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최후의 날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5
박상기 지음, 송효정 그림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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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인 <백제 최후의 날>은 박상기 작가님의 장편 동화다.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이었던 ‘바꿔’ 동화를 쓰신 작가님의 글인 만큼 내용과 구성 어느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오히려 그간 작가님이 쓴 좋은 책 중에서도 단연 이 책을 최고라고 꼽아도 될 정도로 이번 작품은 완벽 그 자체다. 읽는 내내 감탄하면서 보았다.

이 글은 우리 동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백제’를 배경으로 한 글이다.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인 660년을 배경으로 한 이 글에 우리 아이들은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하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시대의 이야기는 노래 가사 속에 등장하는 ‘삼천궁녀 의자왕’이라는 이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라도 순식간에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갖는다. 이 동화는 철저하게 ‘열두 살 소년 석솔’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동화의 장점은 역사 상황과 그 부연 설명을 중심으로 두는 것이 아닌,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660년, 백제 멸망의 시대를 보고, 느끼게 된다. 시대가 달라도, ‘아이’의 이야기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아이’일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시공간에 사는 소년의 이야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 것이다.

‘백제 최후의 날’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글이지만 무척 자세하고, 수준이 높다. 글 속에서는 풀뿌리를 캐 먹는 백성들의 실정과 백제 평민, 귀족들의 생활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위해 작가님은 공산성을 수십번도 넘게 더 찾아갔고, 역사 기록과 박물관 자료도 살피셨단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배경은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글은 최근에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 (웅진성주 예식이 나라를 배신하고 의자왕을 붙잡았으며, ‘삼천궁녀’와 같은 오명이 덧씌워진 의자왕은 나라를 위해 최후까지 치열하게 싸웠다는 내용)에 기반하여 쓴 동화다. 이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오류를 다시 돌아보고, 우리 역사에 대한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손색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만들어진 역사 드라마 한 편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등의 2차 컨텐츠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토록 좋은 책은 가지를 좀 더 길게 뻗어 책에 닿지 않은 아이들의 손에 닿을 수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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