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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영혼의 부딪힘 - 명화로 배우는 감정의 인문학
김민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영혼의 부딪힘>
대학 교양 수업이었던 서양미술사를 들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서양미술이나 서양미술사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남아있는게 거의 없네요.
전시회와 미술관 등을 다니며 유명한 작품 감상은 하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느끼고~
내가 알고 있는 화가의 작품이나 눈에 익은 그림을 중심으로만 보고 나오면서
무엇인지 허전함 같은 것들이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화가에 대해 더 깊이 알게되면
작품을 볼 때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림 영혼의 부딪힘>을 읽게 되었어요.

<그림 영혼의 부딪힘>에서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마네, 드가, 고흐, 밀레, 로댕, 클림트, 로트렉,
모딜리아니, 카라바조, 베르메르, 모네, 몬드리안, 뒤샹, 렘브란트,
고야, 뭉크, 카미유 클로델, 마티스, 루벤스, 피카소, 샤갈, 달리
이렇게 24명의 화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요.
모두 유명한 화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었고
이름은 알았지만 화가인지 처음 알게된 인물도 있었네요.
또, 그림은 알고 있으면서 정작 화가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
알게 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는듯...ㅎㅎ)

전체적으로 성격, 사랑, 비밀, 광기, 운명이라는
5가지의 주제를 기준으로 화가들을 나누어 보여주는
<그림 영혼의 부딪힘>에서는 다른 명화와 관련된 책과는 달리
그림보다는 화가와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요.
화가들 각각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으면서
인간의 중요한 모습들을 기준으로 그들을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었어요.

<에드가 드가 / 발레수업>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드가가 여성 혐오증이 있었고, 그것을 그림으로 극복했다는 내용이었어요.
발레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유독 많은 드가로 알고 있었는데,
여성을 그렇게 많이 그렸던 그가 여성 혐오증이 있었다니...
어머니에 대한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생긴 그런 마음이
그의 그림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네요.
그동안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발레하는 모습의 아름다움만 보였는데,
드가의 심리와 여러 사건들에 대해 알고 나서는
그림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또, 작가는 드가에게 내숭이 있었다고도 했는데
그 부분 또한 재미있는 해석으로 느껴지고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인 것 같았어요.

<빈센트 반 고흐 / 자화상>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고흐에 대해서는
며칠 후 그의 전시회를 관람할 예정이라 더욱 꼼꼼하게 읽었어요.
감정기복이 심했던 고흐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글들은 정말 많은 공감을 일으켰는데,
이런 부분 또한 단순히 화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만 늘어놓은 다른 책과 달리
<그림 영혼의 부딪힘>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에요.
자신의 귀를 자른 사람,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등의 성격과 관련된
여러가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고흐는
'양극성장애'라는 일종의 조울증 같은 병이 있었네요.
정신적인 문제와 주변 환경의 변화 등을 읽으면서
그의 양면적 느낌의 그림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작가의 표현처럼 심약해진 정신은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 있으므로
잠시 내 영혼에 휴가를 주면서
감정이 조금 더 성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었어요.

<요하네스 베르메르 /↑저울을 든 여인 /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
감정을 지배하는 가장 은밀한 곳이라는 <비밀>이라는 주제에 나오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그림은 많이 봤지만 화가의 이름은 책을 읽으며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특허라는 요즘의 장치가 없던 그 시절에 베르메르는 혼자 작업하는 것을 고수하며
자신의 스튜디오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었네요.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 작가였던 그의 작품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어요.
- 화면의 왼쪽에 창문을 두기
- 그 창문을 통해 햇빛을 들어오게 하여 작품의 조명으로 삼기
:
- 모델들 뒤로 보이는 벽면은 되도록 비워두지 말고 장식해두기
:
(~ P 177)
그림에 이런 규칙을 적용하고 거의 모든 그림에서 보여준다고 해서
책에 없는 다른 그림들도 찾아봤는데 정말 규칙들이 보이더라구요~
다른 화가들에 비해 아주 적은 수의 작품들만 있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던 그의 작품 속에 있는 비밀은
거울이었다는 발견과 그에 따른 미술사적 평가와 논쟁 등의 이야기는
그림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 눈이 뜨이면서 흥미진진했어요.
명화로 배우는 감정의 인문학 <그림 영혼의 부딪힘>
어렵게 생각했던 명화 보기와 서양미술사에 대해
인간의 감정을 중심으로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네요.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난 화가들의 그림을 볼 때에는
지금까지의 허전함을 대신해서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지고,
그동안 보이지 않고 볼 수 없었던 부분까지도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아요.
명화, 그림을 보면서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던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