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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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하는 문장 응급처치 매뉴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글을 잘쓰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단은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문장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등등 어려운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문장이다. 구성이나 문단이야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대충 말이 되게만 하면 중간은 가겠지만, 문장은 혼자 깨닫는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문장들은 높은 확률로 이상하게 꼬여서 서로 들러붙어 있기때문에(특히 기업이나 단체들이 이런 문장을 자주 사용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괴이한 문장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글에서 문장은 걸음마와 같다. 그런데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자세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니니, 그것을 보고 자란 사람들도 괴상한 걸음걸이를 갖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걸음걸이가 이상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운동을 할 때도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듯이, 좋은 문장을 구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의 문장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지시를 따라서 문장을 교정해 본다면, 손상된 문장에 응급처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가야, 문장을 똑바로 쓰라니까!” 


어떤 문장이 나쁜 문장인가

 그렇다면 어떤 문장이 괴상한 문장일까? 일단 위엄을 갖추려다가 망한 문장이 있다. 이런 케이스는 주로 중장년층이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의,를 드러내는 것,들’이다. 이 문장들은 '~적, ~의, ~것이다’와 같은 어미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글에 위엄을 싣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특히 ~적 과 ~의 는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굳이 안써도 될 것 같은 곳에도 이것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문장을 보면 눈이 피곤해질 지경이다.

 번역어투의 문장도 망한 문장 중 하나다. 특히 수동태는 이제 거의 모든 글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나도 모르게 수동태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학교에서 하도 영어독해를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한데, ‘되어진다’, ‘먹혀진다’ 와 같은 수동태 문장은 언뜻봐도 구린 맛이 나는 문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도 수동태는 되도록 쓰지 않기를 권한다. ‘시키다’ 같은 사역동사도 조심해야 한다. 소개는 ‘하는’것이지 ‘시켜주는’것이 아니다. 말이 되는 문장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글은 머리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피곤한 문법경찰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잘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싫어하는 것은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이나, 번역어투의 문장이 아니다. 그가 지양하는 문장은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 한 것이 역력한 문장이고, 글 맛이 없는 문장이다. 저자는 불필요한 어미나 단어가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어서 문장이 단조로운 글이 탄생하는 원인이 생각없이 쓰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다양한 표현을 적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근거중심의학과 같다. 여기에서는 각각의 증상에 맞는 대응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러종류의 치료법(표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의사(글쓴이)는 더욱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해야한다.
 반면 생각없이 쓴 단조로운 문장을 돌려쓰는 사람은 만병통치약을 바라는 의사다. 이들은 모든 증상에 하나의 치료법만 사용한다. 정확한 표현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지 않고, 두리뭉실한 표현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갖다 붙인다. 의사(글쓴이)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하겠지만, 환자(문장)의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다채로운 문장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큰 즐거움을 준다.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이 쓴 풍성한 표현에 만족할 것이고,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도록 하자.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가

 내가 읽어본 글쓰기 관련 서적들은 모범적인 글에 대해 서로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다. 문장은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접속사가 많으면 좋은 글이 아니다. 필요없는 조사(~이,~가…)를 많이 쓰는 것도 좋지 않다. 부사를 많이 넣는 것은 글을 망치는 길이다 등등…. 물론 간결한 글이 복잡한 글보다 무조건 우월한 것은 아니다. 누가 헤밍웨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우열을 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만연체를 쓸 경우, 높은 확률로 문장을 망치게 되기 때문에 되도록 간결한 문장을 권한다. 
 
 그렇다고 문장을 쓰고나서 무조건 곁가지만 떼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단어를 넣고 빼는 차원을 벗어나서, 어색한 문장은 싹 뜯어 고칠 줄도 알아야 한다. 프라모델의 팔이 다리에 가서 붙었는데 분리하지 않고 계속 팔만 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문장을 쓰고나면 문장이 아까워서, 혹은 엉망이 될 것을 걱정해서 되도록 문장을 보존하려고 한다. 이제 그런 걱정은 버리자. 문장을 통째로 버리더라도, 소중한 내 글에 함량미달인 문장을 넣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한 단어도 아니고, 한 글자만으로도 문장의 본질이 달라질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뒤쪽은 에세이만 읽게 되는 단점이….그럼에도

 이 책의 큰 특징은 저자의 에세이와 문장강의가 번갈아가며 들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에세이도 문장교정에 관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런 구성을 취하는 글쓰기 책은 처음봤다. 사실 나는 이 에세이 부분이 본 강의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글에서 소설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문장이 유려하기도 하고…. 오히려 문장강의 부분은 뒤로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문장강의는 앞에서 대강의 문법을 설명하고, 흔히 잘못쓰는 문장들을 소개한 후에 뒤에서 바로잡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 포맷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앞 강의는 재밌게 읽었지만 뒷 강의는 휙휙 넘어가게 된다. 계속해서 기본 문제풀이만 시키는 토익 입문책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이 책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문장을 망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어떻게 문장을 써야하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내 글을 보고 들었던 고민들, ‘왜 이렇게 단조롭지?’,’왜 이렇게 어미가 반복되지?’,’왜 이렇게 부자연스럽지?’, 이런 질문들의 답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말이 필요없다. 바로 그 유시민이 쓴 글쓰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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