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백년만의 팬데믹. 백년 전 5천만명의 사망자와 지금 6백만명 사망자. 수치에 대한 신뢰도 등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금 6백만의 희생자는 적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신종 감염병에 관한 한 인류의 진보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과 1919년 두 해 동안 5000만 명 가까운사망자를 냈다. 당시 약 18억 명이던 세계 인구의 3퍼센트 정도되는 수치다. 1914년부터 4년간 이어진 1차세계대전의 사망자수를 1700만 명 정도로 추정할 경우, 전쟁보다 세 배나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이다. 그야말로 재앙이던 스페인독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처음 발견되고 10년이나 지난 1928년의 일이다. 그나마 인류가 스페인독감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세계 곳곳의 병원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독감의 형질과 증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체계가 마련되었다. 즉 세계적 차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관리하게 되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도 스페인독감의 영향을 받았다. 우연히 푸른곰팡이의 항생작용을 발견해 페니실린 생산의 기초를 닦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당시 스페인독감을 연구하고 있었기때문이다. 페니실린은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물질이라서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스페인독감에는 효과가 없지만, 우연이 이끈 페니실린의 발견은 분명히 의학적으로 큰 진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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