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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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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어느정도 감정이 올라올 수는 있지만 울음이 빵 터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두 번이나 눈물이 왈칵 터져서 얼마나 닦아내었는지.

종합병원 1층 매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자꾸만 죽은 자들이 보인다....... 도입부터 빠른 속도감에 흥미진진한 설정이라 몰입도 쭉! (내가 읽는 책에 늘 관심이 많은 10살 딸아이에게도 초반 설정을 설명해 줬더니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냐고 하도 물어제껴서 내 몰입 방해이슈)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나희와 예전 알바생 수영 그리고 매점 사장 미수까지 이어지는 세 여자의 착한 연대.
챕터별로 소개되는 죽은자들의 사연과 그것을 들어주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만나 한편 한편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서사와 감정이, 내 개인적으로는 다섯번째 챕터 진돌이 부분에서 완전 터져 나왔다. 와 너무 슬퍼 진짜ㅠㅠㅠ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진득하게 쭉 끌고가는 할머니 떡밥도 마지막 챕터에서 깔끔하고 달콤하게(𖤐) 수거한 느낌. (왠지 그럴 것 같았고 마음에 드는 마무리 결론.)
개인적으로는 윤성우 이야기가 약간 급 마무리되어 에필로그 쪽에 붙여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려는 듯 보여지고 박현우 선생님과도 뭔가 갈 듯 말 듯 해서 조-금 아쉬웠으나, 아무래도 공간적인 제약이 있고 에피소드형태를 띄다보니 깔끔한 구성의 측면에서는 이게 맞나 싶기도!

이야기가 중요한 소설이라 예리한 통찰이나 기억에 남는 문장, 감동적인 표현 등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인지 턱턱 걸리지 않고 쭉- 읽어나가기 좋은 이야기.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되 너무 무겁거나 너무 차갑게 대하지 않아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조금은 따뜻하게 감싸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춥고 시리고 날이 서는 이 겨울에 참 읽기 좋은 책.

/ 죽음은 참 다양한 형태로 불시에 찾아온다. 아마 사람의 숫자만큼 죽음의 가짓수도 많을 것이다. 누구나 자기 몫의 죽음을 목에 건 채 타고나는 법이다.(p.75)

/ 삶만큼 죽음도 모두에게 고유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다르듯 죽음 이후도 달랐다.(p.103)

/ 여전히 잃은 사람의 빈 자리가 쓸쓸하더라도 좀 더 부드럽고 아름다운 기억들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p.214)

나희라는 캐릭터가 참 예뻤다. 씩씩하고 오지랖 넓고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단단한 스무살. 앞으로 펼쳐질 너의 삶에 무한한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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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아이는 거리두기 육아가 필요합니다
이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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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육아 10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매년 퀘스트 깨는 것 같은 육아.
언제쯤 익숙해져요? 언제쯤 알 것 같아요?

워낙 수월했던 아이였고 크게 속썩이거나 고민하거나 애태우거나 하게 한 적이 없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나름대로 아직은 (너나 나나) 서로에 대한 적응은 끝나서 나름 수월하게 해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올해부는 딸아이가 10대 진입이기 때문에 괜히, 뭔가, 이제부터 본게임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스스로 방어기제 작동, 긴장 상태 돌입.

걷기 시작할 때에는 누워만 있을 때가 좋았지
뛰어 다닐 때에는 걸어만 다닐 때가 좋았지
유치원 다닐 때에는 집에만 있을 때가 좋았지
입학 후에는 유치원 때가 좋았지
3학년을 앞두고는 1-2학년 때가 좋았지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때가 좋았지
고등학교에 가면 중학교 때가 좋았지

,하겠지.

왜 계속 그때가 좋았는지. 왜 계속 과거형인지.
앞으로가 더 좋을 수는 아직은 없는거죠?

난다 긴다 하는 육아의 고수는 물론
우리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지, 라는 엄마부심은 차치하고라도
외동아이라는 점은 ‘팩트’이기 때문에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책.
무조건적으로 읽어줘야 하는 책.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동에 대한 편견들을 정확한 자료들과 통계들로 잘근잘근 부숴주고 깨뜨려줌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여러 가지 부분들을 짚어주고 있고, 적당한 양의 글들이 챕터별로 잘 나눠져 있어서 가독성 또한 꽉 잡은 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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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첫번째
최동민 지음 / 멜라이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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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넘 좋잖아♡ 제목 예술. 표지도 귀엽고. 판형도 마음에 쏙. 일러스트는 직접 그리신 거예요?

육아를 다시 하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30대와 고스란히 맞바꾼 딸아이의 10년이, 나의 육아가 차근차근 다시 펼쳐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어쩌면 이 책은 문학 코너보다는 실용서 코너에 더욱 적합할지도. 그만큼 치열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빠가 쓴 육아일기 느낌이 강해서 읽는 내내 흐뭇한 엄마미소.

다만 보통의 육아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읽은 책들, 본 영화들에 대한 소회나 감상이 육아와 맞물려 아주 적절하고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 소제목들도, 발문들도 너무나 그럴듯해서 완성도와 만듦새가 아주 좋다. 읽고 싶어진 책, 보고 싶어진 영화도 많아서 메모도 한가득.

육아란 변수와 반복의 미묘한 줄다리기인 것을. D와 J 부부의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낙천적이고 대책 없이 귀엽다가도, 서로 취향이 공유되어 있구나, 싶은 부분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부러움이 컸다. 함께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고 동시에 같은 장면을 떠올리는 모습 등이 참 사랑스러운 부부.

좌충우돌 우당탕탕 뻔하고 흔한 육아 에피소드들 대신
부부가 중심이 되어 서로에 대한 의지와 믿음,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이야기들.

아이를 기르고 있는 모든 부부에게 권할 수 있는 책.
귀여운 부부와 i, 세 가족의 삶이 계속 행복하길. :)

#우리는서로의첫번째 #최동민 #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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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나
정은우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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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붙어 있는, 내가 익숙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곳의 이야기도 좋지만 잘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소설을 좋아하고 읽는지도. 건축이나 미술, 그림이나 운동 등 내가 잘 모르고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발레와 AI의 만남이라니 재미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세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더욱.

장편소설이 아니고 연작소설인 것은 각각의 주인공을 화자로 내세운 3부 구성이라는 점. 제목 ‘포나’는 이 세 친구가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AI가 이미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설정. 평화 할머니를 중심으로 세 친구가 엮여 있고, 포나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세 친구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연작소설로서 잘 꾸려질 수 있는 듯.

어렸을 때부터 함께 발레를 배워온 정서와 현정, 연우의 이야기.

치열한 발레의 세계에서 넘어서지 못할 산을 마주하고 밀려나버린 정서.
어찌저찌 대학은 갔으나 실력과 운 사이에서 늘 고민해 왔고,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이 참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뛰어넘을 수 없는 산을 바라보고 느꼈던 ’오만감정‘. 발레를 그만두고 ‘앓던 이를 뺀 양 홀가분했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대체 얼마나 힘들었을지.
/ 희박하다 못해 없는 것에 가까운 가능성에 모든 걸 거느니 포나와 함게 안정적인 삶을 택하는 편이 나으니까. 그렇다고 믿었다. (p.125)

부모와 같았던 평화의 죽음 이후 현실을 받아들이고 발레를 포기한 현정.
’보호자 없이 낯선 밀림에 뛰어들‘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셋 중에서 제일 먼저 발레를 포기하게 된다.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제시되는데 (외로웠던 어린시절, 약혼자와의 파혼, 아팠던 동생과의 재회 등) 평화 할머니의 친손녀이기도 하고 세 명의 친구 중 성격적인 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
/ 목표치고는 비현실적이고, 꿈이라 해도 비효율적이었다. 인간의 몸과 삶은 유한했다. 유한한 몸과 삶으로 무한한 꿈을 향하는 인간, 위대하기보다는 어리석어 보였다. 언젠가는 산산이 부서질지도 몰랐다. 현정이 바라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p.216)

점점 더 철저해지고 단단해지고 좋아하는 발레를 놓지 못하는 연우.
하고 싶었고, 잘 했다. 그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차라리 하고 싶지나 말지. 아니면 잘 하지나 말지. 좋아서 하는데 실력까지 있으니 승승장구일 것 같으나 그런 세계는 그 어디에도 없다.
‘성장기의 몸은 감옥과 같았다’고 표현하는 그 마음은 어떤걸까. 지옥에 살면서도 그만둘 수 없는 그 마음은 열정일까 오기일까. 욕심일까 욕망일까.
/ 분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랑하는 걸 그만둘 수 없어서. ... (중략)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연우가 하고 싶은 건 오직 발레뿐이었다. 끔찍했다. (p.331)
/ 간절해질수록 괴롭고, 괴로울수록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쉽고, 미워하기를 그만두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p.390)

세 친구는 가끔 모여서 할머니 이야기와 발레 이야기, 현생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 물론 투닥투닥거리긴 하지만 서로에 대해 깊이 알고 함께 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차가운 무대 아래에서 더욱 끈끈해지는 그들만의 유대.

단순히 우정 이야기는 아니다. ‘꿈’과 ‘삶’의 이야기이다. ‘재능’과 ‘선택’의 이야기이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할 수 있다고 잘 한다는 것도 아니지만 세 명의 선택은 모두 옳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평화의 말처럼 ‘아주 밝은 별은 아침에도 빛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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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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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님들이 “안다”라는 단어를 모티브로 써내려간 각양각색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부분 아는 작가님들이라 왠지 모를 기대감이 가득. <보다>와 <듣다>, <묻다>도 꼭 챙겨보리라는 다짐을 곁들여 읽기 시작!

개인적으로 다섯 편의 호불호가 심했어서 호 위주로만 간단히 요약을 해보자면,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 김경욱
제목에서부터 세 가지 시제가 모두 드러나 있듯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한 엄마의 이야기. 꿈인지 상상일지 모를 기억 속에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는 화자.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겁에 질려 작디작아진 늙은 아비를 꼭 안아주는 화자. 돌아간 엄마는 몇 살로 갔을까. 여운이 좋다.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불친절한 서술이 주는 열린 결말도 완성도를 높여주는 느낌.

다시 한 번 - 정이현
대사도, 상황도, 생생해서 초반몰입도 굿. 오랜만에 연락한 남사친(이름마저 ‘용기’라니)과 푸켓 여행이라니. 20년 전, 같은 형식으로 떠났던 제주도 여행이 교차해서 나오는 구성이라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주는 구조. 스물 여섯살의 그들과 마흔여섯살의 그들의 이다지도 대책없음이, 천진한 유쾌함이, 부딪히는 용기가, 건네는 위로가 무척이나 귀엽고 부럽다. 불필요해 보이는 소설 초반 두 페이지가 주는 박미경의 현재가 갑작스러운 이 여행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

그녀들 - 조경란
구어체 기술. 정확한 문장으로 끝맺지 않고 도치를 하거나 명사 또는 부사로 끝나는 문장이 상당히 많은데 이 점은 주인공 ‘영서’의 태도를 정확히 반영한다. ’영서‘와 시인 ’오‘, ’윤 선배‘ 세 여자의 얽힌 인연. 하지 않은 행동, 남아 있는 이야기, 마음에 걸리는 일.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을 거야.” 라는 윤 선배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 “한번 안아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영서의 후회도.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쓰는 입장에서는 단편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적절한 소재와 분량, 임팩트있는 문장에 마무리까지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들이 귀하고 귀한. 특히 <안다>에서는 글을 오래 써오신 작가님들의 내공이 확실히 보여서 역시는 역시라는 소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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