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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머릿속 - 세계적인 심리학자 엄마가 밝혀낸 아이 마음의 비밀
앨리슨 고프닉 지음, 김아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전체 느낌
무의식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속을 여행한다는 기분은 어떨까? 마치, 상상 속 겨울나라에서 펼쳐지는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닐까? 무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처럼 잠재되어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발현되는 것이 가끔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나는 '꿈'의 일부분일 것이다. 그 속에서는 나는 마법사가 될 수도 있고, 하늘나라의 임금이 될 수도 있으며, 바닷속 물고기도 될 수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그러한 무의식을 탐험하는 여행가이다. 특히나 우리는 어린시절 어떤 기억 속에서 살아왔는지, 어른이 되어서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랬었지?'라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다. 이 책은 제목부터 머릿 속을 탐험하겠다고 과감히 선언하고 있다. 제목에서 풍기는 멋스러움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통찰력 넘치는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만든다. 만약 나의 가정을 이뤄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나도 부모가 처음인데요?'라는 서툴면서 자신감이 부족한 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감히 말한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행동과 숨은 맥락 속에서 무의식의 의미를 과학자들은 귀납적인 방법으로 찾아간다. 다양한 사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하여 무의식과 그들이 탐험하고자 했던 '가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이론으로 승화시킨다.
이 책은 근거기반으로 적혀있는 연구보고서와 비슷하다. 참고문헌에 적혀있는 수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끈기가 없지 않은가? 과학자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 이 책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무의식을 배우고 나아가서 아이를 양육할 때 어떤 태도와 기준, 원칙을 세워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단락은 쉽지 않다. 다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분명하다. 한 번 읽어서 안 되면 두 번 읽으면 된다. 시작해볼까?
2. 줄거리 / 내용요약
제1장 가능성의 세상
반사실적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상에 의도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일과는 다르다. 우리는 만들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한다(p48)" 즉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마치 일어났던 일처럼 인식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해석하거나 생각하는 사고를 한다. 그래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힘을 발휘하며, 나아가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처럼 만들어버리기까지 한다. 시행착오, 여러 번 일을 실행하면서 깨닫기도 하지만 상상만으로 그 시행착오를 건너뛰고, 효과적으로 목적, 꿈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이상을 담은 새로운 지도, 즉 청사진이 있으면 행동을 취함으로써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p56)." 처럼 어느 쪽으로 가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제2장 상상 속 친구
아이들의 행동을 마음 속의 어떤 이론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사회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거짓말도 더 잘한다. 그리고 공감능력이 뛰어나지만 사람들을 약 올리는 재주가 많을 수도 있다(p80)."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호기심 또는 또 다른 자아, 친구 등으로 표현되는 잠재의식 속의 무언가는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거나 자세하게 관찰할 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만든 상상 속의 인물과 대화할 때 부모들이 느끼는 감정은 '학교에 늦지 않으려면 빨리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데...'처럼 현실적이다. 이때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가장 정교하고 철학적인 인간의 심오한 능력을 연습하고 있다(p97).
제3장 플라톤의 동굴 탈출하기
아이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실험 즉 하나의 가설을 세워두고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일련의 활동을 뜻하는데,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그런 실험으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가설을 탐험해나가고 참, 거짓을 판별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실험을 통해 세상에 개입하는 방법은 관찰하기보다 훨신 강강력하며 세상의 인과적 구조를 배우기에 특히 좋은 방법이다(p122)."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기들이 정규교육을 받기 훨씬 전부터 타인, 특히 양육자가 아기에게 일종의 인과관계를 학습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p125)."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갓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정교한 학습 또는 활동에 대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오해를 깨버린다.
제4장 아기가 된다는 것
자신이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빨리 배우는 능력을 아이들은 이미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행이 우리의 마음을 넓혀준다는 것은 틀림없고, 적어도 여행할 때 이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의 주의력과 자각은 닫히지 않고 향상될 것이다(p162)." 아이들이 진화론적으로 빨리, 다양하게 사고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하나에 한 가지 답을 찾기 위해서 공부하거나 노력하지만 아이들은 하나의 문제에 여러가지 답을 찾는 것이 가능하며, 마음을 열어두고 온갖 다양성과 경험의 다양한 세계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p167). 이것이 두뇌의 가소성, 즉 우리 두뇌는 한 번 굳으면 그대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게 변화하면서 동시에 나이가 들어도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제5장 나는 누구인가?
기억이란 우리의 현재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과거의 경험을 뜻한다(p172). 의식과 기억의 차이를 설명한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는데, 우리가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오해를 설명한다. "잘못된 믿음 즉 닫혀있던 상자 속에 사탕이 있다고 말했던 아이들이 실제로 상자를 열었을 때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연필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몇 분 전에 그렇게 놀라면서 상자의 진실을 알았음에도 아이들은 처음부터 연필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전의 잘못된 믿음을 완전히 잊어버렸다(p182)." 이처럼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나서 원래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기억은 쉽게 모순되거나 오류 투성이가 되기 쉽다.
제6장 헤라클레이토스의 강과 루마니아의 고아들
우리는 유년시절의 경험이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러한 오해를 잠시 내려놓고, 어떤 자세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얘기한다. "유년기의 어떤 경험 때문에 세상과 타인에 대한 특정한 신념을 키우게 됐고...(중량)...어른이 되어 그 신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고 믿기도 한다. 이런 관점들에 대해 저마다 근거는 있지만, 과학적 상황은 복잡하다. 그렇게 복잡한 까닭은 우리 인간에게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우리의 능력 때문에 유년기와 성인기는 특별히 복잡하고 복합적인 관계에 놓인다(p211)." 이처럼 유년시절의 경험이 성인시절의 어떠한 행동(잘못된)의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묘한 지적이고, 이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과도 배치된다. 이 책은 '신세 한탄'하는 것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 가난했던 삶에 대해서 감감사해하고 그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대단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결국 내가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행동을 올바르게 행해야하고, 내가 어른이라면 과거의 부모의 행동을 핑계삼아서 현재의 삶을 흥청망청하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7장 사랑하는 법 배우기
애착에 대해서 나온다. 이 애착을 형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친모가 아닌 대행모 또한 한 아이의 애착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심지어 사회적인 보살핌을 통해서 사회성과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베푸는 일은 부모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그보다 넓은 의미에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준다(p245)."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릴 때의 경험이 그 이후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어린시절의 경험과 이후의 삶의 관계는 결정적이지 않다(p246). 결국 서로 영향을 받거나 줄 수 있으나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변성이 늘 존재한다.
제8장 사랑과 법칙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천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학습하고 그 내용을 스스로 변형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타고 난다. 갓 태어난 순간부터 도덕성의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타인의 감정을 모방할 수도 있다.(p258~p259)"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규칙을 이야기한다. 규칙을 만드면 의무, 금지, 허가가 뒤따라 온다고 하며, 행동을 변화시킬 때 규칙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규칙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괴롭힘이나 억압에는 저항하더라도 불공정한 규칙은 그냥 수용하기도 한다(p291).
마지막으로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규칙을 정함으로써 행동을 바꾸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라 말하면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자신과 함께 지냈던 노예 짐을 주인에게 넘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갈등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허클베리는 '지옥에 가지 뭐'라고 하면서 규칙을 어기고, 자신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했던 짐을 지키기로 한다. 문학 작품 속에서 '사랑과 법칙'의 양면성 그리고 또 다른 이면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따뜻함이 느껴진다.
제9장 아이들과 삶의 의미
삶의 의미, 심오한 질문이다.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부모라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의미의 답을 '아이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아이들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 하고, 지식을 수동적으로 흡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을 한다. 또 나아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심리 규범도 학습한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로써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진실을 찾도록 도와주며, 새로운 발견은 다시 상상력에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상상력은 지식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사랑과 보살핌에 좌우되고다 한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진부한 말도 역시 진실이다(p311~313)."
3. 발췌 및 해석
실행통제능력이란?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자제하는 능력이다. 대개 계획을 세울 때 지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할 일을 생각한다. 지금 원하는 것과 미래에 원할 것이 상충하면 비로소 실행 통제가 중요해진다. 현재의 자신에 신경을 쓰는 만큼 미래의 자신에게도 신경을 써야 실행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188)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면 생각이 어떤 느낌인지도 변한다. 알고 있던 것이 변할 때 우리의 경험도 변한다.(204)
"나는 내 아들이 자라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결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아이의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결정할 수는 있다. 나는 나무가 무성한 놀이터에 아이를 데려가거나 모래상자와 관상용 물고기와 장난감이 가득한 유치원에 보내줄 수 있다. 해변으로 소풍을 가서 모닥불 앞에서 따뜻한 초콜릿을 마시도록 해줄 수도 있다. 또 나는 그 아이가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좋은 엄마와 함께 지내도록 해줄 수도 있다. 우리는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좌우할 수 있다. 즉, 아이들이 자라서 나무가 무성한 놀이터와 소풍과 다정한 엄마와 아빠를 기억하는 어른이 되도록 해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행복한 과거를 간직하도록 보장해주려는 노력을 할 수는 있다(p252)."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유발되기도 한다. 미소를 지으면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모방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길잡이일 수도 있다. 누군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 웃어보라. 그러면 내면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도 그러리라 가정하게 된다.
4. 추천대상 / 추천이유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경외심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탈무드의 일화처럼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맡겨준 보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상력의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오해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양육을 앞둔 부모, 현재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아니면 청년들까지. 다양한 근거로 학습이론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앨리슨 고프닉의 세계로 떠나보자.
나는 아직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뭐, 공허한 말이 입 속에서 맴돌지만 그래도 천천히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의 머릿속, 함께 탐험해볼 준비가 됐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