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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누군가에게 내어 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심지어 그 가족이 혹시나 두려운 일에 연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도 모를 그 문을 열고 싶지 않겠지. 저자는 후기에 이렇게 말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해변에 갔던 기억이 떠올라 그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했더니 이외로 문장이 술술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삶을 원형 그대로 담고 싶었던 그 마음이 과거에 그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과 맞닿으면서 특히나 그 고양이가 다시 가족으로 곁으로 돌아옴으로 인해, 두려움 없이 아버지의 삶을 따라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매일 아침 행하시는 불단 앞에서 경을 외우시는 그 모습의 시작을 찾아 간다. 매일마다 전쟁에 희생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그의 기도는 무엇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일본이 중국을 동남아시아를 휘저으며 무구한 생명들을 유린하던 그 역사 속에 있던 아버지의 어떠한 삶이 그의 매일 아침의 일을 구성하게 된 것일까? 아주 잔잔하게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 1940년대의 일본과 아버지의 인생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 이 이야기는 매우 짧다. 95페이지. 중간에 그림도 적잖게 있으니 9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의 말대로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 모퉁이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한 것일 뿐. 그 속에서 독자가 다 제각각 그 이야기를 자기 안에 소화해 갈 뿐이리라 싶다.
. 어떤 이가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이토록 찾아가 볼까 싶기도 하고, 이러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의 만남 속에서만 의미있는 저자라는 말처럼 내 부모님의 삶의 모습이 무엇이든 그것이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그 깨달음으로 인해 저자의 이 여행에 납득 되어지기도 한다. 나도 언젠가는 이러한 여행을 떠날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