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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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플루비아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텅 빈 도서관에 남은 것이라곤 도서관 안내 로봇 리보와 이야기 로봇 앤 뿐이다. 도서관에 고립되어 도서관에 찾아 올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리보와 앤. 그리고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을 걱정하고, 그리워 하는 또 다른 아이 '도현'. 바이러스로 인해 그리운 존재를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제23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리보와 앤'. 역시나 대상 타이틀만큼 내용도, 의미도 아쉬울 게 없이 좋은 작품이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바이러스는 전 국민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사람들간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려놓았다. 메시지와 온라인 캠을 이용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소통과 대면의 간절함을 몸소 느꼈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코로나 초창기 시기의 공포와 거리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지난 날을 돌아볼 때, 우리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될까. 동화책 '리보와 앤'은 몇년 전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홀로 고립되어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로봇들에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는 단절된 상황은 위험 경고창이 뜨는 긴급 상황과도 같다. 소통해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로봇 리보와 앤의 모습이 결코 '로봇'에 한정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크를 쓰며 지내온 지난 시간동안,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위험' 경고창이 떴다. 바이러스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소통과 연결은 비단 리보와 앤 만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겐 위로이자 공감이었다. 지금은 흐릿할 수 있으나, 기억속엔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 과거의 시간들. 모니터 화면 속 친구들을 보며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 때의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짚어주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품이 되어줄 것이다.

책 후반에 함께 수록된 유영진 평론가님의 글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과연 이 동화가 훗날 코로나19를 겪지 않은 아이들에겐 어떻게 다가가게 될 것인가? 를 묻는 그 질문에 대한 평론가님의 대답이 무척 인상적이다. 평론가님은 훗날 독자들은 <리보를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닌 '타자'로 보고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논하게 될 것>이라 대답하며 이 책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서도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고 작품의 무게를 온전히 보존할 것이라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이다. 현재에는 위로와 공감이 될 이 책은, 한편으론 미래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은 책이다. 인공지능과의 삶이 현실이 되는 오늘 날, 리보와 앤과 같은 친구를 대할 우리의 자세와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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