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대해 이렇게 감각적으로 정리한 책이 또 있을까. 목차만 보고도 생겨닌 강력한 호기심에 서평단을 통해 먼저 만나보게 된 책. <우리말의 온도 사전>체온 36.5도를 기준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우리말 단어들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핵심단어인 ‘닻단어’, 그 단어에서 파생되거나 결을 함께 하는 단어인 ‘쪽단어’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책 제목인 사전답게 풍부한 의미를 더해주고 있는데 구성이나 짜임새가 참신했고 참 섬세하다는 생각이.온기 : 체온에 가까운, 나를 보듬는 말들열기 : 심장을 데우고, 때로는 태우는 말들냉기 : 마음의 틈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말들미온 : 이름 붙이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의 결각각의 구성 안에는 각 6개씩의 닻단어가 제시되어 있는데세부적인 온도는 물론 사전적 의미, 용례,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평소에 잘 사용해오던 말맛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감각해볼 수 있게 한다. 저자 김윤정 선생님이 중학생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고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주고 잘 다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읽는 내내 그저 따뜻하기만 했던 책.단어에, 언어에 조금 더 민감해지길.내 말도, 내 마음도 잘 골라서 예쁘게 다뤄지길.
가을의 색을 그대로 담고 있는<아름답다는건 뭘까?>여백 없이 가득 채운 색감 짙은 그림위에 얹어지는 유려하고 깊은 시인의 말. 우리가 채 느끼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다. 가만히 응시하는 소녀의 감정은 빛나고 있는 눈에서 보여준다.다가오는 어둠을 까만 고양이의 꼬리로 묘사하다니.이런 기발한 상상력과 그 절묘함이란.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색으로 빛이 표현될 때 놀라움을 느끼는 편인데 후반부 밤 바다의 파도가 가득 채워진 장면은 압권.언젠가 책의 겉표지가 하나로 이어진 책을 보여준 이후로, 겉표지만 보면 일단 펼쳐보는 딸아이가 이 책은 책표지가 두 개인데 둘다 그림이 연결된다며 본인의 발견을 기뻐한다. 이런 일상의 기쁨도 일종의 아름다움이겠지.그림과 글이 참 잘 붙어있어서 그 감동이 배가 되는데 내 주변에 다정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떠오르며 따뜻한 연말을 위해 한권 씩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먹어지는 아름다운 그림책. :)/ 아름답다는 것은 말이야,깊은 밤 잠든 너에게잘 자, 하고 속삭이는 모든 것들 /
2021년 첫 세 권을 시작으로 달이와 밤이의 따뜻한 성장기가 담겨 있는 노인경 작가님의 그림책 “밤이랑 달이랑”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날아라 나비야>.밤이의 실수로 날개가 밟혀 주저 앉은 나비는 모두의 입김으로 다시 기운을 되찾고 날아올라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어진 날개를 활짝 펴고. 어두운 밤 하늘을 밝히는 달이 되어 걸리는데 이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치 쇼트트랙 계주에서 서로의 엉덩이를 밀어주듯 모두의 협력과 다정한 응원에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연필로 쓱쓱 그려낸 듯한 담백한 그림에 노란 헬리콥터와 노란 나비. 쌀쌀해지는 이 계절에 정말 제격인 컬러감도 참 좋아요.+ 독후활동으로 좋은 부록책과 34가지의 칭찬스티커가 함께 들어있는 알찬 구성도 Good+ 엄마랑 함께 읽는 유치부 친구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까지 추천해요!
따뜻한 표지그림과 제목에 이끌려 만나게된 책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먼저 읽고 난 딸아이가“엄마, 이 책 조금 슬퍼.” 라고 하길래어떤 점이 슬프냐고 했더니“로미가 죽는 것 같아.” 라는 대답.아직 아이들에게는 죽음이 실감나지는 않지만 막연하게 슬픈 일로 여겨지고 있고무섭다는 느낌은 아직 없는 듯하여 다행스럽기도.예상하지 못했지만 오늘 꼭 가야만 하는 초대, 죽음초대장을 받게 된 주인공 로미가주변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초대를, 죽음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린다.오랫동안 해 온 본인의 일을당연하듯 똑같이 해내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로미.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둘 나눠주고가벼워진 마음으로 무거워지는 몸을 버텨내며마침내 소중한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가야할 곳으로 가게 되는데그림책에서 다루는 죽음이라는 소재가낯설고 어색할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받아들여야하는 삶의 마지막 과정으로 죽음을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참 따뜻한 책.첫장부터 차곡차곡 쌓여오는 감정들이마지막에 탁 터져나와서 주책맞은 40대 엄마는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말았네.영유아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추천해요아이 먼저 스스로 읽어보게 해 주시고엄마도 읽어보신 후 대화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뒤표지 발문마저 정말 감동스러운)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첫번째 이야기 - 걷다좋은 기회로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기 시작한편한편 너무 보석같아서 아껴 읽다가 드디어 마무리해서 남겨보는 리뷰.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님들이“걷다”를 모티브로 써내려간 각양각색 다섯 편의 이야기.모든 작품들이 겹이 두껍고 탄탄해서 한 편 한 편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매력 만점인 작품집두번째 시리즈인 <묻다>는 물론 이어질 <보다>, <듣다>, <안다> 역시큰 기대감으로 기다릴게요 :)없는 셈 치고 - 김유담엄마같은 고모.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사촌 민아.황톳길을 걷는 고모와 나.“없는 셈 치고, 속는 셈 치고” 그 밑에는 눈 감아 주고 싶은, 이해해 보고 싶은 좀 더 넓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후보 - 성해나개인적으로 4년 동안 유지하던 사업장을2월에 폐업한 사업자의 입장에서 대공감하며 읽은 작품.‘후보’라는 뜻은 ‘뒤로 걷다’는 뜻인데뒤로 흘러가는, 세월이 담긴 곳 상수시와 함께 저물어 가는 우리의 빛났던 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뒤로 흘러가는 그 장면을, 본인의 지나온 삶을 그대로 보아주고 이제 되었다, 며 다시 앞으로 걷는 근성의 마음과 후반전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저마다의 마음 속에 있는 ’상수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유월이니까 - 이주혜트랙을 돌고 도는 사람들.죽음의 방향이 아니라 삶의 방향으로 끌고 싶은데연인을 버리고 도망친 나. 그리고 연으로 변한 아내를 붙잡고 사는 남자.“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 죽으려고. 아니고. 살려고. 죽겠으니까. 살려고.” (p.111)유령 개 산책하기 - 임선우언니에 대한 미움 때문에 정을 주지 않고 길렀던 언니의 강아지 하지무지개다리를 건넌 2개월 뒤 유령이 되어 다시 돌아왔고하지와 함께 걸으며 치유 받고 회복되는 화자의 모습에그들의 뒤늦은 산책길이 참 예쁘고 정다웠다.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을 꿈꿔볼 수 있을만큼 따뜻하고 풍성하고 뭉클한 이야기.(하지야, 이제 충분히 가벼워졌으니 훨훨 날아가렴)느리게 흩어지기 - 임현“겉만 봐서는 모르지. 사람 속에 뭐가 들었는지 겉만 봐서는 몰라.”(p.165)40대 중반의 미혼으로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과맞닥뜨리는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고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성희’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산책. 꾀를 내어 흩어지는 것. 흩어지기 위해 꾀를 내는 일. 후반부에 등장하는 작은 사건으로 인해 명길은 이제 글쓰기와는 헤어지게 될 것 같은 예감.-걷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고책과도 참 잘 어울리는 이 가을에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이야기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유령 개 산책하기 > 추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