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후에 인상주의가 나온 것처럼, AI 이후 인류는 새로운 영역을 찾을 것이다. 다만, 매트릭스의 인류처럼 위축된 어느 지점에서가 아닐지.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주관적 감각‘을 답으로 제출했다. 그들은 사진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당시 사진기가잘 포착하지 못했던 색채와 움직임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탈인상주의 화가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 내면의 표현‘이라는 답을 찾았다. 대중이 그런 주장에 설득되는 데에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마네의 그림은 손가락질당했고, 고흐는 가난과 고독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사실의 재현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면서 현대추상미술을 향한 길이 열린다. 조금 뒤에 살펴보겠지만 그 길을 걸어가며 미술은 점점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이 됐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쨌거나 300년 전에 활동했던 미술가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현대의 미술관을 둘러본다면 전시된 작품을 보고 어리둥절해져서 이게 왜 미술이냐고 물을 것이다. 그사이에 미술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기술로 인해 미술이 변질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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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찍 조우한 바둑은 AI를 따라하던 1.0의 시대를 지나 AI를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는, 내가 속한 영역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고 어느 시대를 준비하고 있나.

김만수 8단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기풍이 잠시 사라졌으나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1997년 승률 및 다승 1위를 기록했고, 1998년 제9기 신인왕전에 우승한 바 있다. 바둑 해설과 교육·저술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2023년 말 그는 내게 "지금은 인공지능 1.0 시대에서 2.0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1.0 시대, 2.0 시대는 그가 지어낸 표현이다.
"인공지능 1.0 시대는 AI 수법을 빨리빨리 받아들여서 이걸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시기입니다. 그러면 성적이 많이 올라갔죠. 이제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간에 격차가 있다는건 모두 인정하고, 다들 AI를 씁니다. 그래서 최근에 2.0 시대가 열렸어요. 자신만의 생각과 AI 수법을 결합하는 시대예요. 예를 들어 어떤 기사가 생각하는 수가 AI 분석으로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아래라면 그건 포기해요. 하지만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이상인수 중에서는 가장 수치가 높은 수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를 택하는 거예요. AI가 이길 확률이 63퍼센트, 58퍼센트 51퍼센트, 47퍼센트인 수를 제시하면 47퍼센트인 수는 버리지만 5퍼센트인 수는 고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의 개성을 뽑 아내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기풍이라는 게 은근히 있어요"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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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평평하게 하는 기회가 될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다. 첫째, 바둑계의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온 변화를 환영했다. 둘째, 그들은 그 변화를 무척 긍정적인 것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했다. ‘민주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다른 업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강력한 신기술은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흔든다.
그것이 기득권의 힘을 약화시키고 주변부에 있던 그룹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새로운 기술은 적어도 특정 집단으로부터는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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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가한 소리다. 아직 내 직업군엔 ‘성가셔서‘ 그분이 오시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 해야 하는 고민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된다. 어쨌든 경쟁은 다른 사람과 하는 거니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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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따랐을 뿐이다,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혹여 지금 AI에 저항하는 인류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 그를 ‘저항군‘이라 부를까, ‘낙오자‘라고 부를까.

친일파와 독립군이 재평가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겨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가장 큰 욕망이었다.
국가대표팀이든 프로기사 개인이든 마찬가지였다. 멋진 바둑을 둔다든가, 아름다운 바둑을 둔다든가, ‘인간의 바둑을 두는 것은 이기고 난 뒤에 고민할 일이었다. 여러 프로기사가 ‘인간의 바둑‘ 혹은 바둑의 예술성을 묻는 내게 ‘그런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먼저 살아남아야 했다‘라고 고백했다.
오정아 5단은 그런 바둑계의 분위기를 설명하며 ‘그냥‘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이제는 AI 수법이 그냥 너무 바둑계에 스며들어서, 사실 이미 다 당연하게 그냥 두고 있어서 그런 고찰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 그런 고민 하지 않아요. 그냥 ‘더 공부해야지, 더 나아져야지‘ 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어요. AI에 대해서는 그냥 그 존재를 인정했고, 얼마만큼 내가 AI를 따라 둬서 수준이 높아질 것인가 하는 생각이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경쟁은 사람이랑 하니까요. 그냥 ‘내가 AI를 더 습득해서, 더 발전해서 저 사람을 이겨야되겠다‘ 뭐 이런 식이죠. AI에 대해서는 그 엄청난 경지를 봤기 때문에 그거는 그냥 받아들였고요."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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