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정치 1 -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
한스 모겐소 지음, 이호재 외 옮김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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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에서는 현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으로 현실주의, 구조주의, 자유주의를 제시하는데 개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주의다.홉스가 국가 성립 전의 인간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 서술하였는데 국제정치는 물리력을 독점하여 질서를 지탱하는 단일국가가 없기 때문에 만국의 만국에 대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한스 모겐소가 쓴 국가 간의 정치는 현실주의 정치학의 대표적인 책이다.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한 후 여러 전쟁을 겪은 사람이고 이상주의 정치학이 강한 학풍 속에서 공부했으니 이상주의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그렂 않았다.왜 그러지 않았는지는 이 1, 2권 도합 천 페이지가 넘는 책에 충분히 서술되어 있다.


내가 이해하는 현실주의의 취지는 권력욕은 인간의 본성이며 인간사는 본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따라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최선은 여러 나라의 권력욕이 불완전하게나마 조정되어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인데 이점이 국제기구나 사회주의를 통해 인류가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권력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국제기구, 각종 선언은 물론 조약 등 국제법, 미사여구에만 기대 국제정치를 보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며, 결국 현실을 왜곡하여 이해하는 것이 되버린다.저자는 다행히 외교에 대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모든 국가의 행위가 기본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과시하거나, 확장시키는 권력관계 속의 모습임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바의 최선을 내 힘이 미치는 한 다하고 있으며, 또 끝까지 계속할 생각이다.결과가 좋다면 그동안의 나에 대한 비난은 결국 무의미해질 것이리라.결과가 나쁠진대 내가 옳다고 증언해주는 천사가 열이나 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에이브러햄 링컨(100페이지)


나라를 이끄는 사람은 선의, 상식, 준법과 같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중시하는 규범이 아니라 무엇보다 국가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적 권력관계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등 결과로 본인의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는 격언이 정치인에게는 권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교를 대할 때 판단하는 기준이 현실주의적 국제정치에서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매우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저자의 풍부한 역사적 사례 제시와 현실주의를 잘 나타내는 문구들을 보며 많이 배웠는데 다른 관점을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물론 다른 관점을 이 관점과 비교하며 배울 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용할만한 글을 4개 덧붙인다.


"외교정책의 실마리를 전적으로 정치가의 동기에서 찾는 것은 무의미하고 기만적이다.무의미하다는 얘기는 동기가 행위자나 관찰자 모두의 이해관계와 감정에 의해 더러는 아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으므로 심리학적인 데이터 중에서 가장 착각을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우리는 자신의 행위가 어떤 동기에서 비롯됐는지 진정 알고 있을까?그리고 타인의 행위 동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치가의 진정한 동기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런 지식은 외교정책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며 자칫 오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사실 정치가의 동기를 이해할 경우 그의 외교정책 방향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많은 실마리 중에서 한 가지를 얻을 수는 있다.그러나 그것이 그의 외교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주지는 못한다.역사적으로도 동기의 질과 외교정책의 질 사이에 긴밀하고 필연적인 관련성은 찾아볼 수 없다.도덕적, 정치적으로도 이는 사실이다.
(중략)
세계를 개선하려는 정치가들의 야심찬 의도 때문에 오히려 사태가 악화된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한 가지 목표를 위해 채택했던 정책이 예상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86~87페이지)


"미신의 전체 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날의 미신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와 결합하고 있다." - 윌리엄 섬너(92페이지)


"강한 외세에 억압받는 것을 어떤 나라가 좋아할 것인가?자기 재산을 부당하게 약탈당하는 것을 누가 원할 것인가?그렇다면 이웃 나라를 억압해보지 않은 나라가 어디 하나라도 있던가?혹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약탈해보지 않은 사람을 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도대체 어디에서"(146페이지)


"오늘날 국제 무대에서 여러 민족주의적 집단이 만날 때 그들은 각기 나름의 우상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들이야말로 역사의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고, 자신을 위한 행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며, 또 자기들은 신의 섭리에 의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확신한다.신이 떠나버린 텅 빈 하늘 아래서 서로 맞닥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57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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