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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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간된 서현 작가님의 신작 호라이, 호라이호라이. 두 책은 닮은 듯 의외로 닮지 않았다. 초록빛깔 표지의 호라이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맛이 있다면, 서현 작가님을 상징하는 '노란색' 표지의 '호라이호라이'는 조금 더 사실적이며, 담고있는 의미도 많다.

- 나는 호라이.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아.

호라이 책과 같이 밥 한공기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호라이. 호라이 책이 주인공 호라이의 변화 무쌍한 모험을 그려냈다면, 호라이호라이 책은 인간들에게 먹혀버리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지 않은 호라이의 모험이 주가 된다.

밥 공기를 벗어나 도망치는 호라이. 호라이는 자신을 주시하며, 먹어 치우려 하는 검은 고양이와 맞딱뜨린다. 고양이는 지속적으로 호라이를 먹으려 하지만, 정작 '나는 왜 호라이일까?' 하는 심오한 질문에 빠져 주위는 보이지도 않는 호라이의 모습이 인상깊다.

-나는 왜 하얗고 노란 걸까?
왜 톡 터질 것처럼 약한 걸까?
왜 매끈매끈 둥근 걸까?

자아를 찾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가며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호라이는 자신이 하늘에 떠 있는 달 일수도, 태양 일수도, 누군가의 모자 일수도, 어쩌면 우주를 나는 자유로운 우주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들의 식탁에서 수많은 후라이들을 보며, 인간에게 들킬까봐 초조해하는 호라이. 결국 호라이는 인간에게 들켜버리고, 식탁 위의 다른 호라이들과 함께 하늘 위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결국 우주로 떠나게 되는 호라이, 그리고 수 많은 호라이들. 이들은 자신을 잡아 먹으려 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라는 알을 톡 깨서 후라이 한 다음 잡아 먹어버린다.

그림책 '호라이호라이'는 계란후라이인 주인공 호라이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간들을 피해 도망쳐 우주로 날아가는 이야기에서 나아가 역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호라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식탁에서 시작하여 넓은 우주까지 확장해가는 책의 흐름이 부담스럽지 않고 매끄럽다. 독자들은 호라이를 따라 어느새 우주 밖으로 나와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인공 '호라이'의 자아 탐색과 인간을 피한 우주로의 탈출, 나아가 우주 냉장고 속 하나의 알인 지구의 모습을 보는 것까지 그림책 '호라이호라이'는 '호라이'보다 훨씬 광대하고 넓은 세계관안에서 독자들에게 '나는 왜?' 라는 심오한 질문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우주라는 넓은 공간에서는 자칫 톡 하고 깨어버릴 것 처럼 약한 지구. 그리고 그런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약한 존재 '나'. 호라이의 모험을 따라 우주 밖까지 나아갔지만, 결국은 다시 '나'라는 존재로 돌아와 연약한 나를 돌이켜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같이 깊은 의미로 생각지 않더라도, 그림책 '호라이호라이'는 그냥 재밌다. 호라이의 귀여운 모험을 따라 우주여행을 한바퀴 하고 온 기분이랄까.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좋아진다. 어른이 된 나는 책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있지만, 나와 함께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그저 책 자체를 즐긴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 책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호라이의 모험을 즐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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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오토바이 타고 동네 한 바퀴 I LOVE 그림책
이자벨 퀸테로 지음, 지크 페냐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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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이 시점에,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코로나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코로나는 질병이 아닌 지명이다.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분명 코로나라는 지역 이름을 들려주면 아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하고 외칠 것이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이 곳이 미국이라고 알려준다면 반응이 어떨까? 굉장히 신기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http://naver.me/FgiB8g3S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이 책은 낯설다. 멕시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렇다. 낯선 지역의 생경한 이야기. 그래서 좀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다. 익숙하지 않기에 멀게 느껴진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말이다. 이 책이 재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자주 듣고 접한 지역도, 문화도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줄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겠다. 낯선 이도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다보면 점차 가까워지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가야 한다.


- 미국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주를 이루는 도시 코로나.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멕시코 이주민의 딸인 데이지이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데이지는 아빠의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돈다. 아빠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동네 한 바퀴. 점차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며 달라지는 동네이지만, 이곳은 데이지가 살아왔으며, 여전히 살고있는 동네이다. 정겨운 이웃들과 익숙한 풍경들. 데이지는 자신이 크고 자라온 이 동네의 감각들을 몸속에 새겨넣는다. 아빠와 함께이기에 행복함을 느끼고, 익숙하고 정겨운 자신의 동네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 아빠와 오토바이를 타며 동네 구석구석을 도는 이 순간은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깊이 새겨진다.


작가님이 어린 시절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돌던 기억에서 시작된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이주민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힘든 노동속에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한 편의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누런 빛깔의 종이와 만화체같은 그림은 '이런 이야기가 있었단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마치 나와 아빠의 추억, 나아가 우리 고향 사람들이 살아온 이 이야기를 잊지 말라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작가님의 마음은 이야기가 끝난 후 마지막 장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도시를 건설하고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이름을 따서 거리의 이름이 지어지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스팔트를 까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내 아버지가, 나의 이웃들이 땀과 노력으로 빚어낸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나 또한 내가 살아온 이 도시를 일구고 가꾼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노랫말처럼 태어나 자라고 살아온 고향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남아있다. 실질적으로 나고 자란 곳이 아니어도, 마음의 고향이라 여기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곳 말이다. 이 책은 한 소녀가 아빠의 등 뒤에서 보아온 자신의 고향을 어떻게 사랑하고 기억하는지를 보여준다. 고향을 사랑하며 기억하는 마음, 그 안에는 어린 시절 마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노력해온 아빠의 모습이,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마을 사람들과 같은 소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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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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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가면 책에 재미를 못 붙이고 서성거리는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주는 작가님의 책이 있다. 바로 서현 작가님의 그림책들! ‘눈물 바다’나 ‘커졌다’, ‘간질간질’은 아이들이 너무나 재밌게 보는 책들이다. (특히 눈물 바다는 아이들이 정말 재밌게 본다) 덕분에 나 역시 서현 작가님의 그림책을 좋아하며 즐겨보던 중이었는데, 이런 애정하는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그것도 무려 두 권이나 말이다.
    
신간의 이름은 ‘호라이’ 그리고 ‘호라이호라이’ (호라이호라이의 서평은 따로 쓰겠다! 한 번에 묶어서 쓸 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형제 책이다. 개인적으로 호라이가 동생책, 호라이호라이가 언니오빠형누나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생 책이라 절로 생각될 만큼 그림책 ‘호라이’는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까만 고양이, 호라이, 그 밖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귀엽고 둥글둥글하며, 그림이 간결하다. 이런 그림은 아이들이 따라서 그리기도 쉽다. 아이들에게 ‘호라이’ 책을 읽어주고 재미있었던 장면을 함께 그려보자고 한다면 모두 즐겁게 종이를 꺼내 캐릭터를 그려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도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클레이를 활용하여 호라이를 만들어 보았고, 아이들은 정말 쉽게 호라이를 만들어 냈다)

호라이가 밥 위에

하고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호라이와, 호라이를 감시하는 눈빛으로 옆에서 붙어 따라다니는 검은 고양이의 이야기를 담는다. 호라이는 한 공기의 밥 위에서 시작하여 머리 위에, 꼬리 위에, 아빠 위에 등장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등장하는 호라이와 그 호랑이를 주시하는 고양이. 이 두 주인공의 모험은 기상천외하면서도 천진난만하다.

친구 집에 초대 받았다가 친구 엉덩이에 깔려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다시 환생하여 주목받는 삶을 살기도 하는 등 호라이의 등장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아이들은 그런 호라이의 모습에 깔깔 웃기도 하고, 숨바꼭질 하듯 찾기도 하면서 이 책에 순식간에 빠져든다.

호라이의 움직임은 아이와 같다. 금새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하며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어른들을 놀래키는 아이들. 이런 호라이를 주시하며 쫓아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은 우리 어른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른을 신경쓰지 않고 천방지축 제 멋대로 온갖곳을 휩쓰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시선으로 따라다니는 어른. 아이와 어른이 한 짝꿍인 것처럼, 호라이와 고양이의 조합 또한 아이와 어른처럼 낯설지 않다.

책 속에서 의미나 교훈을 찾기 보다는 말 그대로 책에 푹 빠져 호라이의 모험에 함께 하다보면, 어느샌가 씨익 미소를, 그러다가 깔깔깔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호라이의 모습을 보며, 이 이야기가 영영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호라이'의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았으면 하기에, 호라이를 다 읽고나면 '호라이호라이'를 이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호라이'의 모험. 이 모험은 오래도록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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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에서 I LOVE 그림책
일라이자 휠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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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국의 문화를 만나는 건 참 신기하고 즐겁다. 특히 옛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담고 있다면 더더욱 즐겁다. 지금과는 다른 오래 전 사람들 이야기가 끌리는 것은, 지금은 만날 수 없기 때문인걸까. 낯선 문화를 만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 것처럼 참 설레고 신기해서 그 어떤 형식을 띄어도 반갑다. 여행을 통한 만남, 영화나 사진을 통한 만남, 그리고 책을 통한 만남. 그 모든 만남들이 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초원의 집'이라는 책을 참 좋아한다. 18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한 이 이야기 안에서는 책을 읽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새로운 삶이 있었다. 지금의 미국을 떠올려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의 매력에 나는 절로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그림책 '숲 속의 작은 집에서'는 이 '초원의 집' 책을 떠올리게 한다.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은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님의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았다. 게다가 이 책은 독특하게도 숲 속에서의 삶을 배경으로 한다. 무려 숲 속 작은집에서 꾸려나가는 삶이라니!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게 된 6살 마블은 엄마와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깊은 숲 속 작은집에서 살게 된다. 이 가족의 삶은 참으로 힘겹다. 엄마 혼자 무려 8남매의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깊은 숲 속에서 말이다! 도입 이야기만 읽어도 나는 눈앞이 아찔했다. 마블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깊은 숲속에 버려진 오두막은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만큼 허름하고 낡아있었다. 세상에나! 하지만 마블의 어머니는 참 긍정적인 분이셨는지, 걱정을 가득 안고 있는 마블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보물들을 찾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아름다운 숲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름답고 신비롭지만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장작을 패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하며 생활하는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다. 하지만 이 가족이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숲을 정원삼아 가족들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행복해 보인다.

자작나무, 포플러나무, 소나무, 사탕단풍나무가 서로 뒤엉켜있는 숲에서 이리저리 뻗어있는 흰꼬리사슴의 비밀 오솔길울 찾아내는 일. 오솔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개울가, 비어있는 비버의 오두막, 파랗고 빨간 빛깔의 달콤한 보석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베리 밭. 여덟 남매의 숲속 오두막 생활은 엄마의 말씀처럼 보물같이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 찼다.

그림책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부서져 가는 숲 속의 오두막에 정착하는 가난한 한 가족이 아름다운 숲 속에서 점차 행복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채화로 그려진 이 책은 수채화 특유의 맑은 채색 기법 덕분에 숲의 청명한 느낌이 두드러지며, 숲 속 사계절 변화의 아름다움 또한 담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을 통해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현재와 전혀 다른 낯선 과거 속 세계로 여행을 떠난 듯 한 기분 또한 느낄 수 있다. 엄마가 만든 잼과 정원의 수확물을 유리병에 채워 지하 저장고에 저장하는 일, 시내의 잡화점을 방문하는 일, 두 오빠들이 사냥을 하고 돌아온 날 밤 지하 저장고를 털어 차린 멋진 저녁 식사.

낡고 허름한 오두막이 한 가족과 함께 점차 밝고 사랑으로 가득한 집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의미깊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대가족의 끈끈한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낯선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책. 이런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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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피트 오즈월드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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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나쁜 씨앗'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나에게도 그 그림책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쁜 씨앗을 만든 '피트 오즈월드' 작가님의 새로운 신작 '하이킹'을 만났다. 이 책 역시 좋았다. 굉장히 아름답고, 멋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이름을 초록창에 검색해 보았고, 피트 오즈월드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블로그 포스팅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책으로 접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실제로 작가님께서 의도한 부분들이었다. 소녀같기도 소년같기도 한 아이. 깊은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 다정한 아빠. 글 없는 그림책.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하여 한권의 책 안에 담아낸 작가님이 참 대단하다 느꼈다.

실제로 작가님은 유타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자주 가족들과 국립공원을 다녔다고 한다. 자연이 익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연을 책 속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림책 '하이킹'을 읽으면 높은 산을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숨은 거칠지만, 고개를 들면 만날 수 있는 광활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느낌 말이다. 높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감각을 어떻게 책안에 담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이 책을 읽으면 나는 순식간에 산 속에 있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소개글에는 아빠와 아들로 제시되었지만, 막상 책을 열어 아이를 보면 소년같기도, 소녀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아이라 칭하고 싶다.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는 길. 곳곳에 아이를 향한 아빠의 다정한 손길과 시선이 이어진다. 아빠와 함께 산 속을 걷는 아이는 그 어떤 아이보다 행복할테다. 아빠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으며 아이는 평생 가지고 갈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의 교감과는 또 다른 아빠와 아이만의 교감. 책속 어디를 보아도 엄마는 등장하지 않지만, 아이에겐 전혀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해서이기 때문일거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글없는 그림책이다. 글자가 하나도 없지만, 그게 내용을 설명하는 건 아니다. 글이 없는 대신 그림은 더욱 풍부하고 자세하다. 굳이 글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글을 모르는 아이까지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나는 6살 아이와 이 책을 읽었다. 조만간 교실로 가 9살 아이들과도 읽어볼 예정이다. 글이 없기에 누구라도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책 속에서 산에 올랐던 자신의 추억을 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광활한 자연과 거대한 아빠의 사랑을 책속에 담기엔 글을 써서 해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오히려 글 없는 그림책이었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것이다.

산에 오르는 것를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도, 이 책을 읽고 나선 어쩐지 산에 오르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아빠와 함께 산에 오르던 기억도 떠올랐다. 눈이 내리던 날 가족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던 순간의 기억도, 투덜대며 아빠를 따라 산길을 올랐지만 막상 정상에 다다라서는 탁 숨이 터지듯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상쾌한 기억도 났다. 책에서 느낀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이 그리워졌다.

그림책 '하이킹'을 읽은 덕분인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다시 산에 올라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게 자신이 어릴 적 경험한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시다던 피트 오즈월드 작가님의 말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산 속을 걸어보고 싶다. 아직도 책 속에서 본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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