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희곡은 문학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극작가를 ‘playwriter’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playwright’로 부르죠. 작가(writer)와 장인(wright)의 차이. 이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 분명 서구에서도 극작가를 연극이라는 집을 짓는 일종의 숙련공으로 인식하지만, 한국에선 이 차이가 좀 더 극명하지 않을까 해요. 신춘문예에 희곡 부문이 있지만, 희곡집을 내는 출판사는 흔치 않잖아요. 근래에 조금 생기긴 했지만,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아닌, 동시대에 쓰인 희곡 작품이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활자의 형태로 ‘독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공연의 형태로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니까요. 문학성이 있는 희곡은 분명 존재하지만 희곡이 문학 그 자체로 살아남는 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요."

-「고재귀, 극작가의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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