어떤 아이는 끊임없이 먹을 것이나 물건을 사주며 제 마음을 드러낸다. 친구를 향한 아이의 간절함이 불러 일으킨 것들이다.

카야가 거짓말을 하는 지점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카야의 집에 정말 토끼가 살까?"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대다수의 아이들은 코네와 카르멘이 된 것처럼 모두가 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카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거라 믿었다. (소수의 아이만이 카야가 거짓말을 한 걸 알아챘다.) 어른인 내 눈엔 카야의 '거짓말'이 보였지만, 아이들의 눈엔 말보다 '카야'라는 존재가 더 먼저 보인 것이다.

만약 이 책이 카야의 계속되는 거짓말, 혹은 토끼를 사는 결말로 끝이 났더라면 밋밋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진짜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 카야와 코네, 카르멘이 함께 있는 시간이 점차 늘고, 세 아이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든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책 속에선 세 명의 관계에서 생기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정답이라 단언하는 방법이 아닌, 둘과 하나로 나뉜 아이들이 천천히 셋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전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행동하는 용기를,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속상함의 위로를, 같은 마음의 공감을 만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카야가 코테와 카르멘과 친해지게 되어 좋다는 소감을 많이 남겼다. 책의 행복한 결말은 교우관계에서 우리 아이들 모두가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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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ㅣ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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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플루비아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텅 빈 도서관에 남은 것이라곤 도서관 안내 로봇 리보와 이야기 로봇 앤 뿐이다. 도서관에 고립되어 도서관에 찾아 올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리보와 앤. 그리고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을 걱정하고, 그리워 하는 또 다른 아이 '도현'. 바이러스로 인해 그리운 존재를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제23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리보와 앤'. 역시나 대상 타이틀만큼 내용도, 의미도 아쉬울 게 없이 좋은 작품이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바이러스는 전 국민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사람들간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려놓았다. 메시지와 온라인 캠을 이용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소통과 대면의 간절함을 몸소 느꼈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코로나 초창기 시기의 공포와 거리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지난 날을 돌아볼 때, 우리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될까. 동화책 '리보와 앤'은 몇년 전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홀로 고립되어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로봇들에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는 단절된 상황은 위험 경고창이 뜨는 긴급 상황과도 같다. 소통해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로봇 리보와 앤의 모습이 결코 '로봇'에 한정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크를 쓰며 지내온 지난 시간동안,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위험' 경고창이 떴다. 바이러스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소통과 연결은 비단 리보와 앤 만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겐 위로이자 공감이었다. 지금은 흐릿할 수 있으나, 기억속엔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 과거의 시간들. 모니터 화면 속 친구들을 보며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 때의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짚어주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품이 되어줄 것이다.

책 후반에 함께 수록된 유영진 평론가님의 글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과연 이 동화가 훗날 코로나19를 겪지 않은 아이들에겐 어떻게 다가가게 될 것인가? 를 묻는 그 질문에 대한 평론가님의 대답이 무척 인상적이다. 평론가님은 훗날 독자들은 <리보를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닌 '타자'로 보고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논하게 될 것>이라 대답하며 이 책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서도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고 작품의 무게를 온전히 보존할 것이라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이다. 현재에는 위로와 공감이 될 이 책은, 한편으론 미래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은 책이다. 인공지능과의 삶이 현실이 되는 오늘 날, 리보와 앤과 같은 친구를 대할 우리의 자세와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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