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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이 책방으로 놀러 오세요
류칭옌 지음, 장팅위 그림, 정세경 옮김 / 스푼북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사이비 종교 집단인 줄 알았어요."
2013년, 아파트 상가 2층에 작은도서관을 열었습니다.
공공도서관도 아닌데 입회비도 없고,
책을 빌리는 것도 무료라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자원봉사 선생님은 처음 도서관을 찾아왔을 때,
‘혹시 사이비 종교는 아닐까?’ 하고 의심했었다며
웃으며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도서관 안내장을 돌리고,
가끔 도서관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이들이 생겼고,
학원 갈 시간이 되어 도서관에 들르지 못하는 날이면
문만 열고 들어와
“오늘은 학원 때문에 못 와요.” 하고
인사를 하고 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여 주며
“선생님 드세요.” 하고 달려가는 아이도 있었고,
엄마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그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는 엄마가 생겼고,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분들도 찾아왔습니다.
언제부턴가 작은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쉬어 가는 사랑방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를 지나며
아이들의 발걸음은 점점 줄어들었고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사비로 운영하던 작은도서관은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올해 3월 문을 닫았습니다.
가끔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웃음소리.
책을 읽어 주던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목소리.
도서관 한편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부모님들의 모습.
제게 작은도서관은 책보다 사람이 먼저였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꽃순이 책방으로 놀러 오세요》를 읽는 내내 그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할아버지는 세상과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옵니다.
할아버지는 강아지에게 꽃순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함께 살아갑니다.
어느 날 꽃순이가 영호라는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조용했던 책방에는 하나둘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찾아오고,
웃음소리가 들리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닫혀 있던 책방은 다시 살아납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책만 빌리러 작은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을 찾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을 수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사람을 이어 주는 매개였고,
공간은 관계를 만들어 주는 다리였습니다.
비록 저의 작은도서관은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했던 시간만큼은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이 더 따뜻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