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이책을 읽으며 '지혜를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철학'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필라소피'의 개념이 두뇌에 착 달라붙었다.
과거에 아는척을 하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말이 줄어들었다. 아는 척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행위이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자랑하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섭취해야 하며, 지식을 자랑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아는 지식을 하루에 한가지라도 내 삶에 연결시킨다면 가히 지혜롭다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쓸데 없는 지식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때가 있다. 하지만 쓸데 없는 지식이란 없다. '쓰지 않는 지식'이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지식 자체에 대한 욕심이 앞서서 그것을 삶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노력이 부족했었다. 내 삶의 불편함을 내가 가진 지식으로 해결하거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찾는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지혜로운 삶이다. 앎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다. 공을 차며 기술을 늘리고 체력을 강화하듯이 지식을 갖고 노는 사이에 생각하는 근육과 기술, 사고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명상록>은 직업 철학자가 아니라, 성공한 황제가 쓴 철학책이라 더 신뢰가 가고, 1800년 동안 검증받은 책이라 다소 이해가 안되는 어려운 내용도 이해를 해볼려고 노력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내가 아무리 바쁜들 황제보다 바쁠수 있을까. 내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리 권모술수에 능한들 궁전안의 사람들 보다 능할까. 그에게 철학은 판단의 기준점이었을 수도 있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휴식처였을 수도 있고, 게을러지는 자신을 다스리는 채찍이었을 수도 있고, 앎의 즐거움을 주는 건전한 '쾌락'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철학은 그와 같을 수 있으리라.
철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그 어떤것으로 보면 시간 낭비로 밖에 여겨질수 없으나, 순수한 앎의 즐거움을 누리고,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관리하고, 올바른 판단의 재료로 쓸 수 있다면 너무나 소중한 인생의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런면에서 1800년의 생명을 지닌 <명상록>은 실천 철학의 정점에 있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