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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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라는 말처럼 어리석고 기만적인 충고 도 없지...."
 <몬스트러몰로지스트>의 과학철학자이자 괴물학자인 워스롭 박사의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H.P.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 세계에서는 진리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존재 자체가 신성모독적인 존재를 마주한 인간이 느끼는 처절한 무기력과 공포가 그 작품들의 핵심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이와는 달랐다. 굳이 구분하자면 소설 전반부의 느낌은 러브크래프트적이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후반부와 결말부분에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와 다르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는 10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물의 심리묘사가 단선적이거나 문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고전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릭 얀시는 그런 점에서 러브크래프트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소설을 썼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보다 훨씬 우리에게 익숙하다. 소재, 묘사, 플롯 모든 것이 100년 전보다 세련되고 우리의 눈에 익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러브크래프트와 릭 얀시의 작품을 비교하는 식으로 <몬스트러몰로지스트>를 평가했다. 하지만 두 작품을 완벽하게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작품 사이에 "장르적 유사성"은 있지만, 품고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는 "공포"와 "무기력"이다. 특히 인간이 알 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것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이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속 화자들은 대개 관찰자 또는 체험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엄청난 것을 보고 경험하며, 그 공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공포에 압도당한다. 결국, 공포의 희생양들은 몸을 웅크리고 그 끔찍한 것들이 자신을 지나쳐 가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 <몬스트러몰로지스트>의 "공포"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공포의 근원은 과학은 물론이고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초자연적이고 비이성적인 설명이 아니고서는 그것들의 정체를 파악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몬스트러몰로지스트>의 워스롭 박사는 과학자이다. 그는 이성의 노예가 되고자 하며, 모든 판단을 근거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내리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작품 내 "공포"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가 비이성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면, 릭 얀시의 "공포"는 이성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는 결정되어 있는 운명이지만, 릭 얀시의 "공포"는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간단하게 줄이자면 러브크래프트는 미지의 공포를 마주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비참한지에 집중하며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모든 공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와 <몬스트러몰로지스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등장인물의 성격일 것이다. 특히 워스롭 박사가 매우 흥미롭다. 소설 초반부의 워스롭 박사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치광이 박사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문에 상대적으로 후반부보다 전반부가 러브크래프트적인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풍기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워스롭 박사가 잠깐동안 드러낸 모습은 굉장히 신선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평가해보자.




그렇습니다.....저는 2권을 샀습니다....


*이 리뷰는 황금가지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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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Postumus님의 리뷰를 보게 되군요. 이 책이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했습니다. Postumus님의 리뷰를 읽으니까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Postumus 2017-06-15 18:53   좋아요 0 | URL
러브크래프트의 향이 은근하게 느껴지는 장르소설입니다. 러브크래프트보다 훨씬 읽기 편한건 당연하고요ㅎ.저는 1권 읽고나서 무조건 4권까지 다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비슷한 느낌의 작품 좀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