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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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미소에게 외계인 언니가 생겼다. 부모님의 직장 동료였던 안키노스 행성의 외계인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면서, 그들의 자녀였던 '얀'을 부모님이 입양하게 된 것. 갑작스럽게 생긴 언니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빼앗기게 된 것도, 지구인과 다른 외계인 언니를 둔 탓에 학교 친구들에게 덩달아 함께 따돌림을 당하게 되버린 것도 미소는 무척 못마땅하다.

어느 날, 우주로 가족 여행을 가던 미소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얀과 함께 안키노스 행성에 불시착하고 만다. 얀의 고향인 안키노스 행성에서 거꾸로 외계인이 되어버린 미소. 미소는 이 낯선 행성이 무척 혼란스럽기만 하다.


◈ 요새 칼 세이건 박사님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외계인은 정말 있을까?' 가 아니라, '외계인은 분명 있다!'라고 말하는 글을 읽으며 정말 먼 미래 시대에는 세계화가 아니라 우주화가 익숙한 삶이 올 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동화도 그렇다. 이제 로봇과 우주인은 더 이상 동화에서 낯선 소재가 아니다.

◈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몬스터 차일드'의 이재문 작가님의 신간은 '외계인 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이들을 위한 SF장편동화를 엄선하는 허블 출판사에서 낸 두 번째 어린이 시리즈. 김초엽 작가님, 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출간한 허블에서 나온 SF 동화책인만큼 탄탄한 구성과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 이 동화책이 가진 매력은 무척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란다면 나는 주저없이 '전환'을 택하겠다. 보통 동화나 소설에서는 지구에 온 외계인 이야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주인공인 내가 외계인이 되어버린다. 늘 외계인을 만나기만 했던 아이들에겐 무척 낯설고 새로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존재 (외계인)을 이해하기만 했던 아이들은 이제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나(미소)의 마음이 되어 이야기 속 모험을 함께 하게 된다. 외계 행성에서 홀로 존재하는 지구인이 되어 느낀 감정은 일상 생활에선 결코 짐작하거나 느껴보지 못할 낯섬이다.

◈ 외계인 언니 '얀'의 고향인 안키노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책에서 서술하는 외계 행성 이야기는 신비롭고 독특하다. 은빛이 도는 흙,보라색 이파리, 물고기 같은 곤충과 끊임없이 내리는 비... 머릿속으로 그려내야 하는 외계 행성의 모습이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님은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선뜻 손을 내민다. 미소와 얀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행성의 모습은 아주 자세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띄고 있다. 처음의 낯섬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행성 구석구석을 여행하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안키노스 안에 서 있게 된다. 고학년을 위한 장편동화이기 때문에 저학년 동화처럼 삽화 비중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적절하게 필요한 장면에서 도움을 주듯 등장하는 신비로운 안키노스 행성의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을 돕는데 도움을 준다.

◈ 그러나 이 동화는 외계 행성의 모험 이야기이기 전에, 얀과 미소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 동화이다. 나와 다른 외계인 언니를 받아들이는 미소의 마음은 복잡하고 어렵다. 12살의 아이가 나와 다른 존재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그 과정은 진솔하고 울컥하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기게 되는 것 같은 걱정, 나까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만 같은 불안감. 외계인 언니 얀으로 인해 미소가 겪어야 하는 감정은 결코 쉽게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한 권의 이야기 내내 미소는 얀과 부딪히고, 대화하며, 다름을 이해하려 애쓴다. 독자는 그런 미소의 곁에 서있다. 미소처럼 외계인 언니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아이들의 속마음은 미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 우주, 로봇 이야기를 다루는 SF 동화가 아직은 많지 않는 만큼 허블 시리즈에서 나온 이재문작가님의  SF동화가 무척 반갑다. 우주행성에 떨어진 지구인 이야기를 통해 신비로운 외계 행성의 모험과 진한 우정, 가족간의 사랑까지 동시에 보여준 작가님의 글솜씨를 감탄할 수밖에 없는 책! 분명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받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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