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오토바이 타고 동네 한 바퀴 I LOVE 그림책
이자벨 퀸테로 지음, 지크 페냐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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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이 시점에,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코로나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코로나는 질병이 아닌 지명이다.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분명 코로나라는 지역 이름을 들려주면 아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하고 외칠 것이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이 곳이 미국이라고 알려준다면 반응이 어떨까? 굉장히 신기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http://naver.me/FgiB8g3S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이 책은 낯설다. 멕시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렇다. 낯선 지역의 생경한 이야기. 그래서 좀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다. 익숙하지 않기에 멀게 느껴진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말이다. 이 책이 재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자주 듣고 접한 지역도, 문화도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줄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겠다. 낯선 이도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다보면 점차 가까워지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가야 한다.


- 미국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주를 이루는 도시 코로나.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멕시코 이주민의 딸인 데이지이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데이지는 아빠의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돈다. 아빠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동네 한 바퀴. 점차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며 달라지는 동네이지만, 이곳은 데이지가 살아왔으며, 여전히 살고있는 동네이다. 정겨운 이웃들과 익숙한 풍경들. 데이지는 자신이 크고 자라온 이 동네의 감각들을 몸속에 새겨넣는다. 아빠와 함께이기에 행복함을 느끼고, 익숙하고 정겨운 자신의 동네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 아빠와 오토바이를 타며 동네 구석구석을 도는 이 순간은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깊이 새겨진다.


작가님이 어린 시절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돌던 기억에서 시작된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이주민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힘든 노동속에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한 편의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누런 빛깔의 종이와 만화체같은 그림은 '이런 이야기가 있었단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마치 나와 아빠의 추억, 나아가 우리 고향 사람들이 살아온 이 이야기를 잊지 말라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작가님의 마음은 이야기가 끝난 후 마지막 장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도시를 건설하고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이름을 따서 거리의 이름이 지어지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스팔트를 까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내 아버지가, 나의 이웃들이 땀과 노력으로 빚어낸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나 또한 내가 살아온 이 도시를 일구고 가꾼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노랫말처럼 태어나 자라고 살아온 고향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남아있다. 실질적으로 나고 자란 곳이 아니어도, 마음의 고향이라 여기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곳 말이다. 이 책은 한 소녀가 아빠의 등 뒤에서 보아온 자신의 고향을 어떻게 사랑하고 기억하는지를 보여준다. 고향을 사랑하며 기억하는 마음, 그 안에는 어린 시절 마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노력해온 아빠의 모습이,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마을 사람들과 같은 소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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