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I LOVE 그림책
세스 피쉬맨.제시카 배글리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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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일찍 잠에서 깼다. 엄마 아빠는 7시까지 침대에 있으라고 했지만, 난 옷을 챙겨 입고 나만의 하루를 시작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거야.”

해가 뜨기도 전에 잠에서 깬 아이. 아이는 7시까지 침대에 있으라는 부모님 말씀에도 이른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몰래 마시멜로 먹기, 그림을 그려 나만의 도시 완성하기, 킥보드를 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정원으로 나가 땅을 파고 놀기. 이른 아침부터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아이의 재미난 상상은 저마다 색을 만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된다. 한 장의 페이지에 빨강, 보라, 노랑, 초록색으로 그려진 삽화, 그리고 그림에 어울리는 글이 각각 진행되는 구성은 이 책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독자에겐 마치 네 아이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단지 일찍 일어난 어느 하루일지라도, 하루 하루의 삶이 아이에게는 모두 특별하고, 새롭다는 의미겠다. 아이의 상상력에 따라 다채롭게 진행되는 이야기처럼, 독자들은 이 책의 특정 색깔만 따라 읽기도, 모든 색을 따라 읽기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잠든 부모의 눈길을 피해 아이가 홀로 맞는 아침은 독특하면서 재미있다. “~했다”가 아닌 “~할 수 있어.” 라는 가정의 문장은 아이를 좀 더 대범하고 용기있게 만든다. 나무 껍질에 긁혀도 개의치 않고, 나무 위에 올라가 산들 바람을 맞거나, 거미나 뱀, 이상한 그림자를 만날지라도 두려워 하지 않고 땅을 파며 모험을 한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토록 즐거움과 재미, 신기함으로 반짝거린다.

아이는 7시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침대 밖을 나선다. 상상의 나래를 무한히 펼치며 즐거운 하루를 기대한 아이가 한 선택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도 너무나 아이다워 웃음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의 용감하고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그 근원이 부모의 사랑에서 나옴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부모보다 일찍 이러나 이른 아침을 맞는 건 어쩌면 특별함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평범함을 무궁무진한 상상을 더해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빨강, 노랑, 보라, 초록의 상상을 넘어 또 다른 색으로 자신만의 상상을 이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만약 일찍 일어난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아이가 그려낼 색과,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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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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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4년 연속 2학년 담임인 내가 준비한 첫 날 그림책은 '나만 없어 토끼'.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책은 첫 날에 보여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을 잔뜩 만나게 될 오늘의 아이들에게 이 책 속 주인공들처럼 좋은 친구를 사귀어 보라고 권하기 위해서.

역시나, 책을 읽어주자 한 아이가 다가와서 말한다. '저도 이런 적 있어요. 애들이 저만 따돌리고 같이 안놀았어요.' 아이의 말에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더욱 공감했겠다 이야기 나누며, 비슷한 말을 하며 내게 다가온 옛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늘 교실에는 이 책 속 주인공 '카야' 같은 아이가 있었으니까.

카야에게는 토끼가 없다. 코네와 카르멘에게는 토끼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카야는 두 아이 곁을 맴돌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만다. 나에게도 토끼가 있다며 말이다.

가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카야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 어떤 아이는 새로운 물건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모으려 하고, 어떤 아이는 끊임없이 먹을 것이나 물건을 사주며 제 마음을 드러낸다. 친구를 향한 아이의 간절함이 불러 일으킨 것들이다.

카야가 거짓말을 하는 지점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카야의 집에 정말 토끼가 살까?"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대다수의 아이들은 코네와 카르멘이 된 것처럼 모두가 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카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거라 믿었다. (소수의 아이만이 카야가 거짓말을 한 걸 알아챘다.) 어른인 내 눈엔 카야의 '거짓말'이 보였지만, 아이들의 눈엔 말보다 '카야'라는 존재가 더 먼저 보인 것이다.

만약 이 책이 카야의 계속되는 거짓말, 혹은 토끼를 사는 결말로 끝이 났더라면 밋밋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진짜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 카야와 코네, 카르멘이 함께 있는 시간이 점차 늘고, 세 아이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든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책 속에선 세 명의 관계에서 생기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정답이라 단언하는 방법이 아닌, 둘과 하나로 나뉜 아이들이 천천히 셋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전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행동하는 용기를,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속상함의 위로를, 같은 마음의 공감을 만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카야가 코테와 카르멘과 친해지게 되어 좋다는 소감을 많이 남겼다. 책의 행복한 결말은 교우관계에서 우리 아이들 모두가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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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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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플루비아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텅 빈 도서관에 남은 것이라곤 도서관 안내 로봇 리보와 이야기 로봇 앤 뿐이다. 도서관에 고립되어 도서관에 찾아 올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리보와 앤. 그리고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을 걱정하고, 그리워 하는 또 다른 아이 '도현'. 바이러스로 인해 그리운 존재를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제23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리보와 앤'. 역시나 대상 타이틀만큼 내용도, 의미도 아쉬울 게 없이 좋은 작품이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바이러스는 전 국민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사람들간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려놓았다. 메시지와 온라인 캠을 이용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소통과 대면의 간절함을 몸소 느꼈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코로나 초창기 시기의 공포와 거리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지난 날을 돌아볼 때, 우리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될까. 동화책 '리보와 앤'은 몇년 전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홀로 고립되어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로봇들에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는 단절된 상황은 위험 경고창이 뜨는 긴급 상황과도 같다. 소통해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로봇 리보와 앤의 모습이 결코 '로봇'에 한정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크를 쓰며 지내온 지난 시간동안,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위험' 경고창이 떴다. 바이러스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소통과 연결은 비단 리보와 앤 만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겐 위로이자 공감이었다. 지금은 흐릿할 수 있으나, 기억속엔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 과거의 시간들. 모니터 화면 속 친구들을 보며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 때의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짚어주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품이 되어줄 것이다.

책 후반에 함께 수록된 유영진 평론가님의 글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과연 이 동화가 훗날 코로나19를 겪지 않은 아이들에겐 어떻게 다가가게 될 것인가? 를 묻는 그 질문에 대한 평론가님의 대답이 무척 인상적이다. 평론가님은 훗날 독자들은 <리보를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닌 '타자'로 보고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논하게 될 것>이라 대답하며 이 책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서도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고 작품의 무게를 온전히 보존할 것이라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이다. 현재에는 위로와 공감이 될 이 책은, 한편으론 미래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은 책이다. 인공지능과의 삶이 현실이 되는 오늘 날, 리보와 앤과 같은 친구를 대할 우리의 자세와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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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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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미소에게 외계인 언니가 생겼다. 부모님의 직장 동료였던 안키노스 행성의 외계인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면서, 그들의 자녀였던 '얀'을 부모님이 입양하게 된 것. 갑작스럽게 생긴 언니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빼앗기게 된 것도, 지구인과 다른 외계인 언니를 둔 탓에 학교 친구들에게 덩달아 함께 따돌림을 당하게 되버린 것도 미소는 무척 못마땅하다.

어느 날, 우주로 가족 여행을 가던 미소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얀과 함께 안키노스 행성에 불시착하고 만다. 얀의 고향인 안키노스 행성에서 거꾸로 외계인이 되어버린 미소. 미소는 이 낯선 행성이 무척 혼란스럽기만 하다.


◈ 요새 칼 세이건 박사님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외계인은 정말 있을까?' 가 아니라, '외계인은 분명 있다!'라고 말하는 글을 읽으며 정말 먼 미래 시대에는 세계화가 아니라 우주화가 익숙한 삶이 올 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동화도 그렇다. 이제 로봇과 우주인은 더 이상 동화에서 낯선 소재가 아니다.

◈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몬스터 차일드'의 이재문 작가님의 신간은 '외계인 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이들을 위한 SF장편동화를 엄선하는 허블 출판사에서 낸 두 번째 어린이 시리즈. 김초엽 작가님, 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출간한 허블에서 나온 SF 동화책인만큼 탄탄한 구성과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 이 동화책이 가진 매력은 무척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란다면 나는 주저없이 '전환'을 택하겠다. 보통 동화나 소설에서는 지구에 온 외계인 이야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주인공인 내가 외계인이 되어버린다. 늘 외계인을 만나기만 했던 아이들에겐 무척 낯설고 새로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존재 (외계인)을 이해하기만 했던 아이들은 이제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나(미소)의 마음이 되어 이야기 속 모험을 함께 하게 된다. 외계 행성에서 홀로 존재하는 지구인이 되어 느낀 감정은 일상 생활에선 결코 짐작하거나 느껴보지 못할 낯섬이다.

◈ 외계인 언니 '얀'의 고향인 안키노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책에서 서술하는 외계 행성 이야기는 신비롭고 독특하다. 은빛이 도는 흙,보라색 이파리, 물고기 같은 곤충과 끊임없이 내리는 비... 머릿속으로 그려내야 하는 외계 행성의 모습이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님은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선뜻 손을 내민다. 미소와 얀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행성의 모습은 아주 자세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띄고 있다. 처음의 낯섬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행성 구석구석을 여행하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안키노스 안에 서 있게 된다. 고학년을 위한 장편동화이기 때문에 저학년 동화처럼 삽화 비중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적절하게 필요한 장면에서 도움을 주듯 등장하는 신비로운 안키노스 행성의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을 돕는데 도움을 준다.

◈ 그러나 이 동화는 외계 행성의 모험 이야기이기 전에, 얀과 미소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 동화이다. 나와 다른 외계인 언니를 받아들이는 미소의 마음은 복잡하고 어렵다. 12살의 아이가 나와 다른 존재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그 과정은 진솔하고 울컥하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기게 되는 것 같은 걱정, 나까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만 같은 불안감. 외계인 언니 얀으로 인해 미소가 겪어야 하는 감정은 결코 쉽게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한 권의 이야기 내내 미소는 얀과 부딪히고, 대화하며, 다름을 이해하려 애쓴다. 독자는 그런 미소의 곁에 서있다. 미소처럼 외계인 언니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아이들의 속마음은 미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 우주, 로봇 이야기를 다루는 SF 동화가 아직은 많지 않는 만큼 허블 시리즈에서 나온 이재문작가님의  SF동화가 무척 반갑다. 우주행성에 떨어진 지구인 이야기를 통해 신비로운 외계 행성의 모험과 진한 우정, 가족간의 사랑까지 동시에 보여준 작가님의 글솜씨를 감탄할 수밖에 없는 책! 분명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받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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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최후의 날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5
박상기 지음, 송효정 그림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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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인 <백제 최후의 날>은 박상기 작가님의 장편 동화다.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이었던 ‘바꿔’ 동화를 쓰신 작가님의 글인 만큼 내용과 구성 어느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오히려 그간 작가님이 쓴 좋은 책 중에서도 단연 이 책을 최고라고 꼽아도 될 정도로 이번 작품은 완벽 그 자체다. 읽는 내내 감탄하면서 보았다.

이 글은 우리 동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백제’를 배경으로 한 글이다.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인 660년을 배경으로 한 이 글에 우리 아이들은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하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시대의 이야기는 노래 가사 속에 등장하는 ‘삼천궁녀 의자왕’이라는 이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라도 순식간에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갖는다. 이 동화는 철저하게 ‘열두 살 소년 석솔’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동화의 장점은 역사 상황과 그 부연 설명을 중심으로 두는 것이 아닌,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660년, 백제 멸망의 시대를 보고, 느끼게 된다. 시대가 달라도, ‘아이’의 이야기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아이’일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시공간에 사는 소년의 이야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 것이다.

‘백제 최후의 날’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글이지만 무척 자세하고, 수준이 높다. 글 속에서는 풀뿌리를 캐 먹는 백성들의 실정과 백제 평민, 귀족들의 생활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위해 작가님은 공산성을 수십번도 넘게 더 찾아갔고, 역사 기록과 박물관 자료도 살피셨단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배경은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글은 최근에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 (웅진성주 예식이 나라를 배신하고 의자왕을 붙잡았으며, ‘삼천궁녀’와 같은 오명이 덧씌워진 의자왕은 나라를 위해 최후까지 치열하게 싸웠다는 내용)에 기반하여 쓴 동화다. 이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오류를 다시 돌아보고, 우리 역사에 대한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손색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만들어진 역사 드라마 한 편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등의 2차 컨텐츠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토록 좋은 책은 가지를 좀 더 길게 뻗어 책에 닿지 않은 아이들의 손에 닿을 수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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