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피트 오즈월드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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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나쁜 씨앗'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나에게도 그 그림책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쁜 씨앗을 만든 '피트 오즈월드' 작가님의 새로운 신작 '하이킹'을 만났다. 이 책 역시 좋았다. 굉장히 아름답고, 멋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이름을 초록창에 검색해 보았고, 피트 오즈월드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블로그 포스팅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책으로 접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실제로 작가님께서 의도한 부분들이었다. 소녀같기도 소년같기도 한 아이. 깊은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 다정한 아빠. 글 없는 그림책.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하여 한권의 책 안에 담아낸 작가님이 참 대단하다 느꼈다.

실제로 작가님은 유타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자주 가족들과 국립공원을 다녔다고 한다. 자연이 익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연을 책 속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림책 '하이킹'을 읽으면 높은 산을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숨은 거칠지만, 고개를 들면 만날 수 있는 광활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느낌 말이다. 높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감각을 어떻게 책안에 담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이 책을 읽으면 나는 순식간에 산 속에 있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소개글에는 아빠와 아들로 제시되었지만, 막상 책을 열어 아이를 보면 소년같기도, 소녀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아이라 칭하고 싶다.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는 길. 곳곳에 아이를 향한 아빠의 다정한 손길과 시선이 이어진다. 아빠와 함께 산 속을 걷는 아이는 그 어떤 아이보다 행복할테다. 아빠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으며 아이는 평생 가지고 갈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의 교감과는 또 다른 아빠와 아이만의 교감. 책속 어디를 보아도 엄마는 등장하지 않지만, 아이에겐 전혀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해서이기 때문일거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글없는 그림책이다. 글자가 하나도 없지만, 그게 내용을 설명하는 건 아니다. 글이 없는 대신 그림은 더욱 풍부하고 자세하다. 굳이 글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글을 모르는 아이까지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나는 6살 아이와 이 책을 읽었다. 조만간 교실로 가 9살 아이들과도 읽어볼 예정이다. 글이 없기에 누구라도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책 속에서 산에 올랐던 자신의 추억을 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광활한 자연과 거대한 아빠의 사랑을 책속에 담기엔 글을 써서 해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오히려 글 없는 그림책이었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것이다.

산에 오르는 것를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도, 이 책을 읽고 나선 어쩐지 산에 오르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아빠와 함께 산에 오르던 기억도 떠올랐다. 눈이 내리던 날 가족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던 순간의 기억도, 투덜대며 아빠를 따라 산길을 올랐지만 막상 정상에 다다라서는 탁 숨이 터지듯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상쾌한 기억도 났다. 책에서 느낀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이 그리워졌다.

그림책 '하이킹'을 읽은 덕분인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다시 산에 올라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게 자신이 어릴 적 경험한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시다던 피트 오즈월드 작가님의 말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산 속을 걸어보고 싶다. 아직도 책 속에서 본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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