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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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대한 이런저런 책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구글의 경영진이 직접 쓴 것이라 구글 정신을 더 제대로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구글은 혁신과 창조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이고 특히 좋은 근로조건의 상징이 되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사실임은 물론 단순히 관대한 마음 이상의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재삼 깨달았다.

우리 사회 기존의 경영 관습은 물론 경영학을 배우면서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 책에 딱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새로웠다.예컨대 직급 별로 업무 공간의 넓이를 달리 하는 우리나라 기업 및 공공기관 대부분의 모습과 달리 모두 같은 사이즈의 공간에서 같이 일을 하는 모습이나 또 소비자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서 대처하는 기존의 마케팅 방법론이 (기술혁신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설명들이 그렇다.

 

중세시대 영국의 신학자인 오컴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더 우위에 있다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사항들을 고려사항에서 배제하는 오컴의 면도날 개념을 주장한 바가 있다.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개념이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경영학 이론에 기반한 관리나 각종 계획보다는 그것들보다 상위에 있는 기초적인 원칙과 가치만 확립하고 나면 나머지는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추진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이다.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은 공식화되고 관료화된 것들보다는 자신이 세우는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를 원한다.따라서 그들을 채용하고 또 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품질관리 역시 세부적인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구글의 가치와 원칙에 맞는지를 처음부터 점검해본다고 한다.

이 자율은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도 적용된다.우리나라는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논란이 됐는데 구글은 근무시간을 늘리라거나 줄이라고 지시하지 않는다.직원들이 일을 해가며 필요하면 늘리고 또 비교적 여유가 있으면 근무시간 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놀러나갔다 오거나 아니면 (흔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회사로 데려와서 같이 식사를 하며 놀기도 한다.우리나라는 공사 구분이라는 관념 때문에 회사에서 가족과 어울리기 힘든 나머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지향점 때문에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축소하려 하지만 구글은 삶 자체가 일의 연속이고(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도 하나의 "일"이라는 의미) 회사에서도 가족과 함께 어울리며 일과 가정에서의 일을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자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 학습 능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라는 이야기나 서류상 드러난 자격이 아닌 면접이나 대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채용하는 것 모두 우리보다 한 발자국 앞서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항상 논쟁거리가 되는 다양성과 평등주의과 실력주의와 어떻게 결합되는지 잘 알 수 있었다.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며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우수성 평가가 직급 등 기타 다른 요소보다 최우선한다고 하니 실력이 있다면 누구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각종 집단에서 상사나 선배 등의 권위적이고 폐쇠적인 모습을(소위 "꼰대") 둘러싸고 많은 불평과 가열찬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근로자의 복지 측면 때문에 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문제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읽어야 할 필요성이 많은 책이 아닐까.그리고 기술 발달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책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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