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후에 인상주의가 나온 것처럼, AI 이후 인류는 새로운 영역을 찾을 것이다. 다만, 매트릭스의 인류처럼 위축된 어느 지점에서가 아닐지.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주관적 감각‘을 답으로 제출했다. 그들은 사진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당시 사진기가잘 포착하지 못했던 색채와 움직임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탈인상주의 화가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 내면의 표현‘이라는 답을 찾았다. 대중이 그런 주장에 설득되는 데에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마네의 그림은 손가락질당했고, 고흐는 가난과 고독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사실의 재현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면서 현대추상미술을 향한 길이 열린다. 조금 뒤에 살펴보겠지만 그 길을 걸어가며 미술은 점점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이 됐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쨌거나 300년 전에 활동했던 미술가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현대의 미술관을 둘러본다면 전시된 작품을 보고 어리둥절해져서 이게 왜 미술이냐고 물을 것이다. 그사이에 미술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기술로 인해 미술이 변질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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