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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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을 먼저 들여다보길

 

혐오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 같다. 한국에서만 특수하게 갖는 선입견은 아니지만 유독 뚱뚱한 사람에게 갖는 선입견은 고약하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패배자로 낙인찍어 그들을 사회적 죄인으로 만든다. 상대의 건강을 염려해서라는 위선어린 걱정은 막상 다이어트에 성공한 연예인이 생각만큼 긁은 복권이 아닐 때 보내는 조롱에서 그 진심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비만이 아닌 사람들도 365일 다이어트 모드에 돌입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언제나 독특한 사회 고발 소설을 쓰는 가키야 미우의 신작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뚱뚱함을 벗어나지 못한 4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바 고마리, 다이어트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개별 상담을 받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미인상이 아니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다이어트 상담가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줌마라니. 살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도 그녀의 첫 인상에 당황하지만 살을 빼고 싶은 간절함에 속는 셈치고 그녀의 말을 듣는다.

 

고마리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의 허함을 식욕으로 채운다 생각하는 그녀는 각자의 마음의 결핍을 찾는 독특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적당한 운동과 식이조절도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그녀의 다이어트는 궁극적으로 마음 치유. 어차피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고자 노력해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왜 실패하는지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들의 다이어트가 단기간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살을 뺀다. 연예인처럼 빡쎈 관리를 받아서가 아닌 생활환경과 식습관 개선을 중점으로 그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고 채찍질 하는 사람은 많지만 왜 뚱뚱한 사람들이 식욕을 멈출 수 없는지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렇기에 고마리씨의 다이어트 상담은 인생 상담이다. 다이어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의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마음은 안녕한가? 나의 결핍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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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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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읽으세요!! 아니 세 번 읽으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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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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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다시는...... 시치리 작가님에게 속지 않으리!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범인 찾기에 나섰던 나의 호기로움은 한때의 치기로 막을 내렸으니.... 시치리 작가님의 낚시에 제대로 당한 듯한 이 느낌은 뭐지??

 

추리소설 덕후라면 두 말이 필요 없는 시치리 작가님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알바하랴 공부하랴 악기 연습하랴, 시간을 쪼개며 열심히 살지만 이미 벌어진 선택받은 사람들과의 격차에 절망하는 기도 아키라, 일본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 학장이 참여하는 가을 정기 연주회의 콘서트마스터를 맡게 된다.

 

콘서트마스터의 특권으로 스트라디바리의 걸작품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을 누리지만 정기 연주회의 성공을 원치 않는 누군가의 방해공작으로 학교 안 팍은 뒤숭숭하고, 끝없는 사건 사고에 하나의 소리를 내야 할 오케스트라는 불협화음 그 자체.

 

폭풍우를 뚫고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는 음악가로서의 열정과 전율을 깨닫지 만 연주회를 중단하지 않을 시 쓰게 아키라의 피를 보게 될 거라는 협박장에 기도의 꿈은 잠시 좌절될 위기에 놓인다.

 

과연 정기 연주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정기 연주회의 개최를 막고자 하는 이는 누구일까?

 

조연이라면서 주연보다도 더 존재감이 빛나는 미사키 요스케의 위풍당당함을 떠올리고 싶다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내림마장조 황제 제3악장을 들어보길 바란다.

 

음악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재능이 전부일까 고민해보게 된다. 그 어느 것보다도 재능의 영역이 빛나는 음악계에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면. 당신은 도전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음악은 직업이 아니다. 음악은 삶의 방식이다.

연주로 생계를 꾸린다거나 과거에 명성을 떨쳤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지, 그 음악이 청중의 가슴에 닿았는지 그것만이 음악가의 증거다(p331).

 

뒤통수를 거하게 맞을 준비를 하며 책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과 미스터리의 결합, 책에 나온 작품들을 들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정말 두 말이 필요 없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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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티모시 레벨 지음, 고유경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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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여기 있다! 꼭꼭 찾아라!

 

학창시절, 수학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영혼을 앗아가는 아주 사악한 존재다. 수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지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수학선생님의 외침도 그저 공허하게 다가올 뿐이다. 도대체 수학이 뭐 길래 우리를 이렇게 괴롭게 했을까? 더 이상 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나이지만 수학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를 펼쳐보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 티모시 레벨은 아주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제목으로 우리를 수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수학과 사랑의 상관관계라니? 어떤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수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세대가 온 것이다. 왜 내 친구는 인싸인데 나는 아싸일까, 이 문제는 나의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팩트인지 아리쏭할 때, 이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저자는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학과 스포츠는 얼마나 가까운 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 빌리빈의 수학적 분석이 선수 평가 가치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 성적으로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한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 경기력이 좋을 때, 특히 농구에서는 득점력이 유독 좋은 선수에게 뜨거운 손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뜨거운 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단지 나의 느낌일 뿐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손은 존재할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인 것인지 수학적 확률로 합당한 결과인지 수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알아낼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수학은 우리가 막연히 그러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수식 화하여 이 현상이 단지 느낌인지 아니면 타당한 논증인지를 보여준다. 자동차 길이 더 많아 진다면 막연히 교통체증이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막연히 그러지 않을까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 보이는 건 다르다.

 

우리가 배운 수학으로 고작 사칙연산만 생각한다면 참 슬플 것 같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수학을 배웠고 너무도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수학의 지배 밖에 있는 일은 없다는 걸, 어떻게 이런 주제와 수학을 연계시켰을지 말도 안 된다 생각하는 것도 결국 수학이라는 걸!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가 보여준다.

 

수학을 왜 배워야할까? 사실 이 책을 다 읽고도 일반인인 내가 굳이 수학을 배워야 할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일상생활에 수학이 얼마나 밀접한지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책이다. 훌륭한 수학자분들이 우리 일상을 분석해 얼마나 이 세상이 수학적인지 정리해둔 책을 보니 수학자들의 훌륭한 통찰력과 직관을 찬양하게 된다. 수학을 잘 하지 못해도 어디 가서 수학은 쓸모없다는 실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책, 수학이지만 읽다보면 수학이 아니라는 걸, 이건 우리의 삶이라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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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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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실 참 착한 아이야

 

초등학교 때 필독서로 <창가의 토토>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토토의 학교에서 제일 부러웠던 건 국영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학교 시간표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면 20대가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은 나는 고바야시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토토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정말 난감한 학생이다.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을 문제아라고 낙인찍어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산만한 학생임은 틀림없다. 생각 만해도 심란한 아이에게 너는 사실 참 착한 아이야.”라고 빈말로라도 할 수 있을까? 교육자의 자질이 부족한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심리학부생이지만 타인의 TMI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내게 어린 아이가 4시간동안이나 조잘거린다고? 상상 만해도 끔찍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고바야시 선생님은 이전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갈 곳 없어진 토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라고 기꺼이 시간을 내준다. 고바야시 선생님은 어린 아이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온전히 존중해주었기에 토토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눈높이를 맞춘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 나니 멘토링을 했을 때 아이들에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며 짜증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토토의 얘기를 이렇게 제대로 들어준 어른은 없었다(p35)저자의 진술은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바다에서 나는 것과 산에서 나는 것을 도시락 메뉴로 정한 교장선생님의 센스는 그가 얼마나 쉬운 언어로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도오에학교 아이들은 국영수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기 위해 학교를 간다. 학교에 가기 싫어 투정을 부리는 아이도 없다. 모두가 학교에서 즐겁게 뛰어 놀며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서 세상을 배운다.

 

고바야시 선생님의 훌륭함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게 된다. 사실 이성이란 걸 중요시 한다는 성인의 입장에서 아이가 사고치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태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지갑을 찾겠다며 정화조를 퍼내는 토토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끝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놔야 한다니(p78)!. 어른들은 대부분은 토토가 하는 짓을 보았을 때,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하거나, “위험하니까 그만해라고 하거나, 반대로 도와줄까?” 했을거(p79) 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른들은 자기의 상식으로 세상은 재단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는 오류에 빠진다.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을 수습하기 위해 가식적인 척 도와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판단을 믿고 지켜보진 않는다. 그 어려운걸 해내시다니! 이런 교육자가 더 많아야 할 텐데, 정말 존경스럽다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글씨와 말에 너무 의지한 현대 교육이 가슴으로 자연을 보며 신의 속삭임을 듣고 영감을 느끼는 감각을 쇠퇴시킨 게 아닐까?(p134)” 라며 안타까워하던 고바야시 선생님은 직접 선진교육을 받아들여 리드미크를 도입한다. 마음에 운전 기술을 가르치는 놀이(p130) 리드미크는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이자 아이들이 학교 수업이 즐겁다는 인상을 주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안학교인 도모에의 수업방식이 모두를 흡족하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도모에는 지상낙원이지만 학부모들에게는 평범하지 못한 자신의 아이, 그 기질을 눌러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자유분방해지는 아이를 보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고바야시 선생님의 교육은 너무 훌륭하지만 만약 이런 학교가 있다면 나는 내 아이를 보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종종 전학을 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내부적 여건과 무관하게 전쟁의 어둠이 덮치며 토토의 도모에는 더 이상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창가의 토토>가 이렇게 어려운 책이었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한 먹먹함이 몰려왔다. 누가 봐도 문제아인 토토에게 너는 사실 참 착한 아이야라고 격려해주고 불길에 휩싸인 학교를 보면서 다음에는 어떤 학교를 만들까?” 라며 미래를 그리는 선생님의 교육을 향한 순수한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도모에 초등학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고바야시 선생님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훌쩍 커 그의 교육이 얼마나 훌륭한지 산증이이 되었다. 비록 토토는 선생님과 약속한 교사가 되진 않았지만 전 세계에 도모에 학교의 존재를 알려 교육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나는 교육자는 아니지만 고바야시 선생님처럼 아이를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이바지 하고 싶다. <창가의 토토>는 표면상 아이들의 필독서지만 그 못지않게 어른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어른들이 귀찮아서 포기한 아이만 있을 뿐. 어렸을 때 읽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창가의 토토, 누구라도 이 글을 본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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