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경제학 -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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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중진국까지 진입했다.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이 큰 성공을 거둔 만큼 그 부작용도 컸다.그중에서도 사회적 신뢰 저하와 심각한 사회갈등-분열은 두고두고 우리나라를 괴롭히고 있다.경제개발 과정에서 정치가 험난한 길을 걸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개발이 사회 내부의 경쟁을 촉진하면서 서로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면이 있다.물론 이런 경쟁이 풍요로운 경제를 보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공동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분명히 있다.과거 한국에 있었던 전통적 공동체는 도시화 과정에서 해체되었다.그런 공동체들은 농업에 기반하고 있었으니 해체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다음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책은 전통적 경제개발, 기존의 경제학이 공동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독한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류경제학의 부추김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떨까.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경제, 경제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존의 경제학은 모든 개인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며 그런 개인들의 자유를 존중하는게 최선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공동체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개인의 선택만을 존중하는게 최선일까.개인의 이기심과 경쟁욕구가 좋은 결과를 불러올 때도 많지만 아닐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맨큐의 경제학을 읽다보면 다른 사람, 공동체를 배려하는 도덕적 사고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이런 지금의 주류 경제학은 과연 맞는 내용일까 아니면 하나의 근대적 이데올로기일까.공동체에 집중하는 경제학을 통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해보자면, 결국 현재의 경제학에 대한 비평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기존 경제학과 그 경제학의 결과물에 대한 반성이 출발점이다.복잡한 경제를 이기적 개인과 수학적 계산으로만 다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그 시작점은 우선 기존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를 역사적으로 파악하고 논의하는 것이다.그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는 제국주의를 파고 퍼졌다.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해야 한다는 개인주의, 경험보다 수학적 사고만을 내세우는 알고리즘 경제학은 당연하지 않고 보다 인위적이다.그것들은 과연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고등학교 때 경제 수업을 들었다면 알 수 있지만 근대 경제학은 개인의 이기심을 사회 원동력으로 파악하는데서 시작되었다.근대 경제사상의 시초로 불려지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보면 알 수 있다.그러나 아담 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을 썼다는 사실은 주류 경제이론과 먼 이야기라서 그런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아담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적 원동력이 되지만 사실 인간에게는 상호간에 공감을 기본으로 하는 도덕심도 매우 중요하다.인간은 감정적 동물인 만큼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나름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지나치게 이기적이고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방종이 그 예가 될 것이다.그러나 경제 사상의 역사를 보면 적어도 1980년대 이후로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기심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우려를 가질만 하다.최근의 주류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사회적인 갈등, 환경오염, 극심한 빈부격차, 우리사회에 많이 회자되었던 갑질 등은 모두 각자가 개인의 이기심에 따라서 움직인 결과다.그러나 이러한 결과들은 모두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개인의 경제적인 동기를 모두 인정하기 시작하면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경제현상에 있어서도 공동체 전체를 고려한 윤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또 최근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이혼 등 가족의 해체 현상을 보면 경제적 동기가 개인 간의 유대관계를 해치기도 한다.국가와 기업을 제외한 모든 공동체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근대성과 개인주의에 대한 반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기심을 미덕으로 포장한다면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요원해진다.기업은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고, 국가는 국가 전체의 부를 총합해서 통계를 내고 만족한다.개개인의 후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아, 과부, 장애인 등의 후생은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현대 복지국가는 이런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에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표어 뒷면으로 밀쳐지는 경우가 많다.기존 경제학이 분배 문제에 이렇다 할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지구는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부의 불평등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지구적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경제학자들의 말에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주류경제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하버드대 맨큐 교수와 같은 대학교 교수면서도 큰 차이점을 두는 주장을 하는 저자의 모습과 그 경험담을 보면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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