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천천히, 시간이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들이란. 비록 무의미하고 쓸모없을지라도 우리 머릿속을 맴도는 작은 물고기들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들이란, 얼마나 소중했는지.

-「잃어버린 대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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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아니 어쩌면 지쳐서 나가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것. 청춘의 감수성과 재능이 노동자적 근면성으로 대체되는 순간. 그 순간을 겪어낸 사람들을 존경하고 또 좋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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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는 지속될 때 빛을 발한다. 이 명제는 ‘보통의 존재’들뿐 아니라, 보통을 넘어선 특별한 존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오로지 지속될 때만이, 행위는 그 자신도 모르게 모습을 바꾸어가며 진화한다. 그러니 그 어떤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대한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한다. 계속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매일 한 음 한 음을 쌓을 것이고, 글을 쓰고 싶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보잘것없는 일기나마 계속 써나갈 것이다.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나가는 것처럼.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에서

가끔은 이 되풀이의 습관 덕분에 아프지 않고 살아간다고 느낄 때도 있다. 속절없이 힘들거나 속상할 때조차, 끊임없이 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 매일 쳐내도 내일이 되면 새로 날아오는 내 몫의 하루가 있다는 사실.

-「나의 중력」에서

덜 기쁘게 살아도 좋으니 덜 슬플 수 있다면 좋겠다.

-「감정 계약서」에서

매일 울고 있으면 그게 이상한 줄도 모르게 된다.

-「눈물 냄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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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스펙트럼」에서

할머니는 나에게 루이가 쓴 기록의 내용을 읽어주셨다. 지구에 돌아온 이후로 할머니는 여생을 색채 언어의 해석에만 몰두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여가며 알아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평범한 관찰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스펙트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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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희곡은 문학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극작가를 ‘playwriter’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playwright’로 부르죠. 작가(writer)와 장인(wright)의 차이. 이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 분명 서구에서도 극작가를 연극이라는 집을 짓는 일종의 숙련공으로 인식하지만, 한국에선 이 차이가 좀 더 극명하지 않을까 해요. 신춘문예에 희곡 부문이 있지만, 희곡집을 내는 출판사는 흔치 않잖아요. 근래에 조금 생기긴 했지만,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아닌, 동시대에 쓰인 희곡 작품이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활자의 형태로 ‘독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공연의 형태로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니까요. 문학성이 있는 희곡은 분명 존재하지만 희곡이 문학 그 자체로 살아남는 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요."

-「고재귀, 극작가의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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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이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세 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근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쓸 게 없어도, 무조건 그 세 시간 동안에는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 앉아 있는다.

"강연을 하면,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언제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하냐고 자주 물어요. 그럴 때 저는 세 시간 동안 글 쓰고 난 뒤에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려요. 그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책이 나오고, 잘 팔리고 그런 것보다 ‘오늘 내가 할 일을 다 했네’라고 느껴질 때가 가장 행복해요. 오늘 쓴 글이 책까지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김혜정, 어린이 청소년문학 작가의 마음」에서

혼이 빠질 정도로 세찬 비를 맞으면서 고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박준, 시인의 마음」에서

"한국 사회에 살면서 느끼는 거부감, 불편함 같은 거 있잖아요. 불편하고 불쾌하고 그런 거요. 제가 가장 불편한 것은… 그게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든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서로를 괴롭히는 식의 한국적인 정서예요. 저는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느 사회에든 다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약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살아가기가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게 너무 싫고 막 화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아마도 글을 쓸 때 그런 이야기들이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야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개인의 이야기 안에 당연히 그 사람이 살았던 사회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걸 잘 섞어서 쓰고 싶어요."

-「최은영, 소설가의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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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개의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집에도 그림책 전집이 있었다. 전집 방문판매가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거니와 한 권, 한 권 고심하여 책을 골라주기엔 부모님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었을 터. 크고 단단한 책들은 집 짓는 데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게다가 전집은 내 한 몸 들어갈 집을 짓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그림이 가장 예뻤던 『아기 사슴 밤비』는 누웠을 때 바로 보이는 천장에 두었다. 내 방을 가지는 것이 요원하기만 했던 그때, 안방 한가운데에 책으로 집을 지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일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에서

책 사는 걸 좋아해요. 만화책, 그림책 등등 여러 종류를 사죠. 그리고 장난감도 굉장히 좋아해서 피규어나 재미난 물건도 많이 사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 눈에는 쓸데없어 보일 수 있는 것들을…. 저는 그게 아깝다기보다는 그런 것들에서 감성을 키우고,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에서

그래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니까 그냥 묵묵히 해야지, 했죠.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에서

‘한번 깔깔 웃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나는 안다. 그건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에서

"예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 이벤트를 했어요. 그때 어떤 남자아이와 어머니가 같이 와서 『눈물바다』에 사인을 받았어요. 제가 『눈물바다』에 사인할 때마다 쓰는 멘트가 있거든요. ‘슬플 때는 시원하게 펑펑 울어봐’라고요. 이 책의 주제 같은 거죠. 근데 어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눈물바다』는 웃기려고 만든 책이거든요. 유쾌한 농담으로…. 그래서 왜 우시냐고, 울지 마시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눈물을 그치시고는 본인이 아이한테 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부모님들은 우는 감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 싫으니까 되도록 울지 말라고 하고 그 감정을 참게끔 하는데, 오히려 그걸 터뜨려라, 감정을 표현해라, 라고 써주니까 ‘내가 너무 아이의 감정을 막았구나. 우리 애가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셨대요. 그러면서 저에게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서현, 그림책 작가의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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