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때문에 여럿이서 모이기 힘들어진 지금 관광을 다니기는 힘들다.코로나가 조금 진정되고 돌아다닐만한 여유가 생긴다면 거리를 두면서 역사적 유적지에 가보자.가볼만한 가치가 있지만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는 곳들 말이다.우리의 험난한 근현대사를 생각하면 다소 어두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충부난 의미를 가질 것이다.이 책은 개항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곳곳을 둘러다닌 저자의 여행기다.여행기를 읽으면 내가 여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획을 짜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또 어떤 감상과 고민을 가지고 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나도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다닐 때 참고하려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의 특징은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난 도시를 다니면서 그 도시와 연관된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문학은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시대, 그 공간에 있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마치 고단한 삶을 헤쳐나가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소설들은 우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 가난 등 어두운 시대상에 대해서 작가들은 고민했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활력을 가지고 있고 유쾌한 경우가 많다.어두운 시대에도 내면은 약해지지 않았다.


강화도 조약으로 맨 처음 외세에 개항되었던 인천은 중국 청나라 및 일본과의 교역지였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활발한 상업도시였다.외국과의 무역 과정에서 부를 쌓은 상인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악한 생활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였다.그 노동자들의 이야기 역시 소설 속에 잘 나와있었다.또 항구도시 혹은 무역도시의 특성인 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도 잘 다뤄져 있다.제주 4.3사태가 일어난 곳인 제주도는 많은 아픔을 겪은 섬이었다.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혼란이 가장 격렬하면서도 잔인하게 집약된 섬이었다.또 제주도의 아이콘인 해녀로 대표되는 제주 여성들의 삶 역시 고달팠다.또 개발독재 시대 괴로웠던 노동자들의 외침은 인천 방직공장과 서울 청계천에서 울려퍼졌다.인천과 서울 같은 대도시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고생이 새겨져 있다.한국의 제2 도시이자 한국전쟁 당시에 임시 수도였던 부산은 바다를 앞에 둔 해양도시면서 동시에 수도였던 그 특수한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또 피난민들의 삶에 대한 분투도 찾아볼 수 있었다.일제시대 도시화와 근대화 과정을 몸으로 겪었던 서울 주민들의 이야기는 신문물을 접한 소시민들의 삶으로 해석되는데 그 이야기가 독특하고 재밌다.광주학생항일운동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저항의 도시면서 유랑민의 도시였던 광주의 소설은 민초들의 풀뿌리 정신을 잘 보여줬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나 화려한 볼거리도 좋지만 역사를 되돌아보고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의 삶에 대해 추억을 가지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큰 도시들이 어떤 역사와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봐도 좋겠다.한국의 가장 가까운 역사들을 도시 속에서 문학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