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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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4년 연속 2학년 담임인 내가 준비한 첫 날 그림책은 '나만 없어 토끼'.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책은 첫 날에 보여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을 잔뜩 만나게 될 오늘의 아이들에게 이 책 속 주인공들처럼 좋은 친구를 사귀어 보라고 권하기 위해서.

역시나, 책을 읽어주자 한 아이가 다가와서 말한다. '저도 이런 적 있어요. 애들이 저만 따돌리고 같이 안놀았어요.' 아이의 말에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더욱 공감했겠다 이야기 나누며, 비슷한 말을 하며 내게 다가온 옛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늘 교실에는 이 책 속 주인공 '카야' 같은 아이가 있었으니까.

카야에게는 토끼가 없다. 코네와 카르멘에게는 토끼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카야는 두 아이 곁을 맴돌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만다. 나에게도 토끼가 있다며 말이다.

가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카야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 어떤 아이는 새로운 물건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모으려 하고, 어떤 아이는 끊임없이 먹을 것이나 물건을 사주며 제 마음을 드러낸다. 친구를 향한 아이의 간절함이 불러 일으킨 것들이다.

카야가 거짓말을 하는 지점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카야의 집에 정말 토끼가 살까?"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대다수의 아이들은 코네와 카르멘이 된 것처럼 모두가 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카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거라 믿었다. (소수의 아이만이 카야가 거짓말을 한 걸 알아챘다.) 어른인 내 눈엔 카야의 '거짓말'이 보였지만, 아이들의 눈엔 말보다 '카야'라는 존재가 더 먼저 보인 것이다.

만약 이 책이 카야의 계속되는 거짓말, 혹은 토끼를 사는 결말로 끝이 났더라면 밋밋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진짜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 카야와 코네, 카르멘이 함께 있는 시간이 점차 늘고, 세 아이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든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책 속에선 세 명의 관계에서 생기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정답이라 단언하는 방법이 아닌, 둘과 하나로 나뉜 아이들이 천천히 셋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전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행동하는 용기를,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속상함의 위로를, 같은 마음의 공감을 만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카야가 코테와 카르멘과 친해지게 되어 좋다는 소감을 많이 남겼다. 책의 행복한 결말은 교우관계에서 우리 아이들 모두가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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